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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금 투쟁, 어떻게 건설할 것인가, 고대 입학처 점거 투쟁 승리

등록금 인상에 대한 학생들의 불만이 고조되면서, 각 대학마다 등록금 투쟁이 조직되기 시작했다.

건국대·연세대 등에서는 방학 중에도 수백 명이 참가하는 촛불집회가 열렸고, 이화여대·부산대 등에서는 인상된 등록금 납부를 거부하고 동결분을 총학생회에 납부하는 ‘민주납부’가 진행 중이다. 동덕여대에서도 학교 당국의 총학생회 불인정과 등록금 인상에 항의하는 총장실 점거 농성이 있었다.

그 밖의 다른 많은 대학들에서도 신입생 맞이 행사 등에 참가한 학생 활동가들이 등록금 인상에 대한 학생들의 불만을 조직된 저항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럼에도 올해 등록금 투쟁을 준비하는 학생 활동가들의 자신감이 그리 높지는 않은 듯하다. 이는 2000년대 들어 해마다 등록금 인상률이 물가 인상률을 훨씬 넘는 수준이었음에도, 부분적 승리를 거둔 2000년 이후 지난 몇 년 동안 등록금 투쟁이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기 때문이다. 투쟁 경험 자체가 제대로 축적되지 못한 점도 어려움을 겪게 만들고 있다.

이 때문에 활동가들 사이에 등록금 투쟁이 과연 성공을 거둘 수 있는가 하는 회의가 존재하는 듯하다. 최근 학생운동 내의 공동 행동 논의에도 이런 관점이 반영돼 있다.

한총련·한대련·전국학생행진(옛 연대회의)·민주노동당학생위원회 등이 참가한 지난 2월 9일 〈유뉴스〉 포럼에서 발표자들은 주로 학기 초에 벌어지는 학내 등록금 인상 반대 투쟁의 한계를 지적하는 데 입을 모았다. 대신 “대정부 교섭”, “공동 연대 투쟁”, “세상을 바꾸는 투쟁”, “긴 안목을 가진 투쟁” 등을 강조했다.

등록금 인상 문제가 정부의 신자유주의 교육 정책과 연관이 있으므로, 등록금 투쟁이 교육재정 확충 요구 투쟁과 결합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은 옳다. 그러나 이것이 곧 사립대학 재단들에 맞선 학내 투쟁의 한계를 뜻하는 것은 아니다.

실제, 사립대학 재단들은 대학마다 수백억∼수천억 원의 이월적립금을 쌓아두고도 해마다 등록금을 크게 인상하고 있다. 사립대학 재단들이 학생들의 불만의 표적이 되는 것은 매우 자연스런 일이다.

따라서 정부의 교육 정책에 도전하는 운동도 사립대학 재단에 맞서는 학생들의 등록금 투쟁과 결합돼야 훨씬 큰 위력을 발휘할 수 있다.

그 동안 등록금 투쟁이 효과적으로 조직되지 못했던 것은 학내 투쟁만으로 국한됐기 때문이 아니다. 지난 몇 년 동안의 등록금 투쟁들은 학내 투쟁이든 대학 간 공동 행동이든 운동 지도부들의 자기제한적 전술 때문에 제대로 성과를 내지 못했다.

가령 최근 몇 년 사이 점점 많은 대학에서 학생총회가 성사될 만큼 등록금 인상에 대한 학생들의 불만은 누적되고 있지만, 대부분의 대학에서 학생총회를 고비로 오히려 투쟁이 서서히 가라앉는 양상이 되풀이되고 있다.

이는 등록금 투쟁의 지도부들이 학생총회에 모인 수천 명의 힘을 결집해 대학 당국을 강력히 위협하는 직접 행동 대학 행정 기관의 업무 마비를 노린 대중적 점거 농성이나 수업거부 등을 조직하는 데 소홀했기 때문이다.

대학 간 공동 행동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공동 행동은 무엇보다 기층 학생들이 참가하는 행동이 돼야 함에도, 그 동안 각 대학 학생운동 지도부들은 공동 행동 계획을 정해 놓고도 정작 기층 학생들에게는 그 필요성을 충분히 강조하지 않았다. 그러다 공동 행동 날짜가 가까워지면 동원에 자신 없어 하며 그런 계획이 언제 있었냐는 듯 회피하는 모습을 보였다.

투쟁을 성공적으로 건설하기 위해서는 이와 같은 자기제한적 방식을 극복해야 한다.

등록금 쟁점은 아니었지만, 고려대 학생들의 점거 농성은 대학 당국에 맞선 투쟁이 승리할 수 있는 단초를 보여 주었다. 3일간 적게는 60명에서 많게는 2백 명까지 참가한 입학관리처 점거 농성으로 학생들은 대학 당국의 부분적 양보를 받아 냈다.

