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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베스 암살을 부추기는 미국 우익

미국의 대표적 기독교 근본주의자인 팻 로버트슨이 8월 22일 자신이 진행하는 토크쇼에서 차베스 암살을 선동하고 나섰다.

그는 “차베스 제거를 위해 2천억 달러 짜리 전쟁을 할 필요는 없다. 비밀 작전 요원들을 동원하면 된다”며 ‘제거 방법’까지 친절히 제시했다. 그는 여론의 질타를 받고 ‘사과’를 했다.

그러나 로버트슨은 여전히 차베스가 미국의 위협이며 암살이 언제나 나쁜 것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급히 “부적절”, “도움이 되지 않는 발언”이라고 논평했지만 강하게 비난하진 않았고, 조지 부시는 가타부타 언급이 없었다.

〈뉴욕 타임스〉가 지적했듯이 만약 “시리아의 이슬람 지도자가 ‘알­자지라’에 출연해서 미국 대통령을 암살하겠다고 선언했다면 백악관의 반응이 과연 지금 같았을까?”

로버트슨을 단지 미친놈이라고 치부해 버릴 수도 있다. 그가 페미니즘을 “사회주의적이고 반(反)가족적인 정치운동으로서, 여자들이 자식들을 살해하게 하며, 마녀술에 빠지게 하고, 자본주의를 파괴하며, 동성애자로 만든다”고 말할 때면 그렇게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로버트슨은 1988년 미국 대통령 경선 후보였을 뿐 아니라, 대법관 임명 과정에서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공화당 내 주요 인물이며, 부시의 당선에 중요한 구실을 했다. 또한 그는 미국 지배자들 내 일부의 소망을 ‘나름의 방식’으로 대변해 왔다.

예를 들어, 1999년 로버트슨은 “특전사를 보내 오사마 빈 라덴이나 김정일을 암살하자는 것은 아주 음모적이고 사악하게 들릴 수 있다. 하지만 밀로셰비치, 후세인 등을 암살하는 것이 수십억 달러를 들여 전쟁하는 것보다 훨씬 낫지 않을까?”하고 말했다.

로버트슨은 차베스에 대한 자기 발언의 목적이 “심각해지는 문제에 대해 우리 정부의 관심을 환기시키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라틴아메리카에서 급진적 정치세력이 등장하는 것에 대한 경각심을 표현했던 것이다.

실제로, 미국이 이라크에 발목이 잡히면서 라틴아메리카의 급진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최근 미국 지배자들 사이에서 확산돼 왔다.

많은 미국 지배자들은 차베스가 라틴아메리카 급진화의 ‘배후 인물’은 아니더라도 중요한 상징임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물론 미국 정부는 이미 2002년 베네수엘라 우익 쿠데타 시도에 직접적으로는 아니더라도 간접적으로 개입했다.

쿠데타 실패 후 부시 정부는 차베스 정부에 대한 공식 정책은 적극적 개입이라기보다는 ‘봉쇄’라고 설명해 왔다.

하지만 이것은 더 근래에 에콰도르·볼리비아 등 안데스 지역을 중심으로 대중 항쟁과 혁명적 운동이 확산되고, 이것을 차베스의 ‘볼리바르 혁명’이 고무한 ‘혐의’가 드러나면서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차베스가 미국과 독립된 지역 동맹을 주장하고 중국·이란과 관계 개선을 하는 것도 부시의 눈에 거슬렸을 것이다.

부시 정부는 안데스지역·베네수엘라 인접 국가, 즉 페루와 우루과이에 새로 미군 기지를 건설하는 등 지역의 군사적 관계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대응하려 했지만 아직 성공하지 못했다.

결국 미국은 빠져나갈 수 없는 모순에 직면한 듯하다. 라틴아메리카에 대한 영향력을 유지하기 위해서 반드시 개입해야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라크의 상황 때문에 직접 개입이 쉽지 않고, 다른 한편 라틴아메리카 지역 지배자들을 대 차베스 전선에 끌어들이는 것도 쉽지 않다.

또한 베네수엘라 우익들도 지지를 회복하지 못한 채 여전히 궁지에 몰려 있을 뿐 아니라, 어설픈 개입은 오히려 대미 석유 수출 중단 등 역풍을 부를 수 있다.

로버트슨은 여기서 돌파구가 필요하다고 생각한 미국 지배자 중 한 명이지 결코 정신나간 미치광이가 아니다. 다만, 과장되게 떠벌리기를 좋아한 덕분에 여론의 뭇매를 맞았을 뿐이다.

암살은 미국 지배자들에게 낯선 방식이 아니지만 미국 정부가 실제로 차베스의 암살 기도를 준비하는 데까지 나갔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베네수엘라 우익들 중 일부가 이에 고무받을 가능성은 존재한다.

베네수엘라 우익들은 대중적 인기가 없고 2004년 대통령소환국민투표의 실패 이후 분열해 있다. 그러나, ‘볼리바르 혁명’에는 대중의 열정적 지지에 기반하면서도 막상 정치적 일정이 전적으로 차베스 개인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약점이 있다. 이것을 노리고 우익이 모험을 감행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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