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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대 법인화는 노동자ㆍ서민 자녀들의 교육 기회를 빼앗을 것”

최근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국립대 법인화에 맞서 교수·교직원·학생 들이 함께 투쟁에 나서고 있다.
〈다함께〉는 가장 적극적으로 투쟁에 나서고 있는 공무원노조 교육기관본부의 이태기 본부장을 만나 국립대 법인화 반대 투쟁에 대해 얘기를 들어봤다.

● 정부의 국립대 법인화가 노리는 것

정부는 국립대학이 의사결정이나 재정 운영, 인력 부분에 있어 자유롭지 못해 경쟁력이 없다며 법인화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정부가 국립대학에 요구하는 경쟁력은 무엇입니까?

지난 10월 1일 EBS 토론회 때 토론자로 나온 사람들의 면면을 보면, 정부가 교육을 어떤 눈으로 바라보는지 알 수 있습니다.

〈한국경제신문〉 논설주간이 대표로 나와서 법인화 찬성 주장을 했고, 현재 교육부 대학구조개혁추진단장은 경제전문가 출신입니다. 바로 경제의 눈으로 교육을 바라보고 있는 것이죠. 이것이 교육의 위기를 가져온다고 생각합니다.

정부가 국립대학에 요구하는 경쟁력은 얼마나 ‘산학협력을 잘 하는가, 돈을 많이 버는가, 저렴한 고급인력들을 많이 만들어 내는가’처럼 자본의 논리에서 바라본 경쟁력입니다.

정부가 모델로 제시하고 있는 일본을 봅시다. 일본은 작년부터 89개 대학을 법인화했습니다. 이는 행정기관을 15퍼센트 축소하는 구조조정과 맥을 같이 하고 있습니다. 국립대학 소속 공무원인 교수·직원 12만 9천 명을 하루아침에 법인 소속의 비공무원으로 전락시켰습니다.

이는 신자유주의가 추구하는 노동유연화, 민영화라는 큰 틀에서, 국가기관을 민영화하고 노동유연화를 추진한 겁니다. 한국은 일본을 그대로 닮아가고 있는 것이죠.

일본의 경우 법인화 이후 1천1백억 엔 정도 흑자라고 떠벌리고 있는데, 그 중 1천50억 엔은 법인화하면서 등록금 남은 것, 대학병원의 약품과 재고를 계산한 것입니다. 실제 흑자는 50억 엔 정도인데, 89개 대학으로 나누면 한 대학에 3∼4억 엔 정도죠.
이것도 운영비·강사료·석좌교수를 줄이고, 학교를 TV나 영화 촬영장소로 대여해 주고 돈을 받고, 학교기업을 만들어서 직원을 통해 물건들을 판매하도록 한 겁니다.


● 국립대 법인화를 반대하는 이유

국립대학은 무엇보다 공공성이 중요합니다. 저렴한 비용으로 노동자·농민·서민의 자녀들이 고등교육의 기회를 제공받도록 하고, 학문연구에서 공공성과 중립성을 보장하고, 특히 사회가 외면할 수 있는 기초학문에 대해서 국립대학이 육성·발전시키는 것이 국립대학의 목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세계 어느 나라도 일본이나 우리 나라처럼 사립대학이 많은 나라가 없습니다. 우리 나라의 경우 3백40개 대학 중 51개가 국·공립이고 나머지는 사립입니다. 국립대학에 대한 정부 지원도 GDP 0.3퍼센트(1조 8천억 원)밖에 안 됩니다. 그러나 미국의 경우에도 80퍼센트, 호주의 경우 100퍼센트가 국·공립대학입니다.

그나마 얼마 되지 않는 국·공립마저 사영화와 다름없는 법인화를 하겠다는 것은 고등교육을 국가가 책임지지 않겠다는 것이죠.

