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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세인 재판 - 이라크인이 아니라 점령군을 위한 재판

지난 19일 이라크에서 옛 독재자 후세인에 대한 재판이 시작했다.

후세인이 잔혹한 독재자였음은 의문의 여지가 없는 사실이다. 그는 수십 년 동안 시아파와 쿠르드족을 박해해 왔다.

그러나 지금 진행되는 후세인 재판은 민주주의와 아무 관련이 없다. 그를 재판하려는 자들이 그럴 자격이 없는 부시와 점령 세력이기 때문이다.

미국은 이라크를 불법 침략했다. 지금 재판을 진행하는 이라크 특별법정 역시 국제법상 불법이다. 국제법에 따르면, 후세인 재판은 유엔이 관할하는 국제형사재판소(ICC)에서 제3국 출신 판사들에 의해 진행돼야 한다.

후세인 시절은 비참했다. 그러나 미군 점령 하의 이라크는 그 때보다 더 비참하다. 이라크 침략과 점령으로 10만 명이 넘는 이라크인들이 사망했다. 그 전에는 미국이 주도한 유엔의 경제제재로 1백만 명 이상이 죽었다.

후세인 시절에는 적어도 전기와 수도는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조차도 없다. 이 모든 책임이 부시와 점령군에게 있다.

미국 정부는 이 재판이 ‘이라크인에 의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국제 인권단체 ‘휴먼 라이츠 워치’는 “재판소 설립 당시 이라크인들의 의견 참여 등 투명한 과정이 배제됐음에도 ‘이라크인들이 주도하는’ [재판]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말한다. 재판이 진행되는 이라크 특별법정은 점령당국인 연합군정청(CPA)이 설립했고, 재판관들은 지난 몇 달 동안 영국에서 일종의 ‘비밀과외’를 받았다.

무엇보다, 후세인은 다름아닌 미국이 키운 범죄자다. 1990년 8월 후세인의 군대가 쿠웨이트를 점령하기 전까지 미국은 후세인이 저지르는 온갖 만행을 눈감아 주었다. 후세인이 미국의 중동 지역 하수인이었기 때문이다. 미국이 지지하거나 묵인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사건들 ― 1991년 걸프전 직후 남부 시아파 학살 ― 은 재판에서 다뤄지지도 않을 것이다.

후세인은 심판받아야 한다. 그러나 독재자를 후원한 제국주의 점령 세력이 아니라 이라크 민중이 자주적으로 후세인을 심판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