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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포통합선거 전술 논란

민주노동당 서울시당의 지역위 통합 선거가 모두 마무리됐다. 통합 지구당 임원 선거는 대부분 경선이었다.

이 때문에 '다함께' 당원들은 흔히 누구를 지지할 것인가 하는 쉽지 않은 선택에 직면했다.

올바른 정치적 판단을 위해서는 신빙성 있는 정보가 필수적이다. 그렇지 못한 경우 토론 자체가 가능하지 않다. 보고와 정보는 민주주의의 출발이다.

민주주의의 출발선 자체가 불안하다 보니 민주적 토론을 하기가 매우 어려운 경우도 있었다.

이 때문에 후보들의 정치 성향과 활동 경험, 평당원들의 정서, 후보들의 정치적 기반과 세력 등을 정확히 파악해 전술을 결정한다는 것이 거의 모험에 가까운 경우도 있었다.

또, 후보 간의 미묘한 차이점을 밝혀내기 위해서는 지역위 기층 당 활동가들과 밀착해 있어야 하는데, 일부 ?다함께? 당원들은 그렇지 못하다 보니 자신들의 협소한 경험과 정보에 근거해 잘못된 정치적 판단을 내려 부적절하게 투표했다.

지면 제약상 모든 지역위를 다룰 수는 없어 마포지역위 선거를 예로 몇 가지 평가를 해 보고자 한다.

마포지역위 위원장 선거에 출마한 두 후보 ― 전 위원장 정경섭 씨와 전 부위원장 김태완 씨 ― 는 그 동안의 당 활동을 통해 많은 당원들로부터 신뢰를 받고 있었다.

두 사람은 모두 지난해 공무원 파업 때 연대 캠페인을 건설했고, 12월 당 총진군 대회 때는 1백 명이 넘는 당원들을 동원하기도 했다.

그러나 선거 동안에 둘 사이에는 미묘한 차이가 생겨났다.

김태완 선본이 지역 사업과 통일을 중점적으로 제기하고 다른 사회적 쟁점에 대해서는 대체로 말을 아꼈던 반면, 정경섭 선본은 민감한 쟁점에 대해 입장을 냈다.

가령, 정경섭 선본은 아시아나 조종사 파업을 지지했다. 뿐만 아니라, X파일 규탄, 비정규직 권리 보장, 노무현 정부에 대한 분명한 비판을 표방했다.

이것은 아마도 정경섭 후보의 지지 기반과 관련이 있었던 듯하다. 노동조합 소속 당원들은 대부분 그를 지지했다.

특히, 홍세화 씨의 지지 선언은 상대적으로 폭넓은 당원들이 정경섭 후보를 지지하게 만들었던 듯하다.

공약에서도 차이가 있었다. 정경섭 선본은 ("세계적으로 생각하고 지역적으로 행동하라"는 '세계정의운동'의 슬로건을 응용해) "전국적으로 사고하고 지역적으로 행동하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전국적 쟁점을 지역에서 창조적으로 구현하겠다고 말했다.

김태완 후보가 공약의 대부분을 지역 사업으로 채운 것보다는 '상대적으로' 나았다.

선거 기간에 나타난 두 후보의 '상대적' 차이를 본다면, 마포지역위 '다함께' 당원들은 정경섭 후보에게 표를 던졌어야 했다.
안타깝게도, 마포지역위 '다함께' 당원들은 정경섭 후보를 지지하기를 주저했다. 그들은 두 후보의 지지 기반의 차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정경섭 후보의 주장을 '립 서비스'로 간단하게 기각한다거나, 상대적으로 폭넓은 기반을 '위원장 프리미엄' 쯤으로 무시했다.

밖에서 봐도 보이는 두 후보의 상대적 차이를 애써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

선거 전에 특정 후보와 어떤 정치적·감정적 마찰이 있었다손치더라도 냉정하게 판단할 필요가 있다. 그런 점에서 마포지역위 ?다함께? 당원들은 정치적일 필요가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변화하는 상황을 반영해 전술적 유연성을 발휘할 필요도 있었다.

그들은 일단 기권 방침을 결정하자 그 뒤의 변화 상황을 애써 보지 않으려 했던 듯하다. 지역위 선거 과정에서 제기된 논쟁과 각 선본의 주장을 건성으로 넘겼던 듯하다.

그러다 보니 정경섭 후보에 대한 당원들의 지지가 늘어나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왜'라는 물음을 던지지 않았다. 전술을 바꿔야 할 필요성은 전혀 제기되지 않았다.

이번 경험이 자신이 지역위 활동의 유기적 일부였는지를 되돌아보는 계기가 돼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지금이라도 겸허하게 반성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