[국립대가] 법인화 되면 기존의 운영비가 보조금이나 교부금 형태로 내려오게 되고, 운영주체가 국가에서 법인의 이사회로 바뀝니다. 그렇게 되면 정부는 재정 지원을 포기하게 될 겁니다. 일본의 경우에도 정부 지원은 연간 1퍼센트씩 삭감하고, 법정 등록금도 지금보다 2∼3배 정도 인상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대학들은 재정 확충을 위해 정부의 말을 잘 듣고, 등록금 인상·발전기금·영리사업을 할 수밖에 없죠. 결국 교수·직원·학생들이 자율적으로 할 수 있었던 부분이 오히려 봉쇄되고, 총장이나 이사회 권한만 강화될 겁니다. 돈이 안 되는 기초학문이 고사 위기에 놓이고 지역균형 발전에도 역행합니다.

지난 9월 김진표 장관은 “서울대가 특수법인화된다면 자연스레 등록금을 현실화하고, 가난한 학생들은 학자금 융자를 받도록 하는 게 옳다고 생각한다”고 밝혔죠.

등록금 인상은 서민경제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줍니다. 가진 자의 자녀들만 고등교육의 기회가 주어져 부익부빈익빈 현상이 발생합니다. 발전기금도 서울대와 지방대 중 어디가 유리하겠습니까? 서열이 높은 대학이 당연히 유리하겠죠. 대학 간의 빈익빈부익부 현상이 나타날 겁니다. 개인간, 학교간 빈부격차가 첨예해지고, 대학간 학벌과 서열화가 고착화될 것이 불 보듯 뻔합니다.

법인화가 되면 현행 공무원 신분인 교직원이 법인의 직원이 됩니다. 그렇게 되면 유연한 고용 형태와 급여 체계가 가능해집니다. 학교 운영비에서 70∼80퍼센트는 인건비에요. 구조조정은 불을 보듯 뻔합니다.

일본 신문의 설문조사를 보면 교수들도 67퍼센트가 연구여건이 나빠졌다고 말합니다. 정규직 충원이 안 되고, 계약직이나 비정규직으로 충원이 될 겁니다. 시간강사가 늘고, 강사료가 줄어들 겁니다. 더군다나 시설, 전산소, 도서관, 학사업무는 아웃소싱[분사화]으로 돌릴 겁니다.

● 국립대 법인화를 막기 위한 투쟁

교수노조, 국교련, 민교협, 전국대학노조, 전국공무원노조와 국립대 학생들이 모여 만든 ‘국립대공투본’이 참관단체로 참여해 함께 ‘국립대 법인화 저지와 교육 공공성 강화를 위한 공동투쟁위원회’를 꾸렸습니다.

9월 24일에는 교수노조 1천5백 명, 10월 8일에는 학생들 1천 명, 10월 15일에는 공무원노조와 대학노조 4천 명 정도가 집회를 했습니다. 오는 11월 12일에도 ‘국립대 법인화 저지와 교육공공성 강화를 위한 전국공무원노동조합 2차 총궐기 대회’를 열 계획입니다.

9월 24일에 교수들이 집회를 한다고 하니까 정부가 9월 21일에 ‘국립대운영체제개선협의회’를 구성했습니다. 10월 말까지 합의점을 찾아서 정기국회에 법안을 상정할 예정이었죠. 10명이 참여했는데 국교련과 나를 빼고, 법인화에 찬성하는 KDI를 비롯한 경제인들 일색이었습니다. 그래서 법인화를 전제로 한 위원회는 참여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습니다.

현재 법인화 관련 법안은 정기국회에 올라와 있지 않고 초안 형태만 나와 있습니다. 그러나 한나라당 이주호 의원을 포함해 12명이 발의한 ‘국립대 재정운영에 관한 특별법’이 올라와 있습니다. 그 내용은 국고와 기성회계, 발전기금 등 대학 회계를 하나로 통합하는 안으로써 국립대 법인화를 전제로 한 사전포석입니다.

일부에서는 전체 국립대학을 다 민영화하기에는 무리가 있으니, 인천시립대를 국립대학으로 바꾸고 울산대를 신설하면서 두 대학을 법인화하자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지만 우리는 부분적인 법인화에도 반대합니다.

그 동안 투쟁의 성과로 이번 정기국회에는 법인화 법안이 상정되지 못할 겁니다. 그러나 방심해서는 안 됩니다. 김진표 장관이 다음 임시국회 때 통과시키겠다고 벼르고 있습니다. 투쟁으로 법인화를 반드시 막아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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