교육부의 ‘사학 혁신’ 선포:
사립유치원 비리 때처럼 요란한 빈수레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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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고려대와 명지대에 대한 교육부 회계 감사 결과가 발표됐다. 회계 비리가 각각 22건, 10건이 적발됐다. 등록금이 부정하게 새고 있었음이 드러난 것이다. 학생들의 교육 여건 개선 요구, 학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노동 조건 개선 요구 등에 대학들은 ‘돈이 없다’며 발뺌해 왔는데, 그것이 핑계였을 뿐임도 확인됐다. 고려대 학생들은 학교 당국을 규탄하는 집회를 열었다.
그 밖에도 교육부는 이번 달 세종대를 시작으로 4개 대학을 추가 선정해 종합 감사에 들어갈 예정이다. 회계 감사는 20개 대학을 대상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이미 회계 감사를 마친 숙명여대와 한국외대의 감사 결과는 상반기 중에 발표될 예정이다. 지난해 연세대·홍익대·청주대 등을 대상으로 벌인 적립금 조성·운용 실태 감사 결과는 다음 달에 발표된다.
5월 7일 유은혜 교육부 장관은 기자간담회를 열어, “문재인 정부 3년차를 맞아 사학 혁신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 구체적 계획은 다음 달 발표될 ‘고등교육혁신방안’에 담길 듯하다. 언론들은 교육부가 “사학 비리 척결의 칼을 빼 들었다”고 보도했다.
그동안 사립 대학들에 대한 감독은 매우 허술했다. 입시, 학사, 회계, 적립금 운용 등 대학 운영 전반을 살피는 종합 감사는 무작위 추첨을 통해 한 해에 3곳에 대해서만 시행됐다.
그래서 지난해 1월 발표된 국민권익위원회의 조사 결과를 보면, 1979년 이후 종합 감사를 한 번도 받지 않은 사립 대학이 전체의 31.5퍼센트인 113곳이나 된다.
전국의 대학 410여 곳 중 상당수가 자체 감사를 실시하거나 자신들이 선택한 회계 감사 업체를 통해 감사를 받아 왔다. 고려대처럼 개교 이래 단 한 번도 외부 감사를 받지 않은 사립 대학도 많다.
교육부는 이를 바로잡겠다고 했고, 정말 사립 대학들에 대한 감사가 실시·강화되면 그동안 사립 대학들이 얼마나 부정한 일을 해 왔는지가 어느 정도 밝혀질 것이다.
한국 사회에서 사학들은 항상 비판·개혁의 대상이었다. 그리고 우파 정부 9년간 대학 구조조정이 시행되며 대학 안팎으로 경쟁이 강화돼, 대학생, 교수·강사,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고통받아 왔다. 이를 고려하면 교육부의 사학 혁신 선포를 많은 사람들이 반길 것이다.
정말이지, 사학에 대한 감독 강화와 혁신은 필요한 일이다.
또 용두사미?
그러나 유은혜 장관의 기자간담회의 내용을 보면, 빈 수레가 요란하다는 속담이 생각난다. 다음 달 발표될 ‘고등교육혁신방안’에 담길 것으로 예상되는 내용은 재단 이사회 회의록 기간을 기존 3개월에서 1년으로 늘리고, 종합 감사 대상 대학을 1년에 기존 3곳에서 5곳으로 늘리고, 총장 선출 제도를 여러 개 권고하는 것 정도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 계획에 따라 법 개정을 하려면 국회를 통과해야 한다. 지난해 말 ‘유치원 3법’ 개정의 좌초 사례, 2005년 사립학교법 개정 실패 사례가 떠오른다.
올해 초 유은혜 장관은 ‘유치원 3법’ 개정 등에 반대해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이 집단 휴업 사태를 일으킨 것에 강경하게 대처해서, “교육부 장관이 아니라 교육부 장군”이라는 말을 들은 바 있다.
그러나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유치원 3법’은 이미 누더기가 된 상태다.
2005년 노무현 정부는 국회 다수당을 차지해 놓고도, 자유한국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의 반대에 부딪혀 불필요한 양보와 후퇴를 거듭하다가 결국 사립학교법 개정에 실패했다.
문재인 정부의 개혁 배신으로 반사이익을 얻어 우파의 기가 살아난 이때, 문재인 정부를 믿고 있어서는 우파의 압력과 훼방을 뚫고 실질적 사학 혁신을 이룰 수 있을지 미지수이다.
한편, 유은혜 장관은 5월 7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대학이 스스로 혁신하는 방안을 찾지 못하면 불가피하게 문을 닫는 대학이 생길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도 했다. 우파 정부에게 이어받아 문재인 정부도 추진하고 있는 대학 구조조정을 계속 하겠다는 뜻이다. 이를 경계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의 ‘개혁’이 으레 그렇듯, 유은혜 장관은 사학 혁신 선포도 소리만 요란하고 실질적 개선은 없는 것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
유은혜 장관의 사학 공격이 현재의 여야 대치 정국 속에서 지지층을 결집시키고, 더 나아가 내년 총선을 겨냥해 개혁 이미지를 얻으려는 포석으로 보이는 까닭이다.
그러므로 사학 비리 문제의 해결을 바라는 사람들은 교육부의 사학 공격을 ‘대승적으로 지지’하기보다는, 감사 결과 등으로 확인될 사학의 부정과 비리에 맞서 독립적으로 개혁을 요구하며 투쟁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