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에 울려퍼진 좌파의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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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동당 지도부 선거가 70퍼센트 이상의 투표율을 기록하며 1라운드 막을 내렸다. 예상을 뛰어넘은 높은 투표율은 작년 10·26 울산 재선거 패배 이후 ‘당의 위기’를 극복할 새로운 대안에 대해 당원들의 정치적 관심이 상당함을 보여 줬다.
그 중에서도 민주노동당 정책위의장 선거는 당내에서 가장 급진적인 좌파의 목소리가 왼쪽 축을 차지하고 있음을 분명히 보여 줬다.
당직 선거에서 선명한 ‘좌파적 대안’으로 ‘민주적·변혁적 사회주의’를 주장한 정책위의장 김인식 후보에게 전국에서 5천5백 명이 넘는 당원들이 지지를 보냈다. 이는 당 내에 좌파의 목소리가 더 많이 반영될 필요가 있다는 당원들의 의지를 반영한다.
적지 않은 당원들이 김인식 선본이 주장한 좌파적 대안에 귀 기울였다. 그리고 당이 대중 투쟁을 더욱 고무하고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주장에 지지를 보냈다.
선거 유세에서 만난 울산 북구의 한 노동자는 “당은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 왼쪽의 대안이 확실한 김인식 후보를 지지할 생각”이라고 말하기도 했고, 인천 남구의 한 당원은 “이윤 중심의 사회 운영 원리에 근본적으로 도전하고 좌파적 신념과 방향이 명확한 김인식 후보를 지지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정책위의장으로 출마한 당내 의견그룹 ‘다함께’의 김인식 동지는 선명한 정치적 주장을 바탕으로 당직 선거의 논쟁을 주도했다.
당의 비정규직 입법 수정안을 처음부터 비판하며 철회를 주장했던 김인식 선본은 당직 선거에 출마한 후보들에게 수정안에 대한 태도를 공개적으로 밝힐 것을 요구하며 논쟁을 이끌었다.
북한 체제 성격과 북한 인권 등 그 동안 당에서 ‘뜨거운 감자’로 회피해 왔던 쟁점들을 제기하며 토론을 벌이기도 했고, 민주노동당을 의회 전담 기구로 전락시키고 계급연합을 추구하고 계급투쟁을 희석시킬 우려가 있는 범NL 그룹의 ‘단일전선체’ 계획을 둘러싸고 논쟁을 제기하기도 했다.
열린우리당 의원 김근태가 제기한 ‘반한나라당 연합’에 대한 비판 성명서를 발표하기도 했고, 선거 중반에 제기된 ‘대기업노동자 양보론’을 단호히 비판하며 계급 내의 분배가 아닌 계급 간의 분배, ‘양보’가 아닌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투쟁 연대’를 주장했다.
그 외에도 당이 추진해야 하는 좌파적 개혁 과제를 내놓고, 그런 과제가 대중투쟁을 통해서만 이루어질 수 있음을 주장했다. 그리고 정책위가 의회 안에서의 입법 정책뿐 아니라 대중 투쟁과 운동의 전략·이데올로기를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의 위기를 극복할 대안을 갈구하던 전국의 당원들은 선명하게 좌파적 주장을 펼치는 김인식 후보를 기억했고, ‘당은 오히려 더 왼쪽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한 후보에게 많은 격려와 지지를 보내줬다.
한편, 김인식 선본의 공공연한 좌파적 주장은 다른 후보들에게 왼쪽의 압력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들었다. 비정규 입법 수정안에 대해 처음에는 침묵했던 이용대 후보와 김선동 후보, 서울시당의 최창준·이상규 후보가 수정안 철회 입장을 밝혔다. 이용대 후보는 선거 유세에서 ‘대기업노동자 양보론’을 비판하며 자신이 ‘진정한 좌파’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특정한 정치 경향을 대표하는 대다수 후보들이 당에서 벌어지는 주요한 논쟁들에 대해 대답을 회피하거나 침묵으로 일관하며 솔직하지 못한 태도를 보인 것은 아쉬운 일이었다. 아마도 최대한 말을 아껴 표를 잃을 만한 주장을 하지 않으려 한 듯하다.
비정규 입법 수정안에 대해 일부 후보만이 입장을 밝혔고, 대다수 후보들은 여전히 침묵했다. ‘단일전선체’와 ‘북한 체제 성격 및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해서도 논쟁을 회피했다. 그 외에도 당직선거에서 제기된 다양한 쟁점에 대다수 후보들은 최대한 말을 아끼며 침묵으로 일관했다.
이는 ‘당내 좌파’라고 주장하면서도 주요한 쟁점들에 대해 말을 아끼거나 회피하는 ‘사이비 좌파(사실상 중도파)’와, 자신의 정치적 주장을 분명히 제기하며 당의 이데올로기를 왼쪽으로 견인하기 위해 노력하는 ‘진정한 좌파’의 차이가 드러난 계기이기도 했다.
한편, 김인식 후보의 전국 순회 유세와 선거운동원들의 전화 유세는 평당원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전해들을 수 있었던 중요한 기회였다.
상당수 당원들이 당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다. 구미의 한 노동자는 “최근 당의 모습과 의원단의 활동에 실망했다. 당의 새로운 방향이 필요하다. 창당 정신이 무엇이었던가 다시금 고민해야 한다”고 얘기하며 의회 중심의 당 활동을 비판하기도 했다. 경남 마산의 노동자는 “당은 현장 노동자들의 투쟁을 지지하고, 비정규직 노동자와 정규직 노동자가 연대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런 방향이 아니면 대안이 없다”고 주장하며 “민주노동당이 열린우리당과 그다지 차별성을 긋지 못하고 있다”는 점과 “노동조합 상층 간부들의 비리와 투쟁 외면에 침묵하고 있다”는 점을 비판하기도 했다.
당에 대한 비판을 아끼지 않았던 많은 당원들은 김인식 선본이 제기한 좌파적 대안에 귀기울였다. 김인식 선본은 당원들과 당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우호적인 토론을 벌일 수 있었다. 그들 중 상당수가 김인식 후보에게 지지의 표를 던졌다.
이는 당내 좌파가 분명한 주장을 펼치며 당원들과 우호적으로 토론한다면 얼마든지 더 많은 지지를 받을 수 있음을 보여 준다.
비정규직이 8백50만 명에 달하고, 사회 양극화가 더욱 심화하는 시기에 당이 대중투쟁을 건설하고 그 투쟁을 고무해야 함을 주장하는 좌파의 목소리에 호응하는 당원들이 늘어나고 있음을 이번 당직 선거가 보여 줬다.
급진 좌파의 주장을 공공연히 펴면서도 상당한 득표를 한 김인식 후보의 선전은 그 동안 당내에서 영향력이 미미하다고 평가받던 당내 좌파 활동가들을 고무하기에 충분했다.
진정한 좌파의 목소리에 진지하게 귀 기울이고 그 대안을 지지하는 당원들이 5천5백 여 명에 이른다는 사실에 좌파 활동가들은 자신감을 얻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