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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을 장담할 수 없는 사기극

10월 15일에 치러진 이라크 헌법안 찬반투표는 지난 1월 총선과 많이 닮았다. 두 선거 모두 점령 치하에서 치러졌고, 투표 며칠 전부터 야간 통행금지가 실시됐다.

공항과 주요 도로는 봉쇄됐고 선거 당일에는 아예 차량 이동 자체가 금지됐다. 투표와 무관하게 저항세력과 민간인에 대한 공격이 계속됐다. 그 때나 지금이나 부시는 이것이 “민주주의”라고 우긴다.

물론 부시의 주특기인 선거 부정이 빠질 수 없다. 선거 이후 확인되고 있는 소식들은 이라크 전역에서 ― 특히 접전 지역인 니네베 주에서 ― 대규모 선거 부정이 있었음을 보여 준다.

이름과 달리 미국이 만든 기구인 이라크독립선관위조차 시아파와 쿠르드족이 다수인 주의 투표율이 “비정상적으로 높았다”고 시인했다. 이들 12개 주 모두 찬성률이 90퍼센트 이상이었고, 어떤 경우에는 99퍼센트나 됐다. 독립적인 참관인들은 시아파와 쿠르드족이 다수인 12개 주에서 지역 선거관리위원들에 의한 대규모 선거 부정 행위가 있었다고 증언한다.

모술 ― 니네베 주의 수도 ― 주둔 미군 병사들은 〈타임〉 기자에게 지역 선거관리위원들이 투표자들에게 혼란을 주기 위해 선거 당일에 투표소를 옮겼다고 말했다. “선거인 명부를 아예 투표함과 따로 설치·확인하도록 했다는 보고들도 있다. 이것은 부정 투표의 가능성을 뜻한다.”

이라크선관위와 언론들은 니네베 주에서 찬성표가 많았다고 말하지만 이것은 매우 의심스럽다. 예컨대, 미국의 안보정책분석가인 개리스 포터는 “IPS 통신이 모술의 미군 장교들에게서 입수한 [니네베] 주의 최종 공식 집계에 따르면 헌법안은 사실상 매우 큰 표차로 부결됐다”고 주장한다.

선거 부결 선동을 주도한 ‘국민대화평의회’(National Dialogue Council) 역시 5개 주에서 3분의 2 이상의 투표자들이 반대표를 던졌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콘돌리자 라이스는 “헌법안 초안 승인이 이라크에서 저항세력의 공격을 크게 약화시킬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헌법안이 ‘통과’되더라도 그것이 미군의 점령 ― 그리고 미국과 점령 지지 세력이 획책하는 이라크 국가 분할 ― 을 이라크인들이 용인한다는 뜻은 결코 아니다. 수니파 지역인 안바르 주와 살라후딘 주는 압도적으로 헌법안에 반대했다.

이라크 전문가이자 저명한 안보분석가인 앤서니 코즈먼은 선거 당일 공격이 더 적었다 하더라도 저항이 잦아들고 있다는 징후는 전혀 없다고 말한다.

코즈먼은 투표 전 몇 주 동안 매주 5백70회의 저항 공격이 있었고, 이는 2월부터 9월까지의 매주 평균 4백70회보다 많은 것이라고 말했다. 미 행정부가 최근 의회에 제출한 보고서를 봐도 그 전의 최대 저항 회수는 2004년 6월에서 11월까지의 주당 5백40회였다.

코즈먼은 이렇게 덧붙였다. “나는 정치권 인사들이 저항이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을 때 상당히 놀랐다. 이라크 주둔 지휘관들은 정반대로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워싱턴 포스트〉는 의미심장하게도 남부 시아파 지역의 투표율이 1월 총선보다 크게 낮아졌음을 지적한다. 대략 45만 명의 나자프 지역 유권자 가운데 50퍼센트 정도만이 투표에 참가했다. 1월 총선 때의 투표율은 80퍼센트가 넘었다. 〈워싱턴 포스트〉는 이것이 시아파 성직자들의 영향력 감소를 암시한다고 말했다.

시아파 성직자들은 지난 1월 총선을 지지했고 현 정부를 구성하고 있는 시아파 정당들 ― ‘다와당’과 ‘이라크이슬람혁명최고평의회’ ― 에게 투표하라고 호소했다. 그러나 그들이 집권한 지 6개월이 다 되도록 점령 종식은커녕 사회기반시설과 치안 상황조차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

나자프 서부지역의 도시인 카르발라의 주민이자 실업자인 압바스 파테르는 이렇게 말했다. “마르지야[marjiya: 매우 영향력 있는 시아파 종교기구]는 ‘찬성표를 던지라’고 말한다. 하지만 나는 전혀 그럴 마음이 없다. … 그들은 지난번에 [시아파 선거] 연합을 지지하라고 말했다. 나는 그렇게 했다. 대체 우리가 얻은 게 뭔가?”

지난 9월 19일 바스라에서 일어난 영국군의 이라크 경찰서 습격 사건이 분명 이러한 정서를 더욱 강화했을 것이다.

그 동안 미국은 저항세력의 분열을 도모하기 위해 온건한 수니파 지도자들을 정치 과정에 끌어들이려 애써 왔다. 그러나 지금 대규모 사기극이 확인되면서, 수니파 정치인들이 ― 수니파 ‘무슬림학자연합’이 경고했듯이 ― “기만당했”음이 분명해지고 있다. 만일 미국이 헌법안 통과를 밀어붙이려 한다면 상황은 더욱 악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