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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대선:
친푸틴 전력으로 어려움을 겪긴 하지만 여전히 위협적인 극우

3월 19일 프랑스에서 열린 인종차별 반대, 경찰 폭력 반대 집회 ⓒ출처 antiracisme-solidarite.org

프랑스 대선 1차 투표가 2주 후인 4월 10일 치러진다.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마크롱이 선두(27퍼센트)를 유지하고 있고, 르펜(20퍼센트), 멜랑숑(14퍼센트), 제무르(10퍼센트)가 그 뒤를 따르고 있다.

이번 대선 기간에는 파시스트 르펜의 선전과 극우 인사 제무르의 부상이 두드러졌는데, 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된 이후에는 판도가 다소 변했다.

과거 친러시아 행보를 걸으며 푸틴을 칭송해 온 르펜과 제무르의 지지율은 정체하거나 하락했다. 반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중재자를 자처하는 마크롱의 지지율은 다소 상승했다.

좌파 후보는 6명이 출마했지만 멜랑숑을 제외하고 존재감이 작다. 이전 집권당이었던 사회당의 후보이자 현직 파리 시장인 안느 이달고는 지지율이 2퍼센트에 불과하다. 공산당 후보는 4퍼센트의 지지를 받고 있다.

대선 1차 투표일이 다가올수록 좌파 표심은 멜랑숑으로 모여서 멜랑숑의 지지율이 상승하고 있다. 멜랑숑의 상승세에 대해 반자본주의신당(NPA)의 활동가 셀마 우마리는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최근 멜랑숑의 지지율이 상승한 것은 이민자, 무슬림들의 지지와 좌파, 급진화한 청년층의 지지가 결집하고 있기 때문이다. 멜랑숑은 타 좌파에 비해 인종차별과 이슬람 혐오 문제에 명확한 입장을 취해서 이주민들의 지지가 높은 편이다. 최근 급부상한 미투 운동도 명확하게 지지하고 있어서 급진적인 청년들 사이에 인기가 높다.”

물론 정치적 약점이 있다. 멜랑숑은 비록 나토를 비판하며 탈퇴를 공약으로 내세우긴 했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의 책임은 나토와 무관하며 오로지 푸틴에게 있다고 주장한다.

얼마 전 열린 유세에서 멜랑숑은 러시아 침공에 맞선 “우크라이나 국민의 저항을 지지하자”고 주장했는데, 이 전쟁에서 나토의 책임을 말하지 않는다면 모순된 입장일 것이다.

극우·파시스트의 위협

두 극우 후보인 르펜과 제무르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상승세가 꺾였지만, 여전히 지지율 2, 4위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이번 선거 기간에 단연 두드러졌던 후보는 에릭 제무르였다. 제무르는 극단적인 반이민·반이슬람 성향을 서슴없이 드러낸다.

제무르는 무슬림이 백인들의 유럽을 “정복”하면서 인구 “대교체”가 벌어진다는 음모론을 편다.

르펜의 참모들도 일부 이탈해 제무르 캠프에 합류했다. 일부 파시스트들이 제무르를 중심으로 지역 곳곳에서 결집하고 있다. 제무르를 지지하며 거리에서 폭력 행동을 자행하는 집단들도 출현하고 있다.

제무르의 선전은 르펜의 주류화 전략에 대한 반발이기도 하다. 파시스트인 르펜은 자신의 진정한 색채를 희석시키고 비교적 온건한 이미지를 내세우며 “탈악마화”를 추구한다.

하지만 이런 행보가 전통적 극우 및 파시스트 지지층의 이탈로 이어지면서 르펜의 국민연합은 모순에 빠져 있다.

그럼에도 르펜은 여전히 20퍼센트에 가까운 지지율을 누리고 있다. 마크롱과 결선 투표에서 경합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파시즘의 위협에 맞선 저항은 충분히 결집하고 있지 못하다. 파시즘에 맞서 광범한 운동을 결집시켜야 할 좌파의 다수는 파시즘이 제기하는 특수한 위협을 보지 않은 채, 파시즘 개념을 자본주의와 모든 국가기구, 지배계급에 광범하고 불분명하게 적용하고 있다.

또는 파시즘에 맞선 투쟁에 함께하려면 먼저 자본주의에 반대하는 입장을 천명해야 한다는 불필요한 전제 조건을 걸거나, 아니면 소위 ‘반자본주의 투쟁’(실제로는 노동조합의 경제 투쟁)이 가장 중요하다며 폭넓고 개방적인 대중 투쟁을 폄하하고 있다.

폭넓고 개방적인 대중 투쟁

한편, 2019년 프랑스를 뒤흔들며 마크롱을 괴롭힌 노란조끼 운동 이후 3년 만에 그런 투쟁이 다시 부상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4퍼센트에 달하는 지난달 물가 인상율은 보통 사람들의 분노를 낳고 있다.

이미 노동총동맹(CGT) 등 주요 노동조합은 임금·연금 인상을 요구하는 파업을 조직하고 있다. 이번 대선에 관해 혁명적 좌파 단체인 ‘계급 독립성’의 주도적 회원이자 국제사회주의경향(IST) 활동가 자드 부하룬은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이번 대선은 제2차세계대전 이래 가장 낮은 투표율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선거에 대한 대중의 관심도가 낮고, 코로나19 이후 정치 시스템 자체에 대한 불신도 엄청나다. 그동안 노동조합들은 대선 기간 만큼은 좌파 후보를 밀어 줘야 한다는 논리로 파업을 자제해 왔는데, 이번에는 그런 모습을 찾아볼 수 없다. 공공부문뿐 아니라, 민간부문으로도 파업이 확산되고 있다. 매일 수백여 일터에서 파업이 벌어지고 있다.”

파리의 대중교통 노동자들은 3월 25일부터 무기한 전면 파업을 벌이고 있다.

자드 부하룬 같은 혁명적 좌파는 노동자 투쟁과 인종차별 반대 운동을 결합하려는 활동을 벌이고 있다.

‘계급 독립성’의 발의로 3월 19일 인종차별 반대 집회가 열렸다. 이 공동 행동에 401개 좌파 단체, 이주민 단체, 노동조합 등이 동참했다. 파리 집회는 1만 명이 넘게 모였다. 여러 도시들에서 1000명 규모의 집회가 열렸다.

이런 인종차별 반대 운동이 현재 프랑스 전역에서 활발하게 벌어지는 계급투쟁과 결합돼야 한다.

극우·파시스트 후보들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잠시 주춤했지만, 극우의 위협은 여전하다.

자드 부하룬 같은 혁명적 좌파가 지적하듯, 르펜 등이 파시스트 이미지를 세탁하는 것을 폭로해야 한다. 그리고 광범한 반파시즘·반인종차별 공동전선을 지역 사회와 일터에서 건설해서 극우·파시스트와 인종차별주의자들의 부상을 저지하는 공동 행동을 일으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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