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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화당의 분열과 부패 스캔들

가뜩이나 이라크 점령 위기로 고초를 겪고 있는 공화당이 잇달아 터지는 부패 스캔들로 위기가 더욱 심화하고 있다.

11월 21일에 공화당 상원 원내총무 톰 들레이의 전 대변인이던 마이클 스캔런은 로비스트 잭 아브라모프와 함께 공화당 의원들을 매수하고 미국 원주민들을 속여 1천만 달러 이상을 갈취한 혐의로 기소됐다.

‘아브라모프 스캔들’로 불리는 이 사건은 다른 공화당원들에게로 확대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상원의원 톰 들레이를 포함해 최소한 공화당 상·하원 의원 4명과 보좌관 17명, 전 보좌관들이 조사 대상에 포함돼 있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또, 지난 주에는 상원의원 랜디 커닝햄이 “롤스로이스 자동차, 19세기 루이 필립 옷장, 요트” 등 25억 원 상당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이 사건들이 중요한 것은 단지 공화당이 얼마나 부패한 정당인지를 보여 주기 때문이 아니다. 스캔들에 휘말린 자들은 거의 모두 공화당 실세들이다. 이들은 최근까지 공화당의 규율을 유지하면서 부시 정책을 지지하는 구실을 해 왔다. 이들이 흔들리면서 공화당이 균열을 보이고 있다.

물론 분열은 부패 스캔들 훨씬 전부터 시작됐다.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이라크 점령의 위기였다.

원래 공화당에는 자유의지론자들과 가장 엄격한 가톨릭 도덕론자와 감세 운동가들 등이 공존해 왔다. 노동계급의 후진적인 분자들도 다수 속해 있다. 이것은 전통적으로 노동자들의 지지를 받던 민주당이 클린턴 정부 하에서 크게 우선회한 것과도 밀접히 연관돼 있다.

부시의 보좌관인 칼 로브는 ‘테러와의 전쟁’과 ‘도덕적 가치’ 등을 이용해 다양한 공화당 분파들을 단결시켜 왔고, 2004년 대선 승리도 부분적으로는 이 덕분이었다.

그러나 지금 ‘테러와의 전쟁’의 꽃인 이라크 점령의 정당성이 의심의 대상이 되면서 이들의 지지 기반이 분열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점은 공화당을 지지하던 많은 노동자들이 이라크 전쟁에 돈을 쓰는 것이 자신의 이해관계와 어긋난다고 느끼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카트리나 재난에 대한 부시 정부의 대응은 이런 감정을 강화했다. 또, 재정적자 감축을 위한 사회복지 삭감 등 국내 정책에서 부시의 더 한층의 우선회는 이들과 부시 정부 사이의 거리를 더욱 넓혔을 뿐이다.

그 결과 11월 중순에 공화당은 3개 주에서 커다란 패배를 겪었다. 버지니아 주지사 선거에서 민주당 후보에 패배했고, 캘리포니아에서는 2003년 우파 의제를 내세워 압도적 표차로 당선한 주지사 아놀드 슈워제네거가 주민투표에서 패배했으며, 전통적인 공화당 강세 지역인 콜로라도에서는 각종 사회복지를 줄여서라도 무조건 재정흑자를 유지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작은 정부’ 정책이 주민투표로 철회됐다.

그러나 부시 정부는 당분간 국내 전선에서 우선회를 계속 고수할 듯하다. 이들의 계산은 미국 사회의 양극화 속에서 우파들에게 확실히 의존하겠다는 것이다.

최근 부시는 이주노동자 문제와 사형제도 문제를 부각해 우파 지지자들에게 계속 아부하고 있다.

원래 부시의 입장은 이주자들에게 “임시 노동자” 지위를 부여하는 것이었지만, 지금은 배타적으로 “국경 통제”를 강조하고 있다. 동시에 그는 “사형은 무고한 희생자들을 줄인다”며 사형제도를 적극 옹호했고 1천 번째 사형이 집행됐다.

그러나 이런 전략은 한 가지 잘못된 가정에 근거하고 있다. 그것은 많은 미국인들이 상황 변화에 상관없이 계속 보수 성향을 유지할 것이라는 가정이다. 그러나 세다타운의 예에서 볼 수 있듯이 그들 중 상당수는 부시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고 있다.

겨우 1년 전만 해도 우파들은 환호했고, 우리 운동은 실망에 빠져 “부시의 나라”가 도래했다고 말했지만 지금은 아무도 이 단어를 사용하지 않는다. 분명 우리는 아주 중요한 정치적 변화를 목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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