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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편지
임금 삭감 반대한다 - 공무원들의 독자편지

코로나19 “영웅들”을 위축시키고 고난의 일상으로 내모는 것

4월 20일 임시국회에서 정세균 국무총리는 시정연설 끝자락에 ”우리 주위 곳곳에 계신 대한민국 영웅들이 위축되지 않고 일상을 회복할 수 있도록, 여야 의원님들께서 도와주십시오!”라는 당부의 말을 했다.

이날 국회는 주되게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안 처리를 위해 소집한 것이다.

추경예산안 중에는 지난해 국회에서 승인된 올해 예산안 중에서 국가공무원의 연가보상비를 전액 삭감해 이를 긴급재난지원금 재원의 일부로 사용할 것을 승인 요구하는 내용도 포함돼 있었다.

그런데 해당 추경안은 정 총리의 발언과는 달리 “영웅들”인 보건의료부문 공무원들(질병관리본부 소속, 지방국립의료원 소속 등), 현장에 파견된 군장병들(군의관, 공중보건의, 간호장병), 수시로 환자 및 의심환자 응급의료와 수송을 맡아온 소방공무원들을 도리어 위축시키고 고난의 일상으로 내모는 것에 다름없다.

소방공무원의 열악한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서 그들의 소속을 국가공무원으로 변경한지가 엊그제인데 실로 날벼락이 아닐 수 없다.

이명박 정부는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든다는 일환으로 각종 법률을 개정한 바 있다.

2011년에 근로기준법의 연차유급휴가규정을 사용자가 노동자에게 2차에 걸친 연차 사용 촉구를 한다면 연차 보상을 면제하고, 남은 연차휴가를 소멸시킬 수 있도록 개정해서 유급휴가의 뼈대를 훼손시켰다.

박근혜 정부는 2013년 이후로 해마다 공무원의 실제 연가보상일수를 13일부터 시작하여 단계적으로 줄였고, 문재인 정부는 (비록 예산이 전액 삭감되었지만) 올해 연가 중 8일만, 역대 최하한의 보상기준을 마련한 바 있었다.

정부가 코로나19 정국에 필요한 긴급예산을 편성함에 있어서, 그 효과를 기대할 수도 없는 공무원인건비를 삭감하기로 한 것은, 그동안 공무원 노동자들의 불만 때문에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한 일을 이번 기회에 은근슬쩍 끼워 넣으려는 수작 같다.

박종남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법원본부 소속 조합원

국가공무원노조 노조 지도부는 임금 삭감을 수용해선 안 된다

문재인 정부는 공무원 노동자들의 연가보상비 전액을 삭감하고(3953억 원) 공무원 채용 연기로 미집행된 인건비로(2999억 원) 긴급재난지원금 재원을 마련하겠다고 한다.

낮은 임금과 인력 부족 속에 일하는 공무원 노동자들의 임금을 삭감하겠다니 분노스럽다.

이런 상황에서 내가 속한 공노총의 국가공무원노조(국공노)와 그 소속인 국토교통부노동조합(국토부노조)은 기획재정부·인사혁신처와 협의한 결과를 전하며 “공무원 노동자도 정부의 발표대로 ‘연가보상비 삭감’ 등으로 고통 분담에 동참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노조는 임금 삭감에 대해 ‘불이익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한다.

우선, 국공노와 국토부노조 지도부는 이런 결정을 하면서 조합원들의 의견을 묻지도 않았다. 또, 코로나19 사태와 인력부족 속에서 자신이 맡은 업무 이상의 초과근무를 하는 공무원 노동자들이 왜 실질 임금 삭감의 고통을 져야 하는지 설명도 하지 않았다.

노조 지도부는 조합원들의 ‘불이익 최소화’를 위해 정부와 협의하겠다고 하지만 그 협의에서 지도부가 낸 요구는 ‘총액인건비 세부운영지침 변경’과 ‘미사용 연가를 저축할 수 있도록 하겠다’처럼 조합원의 불만과 분노엔 한참 못 미친 것들이었다.

기재부와 인사혁신처는 노조 지도부의 요구조차 추경안 통과 후에야 검토해 보겠다는 식으로 나왔다.

기재부와 인사혁신처가 그나마 ‘약속’한 것은 이후 노동자들을 공격할 때 노조와 미리 협의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런 공격이 벌어진다면 노조는 정부와 협의를 하는 게 아니라 공격에 맞서 싸워야 할 것이다. 협의를 한다 해서 정부가 개악을 철회하진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간 정부는 공무원 노동자들에게 수없이 임금 동결을 요구했고, 반강제적인 임금 반납과 성금을 강요해 왔다. 초과근무 수당 등 각종 수당 삭감뿐 아니라 직무급제로 개편 시도, 공무원연금 개악 등 우리를 공격해 왔다. 얼마나 더 공무원 노동자들이 고통을 감내해야 하는가!

노조 지도부가 정부의 고통분담론을 받아들이겠다는 태도를 취하는 것은 문제다. 자신이 맡은 업무를 열심히 하며 사회에 기여한 공무원 노동자를 비롯한 모든 노동자들이 왜 고통을 분담해야 하는가? 책임져야 할 자들은 방역의 책임이 있는 문재인 정부와 오로지 이윤을 우선한 기업과 자본가들, 그리고 평범한 사람들의 고통을 기회로 삼아 부를 얻고자 하는 이들에게 있다.

그동안 국공노와 국토부노조 지도부가 공무원 노동자들의 노동조건 방어와 개선을 위해 제 목소리를 내지 않고 양보를 거듭한 것이 조합원들의 무관심과 냉소, 수동화를 낳은 측면이 있다.

국공노와 국토부노조 지도부는 현장 조합원들의 불만과 분노를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

김영태 국토부노동조합 조합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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