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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대에 오른 이란 개혁 운동

모든 이들이 6월 17일 이란 대통령 선거 결과에 놀랐다. 당선이 유력시됐던 ‘중도’ 후보 라프산자니는 저조한 1위(21퍼센트)를 기록했고, 개혁파 대표 후보 모인은 7명 중 5등을 기록했다.

라프산자니는 호메이니 시절 수천 명의 좌파를 처형하고 도서관을 불태운 장본인이자 1989∼97년 대통령 시절 신자유주의 경제개혁을 도입한 자이다.

최근 CNN에 출현해 미국에 추파를 던진 것도 젊은 층의 반발을 산 것으로 보인다.

가장 놀라운 것은 이름조차 잘 거론되지 않았던 테헤란 시장 출신 보수파 후보 아흐마디네자드의 선전이다. 그는 19.25퍼센트로 2위를 기록했다.

2차 투표는 라프산자니와 아흐마디네자드 간 경쟁으로 압축됐다. 개혁파 후보들은 대선 경쟁에서 밀려났다. 그들은 보수파들이 선거 부정을 저질렀다고 주장하고 있다.

개혁파들은 선거 보이콧파, 모인 후보 지지파, 카루비 후보 지지파의 3개 파로 분열돼 있었다.

이런 분열은 개혁파 8년 집권 기간의 실패와 연관돼 있다.

애당초 개혁파 후보인 모하마드 하타미가 1997년과 2001년 두 번 당선된 것은 사회 자유화, 성직자 권력 제한, 민주주의 확대 등을 바라는 이란인들의 염원이 컸기 때문이었다.

이란 인구 중 70퍼센트가 30세 이하다. 최근 대학생 수가 급증했고, 그들의 대다수가 빈곤 가정 출신이다. 동시에 기업인들 수중으로 거대한 부가 집중되는 한편, 실업도 증가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자신의 기대가 좌절된 일단의 청년층이 나타났다. 그들이 개혁 운동의 뒤에 있는 핵심 세력이었다.

그러나 보수파들은 하타미의 정치 개혁을 무력화시킬 수 있었고, 하타미는 점점 보수파보다는 시위 대중을 비난했다. 사람들의 실망은 투표율 하락으로 나타났다.

1997년 하타미가 초선됐을 때 투표율은 80퍼센트였지만, 4년 뒤에는 67퍼센트로 떨어졌고, 2004년 총선 투표율은 이란 역사상 최저 수준인 51퍼센트로 떨어졌다.

반면, 개혁파 정부의 시장 개혁은 좌충우돌하면서도 상당히 진척됐다. 개혁 운동의 지도자들은 이란 엘리트 중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사유화 등 신자유주의 정책을 통해 이란을 세계 경제에 개방하고 싶은 분파를 대변하고 있다.

청년 실업이 거의 40퍼센트에 육박하고 거대한 빈민층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이것은 개혁파 정부에 대한 대중 일부의 환멸로 이어졌다.

이번 선거에서 보수파들은 종교 조직을 동원하면서 동시에 개혁파 정부의 약점을 파고 들었다. 그들은 신앙심뿐 아니라, 개혁파의 시장 개혁에서 소외된 사람들에게 호소했다.

그러나 이것이 아흐마디네자드가 진보적 측면이 있다는 것은 아니다. 그는 1999년과 2003년 개혁을 요구하는 학생 시위대를 쇠사슬 등으로 무장하고 공격한 바시지 민병대에 속한 자이다. 그의 ‘복지’는 보수적 종교 조직에 속한 일부 빈민에 대한 선별적 지원에 가깝다.

어쨌든, 선거 부정 여부를 떠나서 1980년대 말 시장 개혁을 시작했던 라프산자니의 투표율이 예상보다 저조하고, 개혁파 중 유일하게 15퍼센트 이상 득표한 후보인 카루비의 공약이 “16세 이상 모든 이란인에게 매월 50만 리얄[약 6만원]씩 지급”이었던 것은 이번 선거에서 대중의 정서가 어디 있었는지 보여 준다.

지금 24일 진행될 2차 투표의 결과를 예측하기는 힘들다. 보수파들은 아흐마디네자드를 중심으로 다시 한번 조직을 동원할 것이다.

개혁파 운동은 계속 분열돼 있다. 일부는 선거 보이콧의 지속을 주장하지만, 보수파에 맞서 ‘중도’인 라프산자니에 대해 비판적 투표를 해야 한다는 ‘차악론’이 힘을 얻을 것 같다.

개혁파의 선거 패배는 하타미 정부의 미적지근한 정치개혁과 신자유주의 정책에 주된 책임이 있다. 선거 패배를 계기로 개혁 운동 기층에서 개혁파 지도부의 정치를 넘어서는 진정한 대안을 찾기 위한 논쟁이 치열해지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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