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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력 감축과 노동강도 강화 시도:
이마트는 무인 계산대 확대 말라

마트산업노동조합 이마트지부가 인력 축소, 고용 불안과 노동강도 강화를 야기하는 무인 계산대 확대 중단을 요구하며 투쟁에 나섰다. 노조는 지난 5월 8~20일 전국 주요 매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에 이마트 사측은 “같은 점포 내 다른 업무로 직원을 재배치”할 뿐 “단 한 명도 감축한 적 없다”고 발뺌했다. 오히려 무인 계산대가 계산원의 업무량을 줄여준다며 “노동강도가 높아졌다”는 노조의 주장을 “어불성설”, “억지춘향”이라며 비난했다.

노동자는 줄이고 노동강도는 끌어올리고

그러나 “어불성설”인 것은 이마트 사측이다. 사측 스스로 지난해 “인건비 절감”이 무인 계산대 도입 목적이라고 밝힌 바 있다. 또한 수년 전부터 정규 인력을 감축하고 그 자리를 저임금 1년 미만 단기 아르바이트 노동자로 채워 왔다.

이마트 본사는 냉혹하게도 인력 감축 ‘성과’를 기준으로 매장을 평가하고, 매장 점장의 인사고과에도 반영한다. 이래도 인원감축 의도가 없었다고? 사측의 뻔뻔한 거짓말이 가당찮다.

무인 계산대 확대 중단을 요구하며 투쟁에 나선 마트 노동자들 ⓒ출처 마트노동조합

같은 매장 내 다른 업무로의 전환배치가 인력 감축과 무관하다는 사측의 주장도 거짓이다. 무인 계산대 도입으로 ‘남는’ 캐셔 파트(계산 업무) 노동자들을 압박해 같은 매장 영업 파트로(진열판매 업무) 전환 배치하고, 영업 파트 인력의 일부는 창고형 대형 점포나 노브랜드 매장으로 발령 내기도 한다. 이런 곳들은 기존 대형 점포보다 노동조건이 훨씬 열악해 노동자들의 불만이 크다.

마트노조 이마트지부 박상순 부위원장은 이렇게 말했다.

“대량 구매를 겨냥한 창고형 점포는 많은 양의 무거운 물건을 옮기고 진열해야 해요. 적은 인원으로 일하니 새벽 6시에 출근해서 오픈 할 때까지 계속 진열 작업을 할 정도에요.

“4~5명이 근무하는 노브랜드 매장에서는 [근무] 시간차를 고려하면 1~2명이 계산, 운반, 진열, 고객 응대 등 모든 것을 다 커버해야 하죠. 심지어 청소도 해요. 그래서 노동자들이 이런 곳으로 발령 나면 많이 힘들어해요. 못 견디고 퇴사하는 분들도 꽤 있어요.”

이마트는 마트 업계 경기 부진에 대한 대응으로 점포 다각화를 추진하며 지난 5년 동안 창고형 매장과 노브랜드 매장 등 신규 점포를 대폭 늘렸다. 그러나 정규 인력은 오히려 줄었다. 결국 노동강도가 강화된 될 것은 불 보듯 뻔하지 않겠는가?

따라서 고용불안과 노동강도 강화에 저항하며 무인 계산대 확대 반대에 나선 이마트 노동자들의 투쟁은 완전히 정당하다.

‘무인화’로 인한 인력 감축 필연적인가?

한편 일부 언론에서는 무인 계산대 논란을 보도하며 ‘4차 산업혁명’으로 유통 업계의 ‘무인화’ 바람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고, 일자리가 사라지는 것은 ‘순리’라고 주장했다. 이런 견해는 노동자들이 저항해 봤자 소용없다는 메시지를 함축하며 무력감을 부추긴다.

그러나 언론의 선정적 보도와 달리 유통업계의 ‘무인 시스템’이 노동을 전적으로 대체할 수 있다는 주장은 과장이다.

무인 계산대도 이름과 달리 아직은 노동자가 필요하다. 소량의 물건은 셀프 계산이 수월할 수 있지만, 대량 물건 구매 시 물건마다 바코드 위치가 달라 무인 계산대 이용이 쉽지 않다. 또한 반품, 환불, 술·담배 구매 연령 인증, 고객 안내 등의 업무를 무인 계산대가 다 대체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지난해 무인 계산대를 처음 도입한 이마트 점포 세 곳에서 6개월 동안 무인 계산대 이용률을 조사한 결과 “구매 고객의 1퍼센트” 수준이었다.

해외에서 도입된 자동화 시스템들도 한계가 있다. 예를 들어, 신세계 부회장 정용진이 롤모델로 삼는 무인 슈퍼 ‘아마존고’는 스마트폰에 앱을 설치하면 자율주행 센서가 부착된 원형 카메라가 구매목록을 확인하고 고객이 매장을 나갈 때 자동 결제하는 시스템이다. 그런데 인공지능의 판독 능력의 한계와 데이터 과부화로 한 번에 매장에 입장할 수 있는 인원을 100여 명으로 제한한다. 그래서 대형마트에 상용화하기에 한계가 있다.

인력감축의 진정한 원인은 경제 위기 고통 전가

새로운 기술은 어떻게 사용되느냐에 따라 노동자들에게 이로울 수도 있지만, 자본가들은 오직 이윤을 위해서만 기술 혁신을 이용한다.

“유통업계 혁신 선도” 기업이라는 “찬사”가 무색하게 이마트의 노동환경은 매우 후진적이다. 근골격계 고통을 호소하는 노동자들은 줄기차게 ‘손잡이 달린 박스’, ‘편안한 의자’, ‘물건 운반 중량 제한’ 등을 요구했지만, ‘혁신’은커녕 ‘개선’도 없다.

하지만 노동자들을 헌신짝처럼 내쫓거나 남은 노동자들을 더 착취하는 데는 ‘기술 혁신’이 잘도 사용된다. 이마트의 전환배치와 인력 감축은 영업이익률 하락 속에서 노동자들에게 경제 위기 책임을 떠넘기려는 목적에서 추진된 것이다.

따라서 일자리를 지키고 노동조건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노동자들이 사측의 경제 위기 고통전가에 맞서 단호하게 투쟁해야 한다.

얼마 전 이마트 천안점이 10명을 타점포로 강제 전환배치 했으나, 노동자들이 발령을 거부하고 투쟁을 벌여 전환 배치 규모를 대폭 줄일 수 있었다. 이처럼 노동자들은 사측의 공격에 맞서 저항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

노동자들이 단단하게 조직되고 더 큰 투쟁력을 발휘한다면 사측의 노동조건 후퇴와 인력 감축 시도를 좌절시킬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