물론 이런 전술은 대중적 지지에 기초해야 실질적 효과를 낼 수 있다. 따라서 활동가들은 개강을 앞둔 지금, 더 많은 학생들이 투쟁에 참가할 수 있도록 선동을 강화해야 한다. 등록금 인상에 대한 폭로와 비판뿐 아니라, 대학마다 구체적인 행동 계획을 정하고 그 행동에 참가하자고 호소하는 것도 병행해야 한다.

한편, 대학마다 어느 정도 규모의 등록금 투쟁이 건설되고 있다면, 집중된 행동으로 끌어올릴 필요도 있다. 가령, 총회라는 형식이 학생들의 광범한 결집을 호소하기에 효과적이므로, 현재 일부 대학들이 계획하고 있는 것처럼 학생총회를 소집해 등록금 인상에 반대하는 학생들을 결집할 수도 있을 것이다.

실제로 지난 몇 년 동안 대학 학생총회는 적게는 1천 명에서 많게는 4천 명 이상의 학생들이 참가해, 등록금 투쟁의 절정을 이루곤 했다. 학생총회에 수천 명이 모인다면, 분명히 대학 당국은 큰 압력을 받을 것이다. 작년에 학생총회가 성사됐던 부산대·고려대 등에서는 대학 당국의 일부 양보를 얻어내기도 했다.

그럼에도 그 양보가 미미한 것이거나 아예 학생총회 성사 수준의 압력으로는 대학 당국이 양보하지 않는 경우도 흔하다. 따라서 실질적인 양보를 받아 내려면, 총회 성사 자체에 만족하지 말고 더 나아갈 필요가 있다. 동맹 휴업, 점거 농성 등의 전술이 결합돼야 한다.

특히 학생들이 대학 당국에 가장 강력한 압력을 가할 수 있는 수단은 바로 대학 행정 시설을 점거해 학사 행정 자체를 마비시키는 것이다.

그러나 소수 학생회 간부 중심의 점거로는 큰 압력을 만들어낼 수 없다. 대중적 지지와 참가 속에 이러한 행동이 조직돼야 한다. 그러려면 이런 전술을 등록금 투쟁에 참가하는 학생들과 민주적으로 토론해서 결정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2000년 등록금 투쟁은 모범이 될 만하다. 당시 3월 22일 경희대에서 시작된 점거 농성은 전국적인 등록금 투쟁의 초점 구실을 했고, 곧이어 12개 수도권 주요 사립대학으로 확대됐다. 이때의 점거 농성은 대부분 학생총회에 참가한 수천 명이 직접 결정하고 실행에 옮겼다는 점이 예년과 다른 특징이었다.

또한 그 해 대학 본관 점거 농성은 학사 행정을 실질적으로 마비시키는 단호함을 특징으로 보여 주었다. 이는 여러 대학에서 부분적인 양보를 받아내는 성과를 거뒀다.

올해 등록금 투쟁도 민주적이면서 단호하게 조직한다면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그리 되면 정부의 교육 정책에 도전하는 운동 또한 탄력을 받을 것이다.

정병호

고대 입학처 점거 투쟁 승리

고려대생들이 3일 동안 벌인 입학처 점거 투쟁이 결국 승리로 끝났다.

싸움은 학생회의 신입생 맞이 행사인 ‘새터’ 진행을 학교측이 방해하면서 시작됐다. 학교측은 “개인 정보 보호법”을 핑계로 신입생들의 연락처를 학생회에 알려 주기를 거부했다.

학생회가 ‘개인 정보’를 상업적 목적 등에 임의로 쓰지 않을 것이 확실하고, 학교 홈페이지를 통한 행사 공지나 이메일 발송 등 ‘법을 어기지 않는’ 여러 방안들을 제시했지만, 학교는 이 역시 모두 거부했다.

신입생들에게 연락을 할 수 없다면 행사가 불가능해져 많은 학생회 활동가들이 분노했다.

그러나, 연대회의와 반미청년회 경향 활동가들은 대학 당국과 정면으로 부딪히는 것을 부담스러워 했다.

이들은 운동이 한 걸음 더 나가도록 싸우고자 하는 사람들을 북돋고 고무하기보다 며칠 남지 않은 새터 날짜 때문에 초조해 하는 사람들의 의식을 계속 자극하며 농성을 빨리 끝낼 것을 종용했다. 그러나 ‘다함께’ 회원들은 점거를 유지하면서 학교에 대해 더 단호한 태도를 취할 것을 주장했고, 이런 주장은 많은 사람들의 지지를 받았다.

결국 학생들이 점거를 유지해 한창 입시업무로 바쁜 학교의 학사일정에 계속해서 타격을 주자 학교는 3일 만에 문자메시지 발송 등을 통해 학생회가 신입생들에게 행사를 홍보할 수 있게끔 양보했다. 등록금 투쟁을 눈앞에 두고 맛본 소중한 승리였다.

서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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