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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트라제네카 백신 부작용 논란:
문제는 시장 논리에 있다

이 기사를 읽기 전에 “백신 불신 자초한 문재인 정부”를 읽으시오.

혈전 발생 논란으로 접종이 중단됐던 국내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접종이 재개됐다. 문재인 정부는 백신 접종으로 얻을 수 있는 이익이 부작용 위험보다 훨씬 크다며 4월 12일 접종을 재개했다.

정부는 지난해 가을 백신 확보 실패로 비난을 받자,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안전성 불신을 핑계로 댔었다. 그러고는 막상 다른 회사 백신을 확보하지 못했다. 정부 스스로 백신의 신뢰를 떨어뜨린 셈이라 정부는 백신 접종 문제로 계속해서 곤란을 겪고 있다.

정부는 30세 미만 청년들은 다른 백신을 맞는 게 좋겠다며 사실상 접종을 미뤘다. 그러나 30세 미만 청년들에게 위험도가 더 커서 그렇게 결정한 것은 아니다. 코로나19는 60세 이상인 사람들에게서 중증으로 진행하거나 사망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80대의 경우 치명률이 20퍼센트에 이른다. 반면 30세 미만은 감염돼도 중증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매우 작다.

따라서 문재인 정부는 20대 청년들은 백신 접종으로 얻을 이익이 작아 굳이 위험을 감수할 필요가 없다고 본 것이다. 조금 앞서 영국 보수당 정부도 같은 이유를 들어 같은 결정을 내린 바 있다.

한편, 독일 등 일부 나라 정부들은 훨씬 광범한 층을(60세 미만 등)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 대상에서 제외시켰다. 노르웨이와 덴마크 등 아예 접종을 금지시킨 나라들도 있다. 그러다 보니 백신의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그러나 4월 7일 유럽 의약품청과 영국 ‘의약품 및 보건의료 제품 규제청’이 각각 조사한 결과를 보면, 독일 정부 등이 아스트라제네카의 부작용 위험성을 실제보다 크게 부풀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백신의 유용성 대신 부작용에만 주목함으로써 사람들을 헷갈리게 만들고 있다.

두 기관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혈전과 관련된 심각한 부작용을 “매우 드물게” 일으키는 듯하다고 발표했다. 그 빈도가 매우 낮으므로 백신 접종을 계속할 것을 강력히 권고했다.

유럽 의약품청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극히 일부 사람들에게서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항체뿐 아니라 인간 혈소판에 대한 항체도 만들어 낸 결과로 혈전이 발생한 것일 수 있다고 밝혔다.

혈소판은 출혈이 생기면 혈액을 응고시켜 추가 출혈을 방지하는 구실을 한다. 그런데 백신이 만들어 낸 항체가 혈소판에 결합되면 혈액 응고 기능이 혈관 내에서 활성화되면서 혈액이 굳고(혈전), 이 혈전이 혈관을 막으면 각종 장기의 기능에 문제를 일으키거나 심하면 사망에 이른다. 또, 혈소판이 급속히 소모되므로 혈소판이 부족해진다(혈소판 감소증). 이런 상황에서 어떤 이유로든 출혈이 시작되면 과다 출혈로 생명이 위험해질 수도 있다.

다만, 이런 부작용이 어떤 사람들에게, 왜 생기는지는 아직 정확히 알지 못한다. 세계보건기구가 부작용 가능성에 대해 “타당성이 있지만 증거는 없다”고 확대 해석을 경계한 이유다.

혈전 부작용 발생 빈도는 실제로 “매우 드물다.” 유럽 의약품청의 발표에 따르면, 2021년 4월 4일 현재 유럽경제지역(EEA)과 영국에서 총 3400만 명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접종받았는데 이 중 222명에게서 ‘혈소판 감소증을 동반한 혈전증’이 발견됐다. 100만 명당 6.5명꼴이다. 영국에서는 100만 명당 4명꼴로 나타났다. 사망자는 이들의 10~20퍼센트가량인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 의약품청은 이것이 자연발생률(100만 명당 1명 정도)보다는 높은 수치이지만, 인과관계가 명확히 입증되지 않았고 발생 확률도 여전히 희박해서 접종에는 문제가 없다고 봤다. 다만, 같은 기간 영국에서 화이자 백신을 접종한 1100만 명 중 두 명에게서만 비슷한 증상이 발견된 점을 고려하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과 혈전 발생 사이에 연관성은 없지 않은 듯하다고 판단했다.

한국 전문가들이 예측한 결과를 보면, 한국에서 전 국민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접종할 경우 170명에게서 혈전 부작용이 나타나고 이 중 25명가량은 생명에 지장이 올 수도 있을 것으로 예측됐다. 실제로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 예정자는 1000만 명 정도이니 그 수는 더 적을 듯하다.

이런 부작용은 아무리 소수여도 피해 당사자에게는 치명적일 수 있기 때문에 간단히 무시하기 어려울지 모른다. 그러나 백신을 접종하지 않을 경우 감염병 유행을 막기 어렵고, 치명적 위험에 놓일 사람들이 월등히 많다는 불가피한 현실을 고려해야 한다.

영국에서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으로 60대 이상 노인 10만 명당 중환자 발생을 410건이나 줄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접종한 대부분의 지역에서 접종자 중 중환자와 사망자 발생이 크게 줄었을 뿐 아니라 감염자 수도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에서도 감염이 지금 수준으로 확산된다고 가정하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으로 예방할 수 있는 중환자·사망자 규모가 적어도 수천 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유럽 주요국들이나 미국, 브라질처럼 확진자가 크게 늘어나는 상황을 가정하면 백신 접종으로 얻는 이익은 더 클 것이다. 코로나19 감염으로 전 세계적으로 매일 1만여 명이 사망하고 있으니 말이다. 더 나은 백신이 있다면 효과는 더 좋을 수 있다.

