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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편지 영화평 〈사마에게〉:
시리아 여성 혁명가가 담아낸 전쟁의 민낯

시리아 여성인 와드 알-카팁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 〈사마에게〉가 전 세계 영화제를 휩쓸고 있다. 칸영화제 최우수다큐멘터리상을 포함해 전 세계 영화제 62관왕을 기록했다.

이 영화의 감독이자 주인공인 와드는 수년째 지속하는 내전으로 폭격이 일상인 시리아의 대도시 알레포에서 어린 딸 ‘사마’를 키운다. ‘사마’는 아랍어로 하늘을 뜻한다. 공군도 공습도 없는 깨끗한 하늘, 태양과 구름이 떠 있고 새가 지저귀는 하늘을 바라는 마음으로 지은 이름이다. 이 영화는 와드가 딸 사마에게 자신이 무엇을 위해 투쟁하는지, 왜 전쟁터를 떠나지 않았는지 말하는 영상 편지 형식으로 진행된다.

영화 포스터
사마의 엄마인 와드와 아빠인 함자는 2012년에 시리아 알레포 대학 학생이었고, 아사드 독재 정권에 반대하는 시위에 참가했다. 2011년 ‘아랍의 봄’ 혁명 물결 속에서 벌어진 이 투쟁은 정부의 부정부패와 억압에 맞서 민주주의를 요구했고, 종교를 뛰어넘어 단결한 혁명이었다. 와드는 고문당하고 학살된 사람들과 거리에서 벌어지는 투쟁을 영상으로 기록했고, 함자는 많은 의사가 시리아를 떠나는 와중에 시위대 편에 서기를 선택하며 병원을 세우고 다친 사람들을 치료했다. 혁명과 무정부 상태 속에서 시민들은 청소부·약사·배관공 등 일상생활에 필요한 여러 일을 도맡아 했고, 존엄 없이 사느니 죽음을 택하겠다며 끔찍한 정부의 폭력 진압에 용감하게 맞섰다.

아사드 정권을 궁지에 몰아넣었던 2015년 3월, 와드와 함자는 승리를 확신하며 신혼집을 꾸리고 정원을 가꾼다. 그러나 몇 달 후 러시아가 중동에서 미국의 지배력이 위기를 겪는 것을 틈타 자신의 영향력을 넓히려고 참전하면서 알레포는 또다시 폭격으로 아수라장이 되고, 2016년 2월에 딸 사마가 태어난다. 와드와 함자는 알레포를 떠나 상대적으로 안전한 농촌으로 피할 수도 있었지만, “억압에 저항해 정의를 세우려면 그곳에 있어야 한다.”고 말하며 알레포를 지킨다. 태어나서 본 거라고는 전쟁뿐인 어린 딸 사마가 자신을 왜 낳았냐고 원망하지 않기를 바라며 전쟁의 참상을 계속 촬영해 나간다.

2016년 7월, 알레포는 정부군에 완전히 포위됐다. 채소와 과일, 기저귀와 우유도 구하기 어려워졌다. 쏟아지는 폭탄이 수많은 사람을 덮친다. 와드는 남편 함자가 20일 동안 890건의 수술을 하고, 6천 명의 환자를 돌보는 모습을 카메라에 생생히 담는다. 흙먼지를 뒤집어쓴 어린 아이들이 더 어린 동생을 안고 병원으로 달려와 울먹인다. “폭탄이 떨어져서 우리 집에 맞았어요. 걘 아무 잘못 없어요.” 아이를 잃은 어머니도 절규하며 와드에게 이 끔찍한 현실을 제대로 찍으라고 호소한다. 병원이 폭격당해 새로 건물을 구해서 병원을 꾸리기도 한다. 여러 동지와 친구들을 잃었지만 슬퍼할 여유도 없다.

와드는 언제 사마를 잃거나 자신이 먼저 죽을지 모르는 공포 속에서도 굳건히 저항 정신을 지킨다. 또한 폐허 속에서도 사마에게 평범한 추억을 안겨주려고 노력한다. 동네 아이들과 함께 폭격으로 파괴된 버스를 색색깔로 칠하며 즐거운 한때를 보낸다. 폭격을 피해 지하에 교실을 만들기도 한다. 이들에게 폭격은 일상이 되어버렸다. 어린 사마는 폭격기 소리가 익숙한 듯 더는 울지 않고 덤덤하다. 이웃 아이는 머리 위로 떨어지는 폭탄들의 이름을 줄줄 꿰고 있다. 한 아이는 “포위되어 힘드냐”는 질문에, “괜찮긴 한데 친구들이 보고 싶다. 떠나지 않고 남은 사람들도 하나둘 건물에 깔리거나 폭탄에 맞아 죽는다.”고 말한다.

와드와 함자는 국제 공동체의 도움을 호소한다. 수많은 사람이 인터넷으로 와드의 보도를 지켜보지만 정부군의 폭격을 멈춰 세우는 사람은 없다. 와드는 “우리에겐 우리뿐”이라고 말한다. 어떤 열강도 시리아 민중의 편이 아니었고, 자신의 이해관계 때문에 수십만 명을 희생시켰다. 2016년 11월, UN과 러시아군이 연락해 “항복하면 살려주겠다. 알레포를 떠나라”고 말한다. 사람들은 이 말을 신뢰하지 않지만, 전기도 물도 없는 상황에서 더는 버틸 수 없어 떠난다. 떠나면서도 이렇게 말한다. “여긴 우리 도시예요. 쫓겨나고 싶지 않아요.”, “우리는 반드시 돌아온다.”

영화는 사마의 천진난만한 미소로 끝난다. 와드는 내레이션으로 사마 같은 아이들이 고통받지 않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그것을 쟁취하기 위해 싸웠기에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지금 사마의 가족은 영국에 살고 있다. 영화를 홍보하며 와드는 이렇게 말했다. “3년 전 우리도 그곳에 있었다. 우리는 죽음으로부터 탈출했지만, 아직 3백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공격받고 있다. 나는 사람들이 〈사마에게〉를 보고 ‘이 일은 역사다’라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 일은 여전히 일어나고 있으며, 사람들은 이제 행동을 해야 할 때가 왔다.”

최근 미국의 이란 공격으로 중동에 또다시 전운이 감돌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한국의 국제적 위상을 높이려고 호르무즈 해협에 파병을 추진하고 있다. 중동의 혼란과 위험을 키우는 모든 제국주의적 개입에 반대해야 한다. 시리아뿐 아니라 예멘, 이라크 등 중동 곳곳에서 이미 수많은 사람이 전쟁의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 영화 〈사마에게〉는 이 끔찍한 전쟁을 당장 멈춰야 한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던진다. 중동 민중들은 스스로 자신의 해방을 쟁취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