문제는 거대 제약회사들과 주요 선진국 정부들이 지적재산권을 고수하며 생산과 관련된 결정을 독점하고 있기 때문에 혈전 부작용 발생 보고가 거의 없는 백신을 충분히 보급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점에서 문재인 정부도 원활한 백신 공급에 실패해 선택지를 줄이는 데 일조했다.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생산을 쉽게 늘릴 수 있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면 다른 거대 제약회사들과 경쟁국 정부들은 큰 이익을 볼 것이다. 화이자, 모더나 등의 백신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보다 10배 이상 비싸다. 새로운 백신 후보 물질들의 임상 시험 승인과 출시는 갈수록 미뤄지고 있다.

선진국 정부들은 백신 가격 등 제약회사들과의 협상 내용을 비밀에 부쳐 제약회사들의 시장 지배력을 지켜 주고 있다. 문재인 정부도 마찬가지다. 그런만큼 빈국들은 거대 제약회사들과 불리한 조건에서 가격 협상을 해야 할 것이다.

이번 논란은 효과적인 백신 개발에도 불구하고 이윤 논리가 어떻게 팬데믹 탈출을 가로막고 있는지 보여 주고 있다. 지난 몇 주 사이에 세계적으로 확진자는 크게 늘어나고 있지만, 백신 생산은 이윤 논리에 가로막혀 늘지 않고 있다.

그러는 사이에 변이 바이러스가 늘어나면 인류는 새 백신이 나올 때까지 또 기다려야 할 수 있다. 전체 인구의 60퍼센트에 대한 접종을 마친 이스라엘에서는 최근 접종자들에게서 남아공 변이에 대한 면역력이 상대적으로 매우 낮다는 보고가 제출된 바 있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면 다른 거대 제약회사들과 경쟁국 정부들은 큰 이익을 볼 것이다 ⓒ사진공동취재단

자본주의 정부들의 발표를 얼마나 믿을 수 있을까?

코로나 팬데믹은 자본 축적과 시장 경쟁으로 작동하는 이 체제가 어떻게 과학의 발전을 가로막고 그에 결부된 대중의 안전을 위태롭게 하는지 적나라하게 보여 주고 있다.

지금 코로나 바이러스 자체에 대한 연구도 충분치 않다. 그래서 주요 기구들의 발표조차 예전만큼 신뢰도가 높은 편은 아니다. 하물며 백신의 효과와 부작용에 관해서라면 각국 정부들과 거대 제약회사들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이들의 발표만으로는 진실을 파악하기가 매우 어렵다. 이해관계는 종종 연구의 목적과 수단을 뒤틀어 놓고 심지어 분석과 결과 조작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그럼에도 지금으로서는 상대적으로 많은 정보를 바탕으로 관련 분야 전문가들의 동료평가를 거친 연구 결과들을 참고하는 게 상대적으로 나은 선택일 것이다. 동료평가도 거치지 않았거나 너무 소수의 사례를 대상으로 한 연구들은 그 신뢰성이 낮다.

자본가들도 안정적 이윤 획득을 위해 경쟁해야 하는 처지에 있으므로 경쟁 상대보다 객관적인 사실들을 잘 알 필요는 있다. 상상이나 희망에 의존해 공장을 가동했다가는 경쟁에서 뒤처지거나 아예 망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들이 연구·개발에 투자를 하는 이유이다. 코로나 팬데믹 하에서도 지배자들 다수는 안정적 이윤 획득을 위해 팬데믹을 하루빨리 벗어나야 한다는 데에 의견이 일치했다(지배자들 중 일부는 황당한 믿음을 전파하려 하지만).

그런데 그 과학적 견해나 일치된 의견이 합리적인 실행으로 옮겨지지 않는 것은 경쟁적 축적의 압력 때문이다. 당장의 경쟁 압력은 과학으로 가까스로 얻은 통찰조차 종종 무용지물로 만들어 버린다. 감염이 확산될 것이 뻔한 상황에서 경제 활동을 재개하려고 방역을 완화하거나 빈국에 백신을 공급하지 않는 것이 그런 사례라 할 수 있다. 전자의 경우 즉각적으로, 후자의 경우 변이 바이러스의 발생을 방치함으로써 팬데믹 위기를 악화시킬 수 있다.

자본주의 사회의 지배자들은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려 하지만, 근시안적 개별 조처들이 결국 전체로서 어떤 결과를 낳을지에는 관심을 두려 하지 않는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발전한 유전학과 분자생물학적 분석 기술들은 팬데믹의 원인이 자본주의적 농·축산업과 토지 이용에 있었음을 증명하는 유용한 도구였다.

또, 대기과학은 지구 역사상 최초로 인류라는 종이 지구 전체의 기후를 변화시키고 있음을 알 수 있게 했다.

그러나 그러한 연구의 성과와 기술들은 인류가 역사상 최악의 위험에서 벗어나도록 돕는 데 사용되지 못하고 있다. 그 수단과 결정권이 상호 경쟁과 자본 축적 압력에서 벗어날 수 없는 자본가들의 수중에 있기 때문이다.

인류를 구하려면 통제권을 이들의 수중에서 뺏어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