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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 좌파가 반탁신 운동에 적극 개입해야 하는 이유

태국 총리 탁신 시나와트라의 부패 스캔들에 저항하는 태국 대중 운동이 결정적 국면에 들어섰다. 2월 중순 탁신은 기존 의회를 해산하고 4월 2일 새로운 선거를 하겠다고 선언했고, 3대 야당은 선거 보이콧을 선언한 상태다. 방콕에서는 10만여 명의 시위대가 총리 관저를 둘러싸고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이 운동에 대해 〈한겨레 21〉 정문태 기자는 시큰둥한 평가를 내놨다. “언론과 시민들은 사남루앙 2006을 피플파워라고 부르고 싶어하는 모양이다. 근데 사남루앙에는 피플이 없다. 손디와 참롱만 있을 뿐이다.”

애초에 신 코퍼레이션 탈세 혐의로 탁신 공격을 시작한 것은 탁신의 전 동료인 손디와 왕당파 연합이었고, 왕을 상징하는 노란색 띠는 이들의 절대적 헤게모니를 보여 주는 증거로 여겨졌다.

그러나 이들이 왕을 통해서 독재를 부활시킬 만한 ‘정당성’을 확보한 것은 아니다. 시위대들은 자신이 민주화 운동을 지속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이 왕을 상징하는 노란색 띠를 두른다고 해서 모두 왕에게 독재적 권위를 사용하도록 요청하는 것은 아니다. 손디와 일부 부르주아들이 왕에게 “중재”를 요청하자, 운동 내에서는 띠 색을 노동운동이 선호하는 검은 색으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물론 일부 지배자들이 왕을 부추겨 ‘결단’을 내리게 할지도 모른다. 이미 일부 부르주아 단체들은 그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분명, 그것은 민주주의의 후퇴일 것이다.

그러나 운동 내 많은 이들은 이러한 사태 전개에 반대할 것이다. 정문태 기자 자신도 인정했듯이 5인 항쟁 지도부의 한 명이자 2004년 전력 사유화 반대 운동을 주도한 노조 지도자인 솜삭 꼼사이숙 등은 “시민에게서 나온 권력을 국왕에게 되돌린다는 것은 시대착오”라고 단호히 반대한다.

이것은 서로 다른 계급을 대변하는 지도자들 사이에 첨예한 긴장이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 준다.

그럼에도 많은 언론들은 이 운동을 단순히 ‘중간계급’ 운동이라고 부른다. 또, 일부 자본가들의 반탁신 행동을 집중적으로 조명한다.

그렇기 때문에 태국에서 정치적 분단선은 민주주의를 요구하는 중간계급(과 일부 자본가) 대 여전히 탁신을 지지하는 농촌 빈민 사이에 있다고 말한다.

상당수 자본가들의 이반은 사실이다. 1997~99년 경제 위기 이후 국내 시장에 대한 국가 통제를 강화하고 자신들을 보호해주기를 바란 탁신이 막상 “각료들을 태국에서 가장 큰 기업 가족들로 채”우고, “정부 지출과 수주의 많은 부분을 탁신 정부와 연관된 기업들에게만 집중”하는 것에 불만을 품었기 때문이다. 일부는 미국과 FTA를 체결하면 국내 시장 보호 정책이 전면적으로 철회될까 봐 우려한다.

또, 분명히 반탁신 운동의 출발에는 탁신 지지자였다가 이반한 ‘중간계급’의 호응이 중요했다. 이들은 탁신이 ‘공정한 게임의 룰’을 지키지 않고, 탁신 자신이 부추긴 민족적 열망을 배신한 것에 분노했기 때문에 나섰다.

그러나 언론이 “중간계급”이라고 부른 사람들 중 상당수는 사실 화이트칼라 노동자들과 대학생들이다. 1992년 민주화 시위 때도 태국 언론들은 이들을 중간계급이라고 불렀지만 그들은 블루칼라와 마찬가지로 노동자들이다.

다만, 노동자들은 노동자 조직을 통해 참가하지 않은 경우가 대다수였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사유화에 반대하는 전력노조와 국립학교 운영권의 지방 이양을 반대하는 교사노조를 포함해서 중요한 노동조합들이 운동에 결합하기 시작하고 있다.

물론, 태국 사회주의자인 자이 자일스 웅파콘이 지적했듯이 태국에는 “냄새나는[부패한] 노동조합 지도자들”이 운동의 걸림돌이 된 경우가 빈번했다.

그러나 보수적 노조 지도자조차 투쟁을 호소할 때가 있다. 이것은 노동자들의 추가적 행동을 고무하는 시발점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좌파들은 이를 무시하면 안 된다. 더구나 지금 조직 노동자들의 참가를 고무하는 부문은 “냄새나는” 무리가 아니라 상대적으로 전투적인 공공부문 노조다.

공공노조 지도자는 〈방콕 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사유화를 막아내고 일자리를 지키는 것이 목적”이라고 명확히 말하고 있다.

정문태 기자의 말처럼 “탁신 추방을 위한 목적지만 같을 뿐, 서로 딴 길을 가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노동계급이 정치적 주도권을 행사하지 못하는 것은 약점이다. 반탁신 운동과 친탁신 농민 간의 갈등도 이러한 맥락에서 봐야 한다.

1960년대 이후 태국이 본격적인 공업화를 시작하면서 태국 농촌은 계속 소외돼 왔다. 그 결과 농촌 부채와 빈곤 문제는 심각하다. 이 문제에 대해 운동이 대안을 제공해야 한다.

탁신이 “농촌”에서 여전한 지지를 받고 있는 것은 탁신 정부의 포퓰리즘 정책의 결과 때문이다. 탁신 정부는 의료보장, 부채탕감과 새로운 대출을 약속했다.

그러나 탁신의 정책은 미래에 새로운 농촌 위기로 연결될 수 있다. 의료보장은 적절한 재정지원이 되지 않고 있고, 더 중요한 것은 민간은행이 보유한 농민부채가 탕감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새로운 대출은 갚을 수 없는 부채의 양만 늘렸다.

탁신에 대한 농민의 지지는 절대적이지 않다. 지난 1월 초에는 태국-미국 FTA 추진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다.

만약 도시 노동자들이 운동을 주도하면서 소농과 농업 노동자들과 다른 빈민들의 생존권 요구를 결합시켰다면 최소한 이들의 탁신 지지를 소극적으로 만들거나 일부 동맹을 얻을 수 있었을 것이다.

태국 농촌 인구의 규모(전체 인구의 60퍼센트)를 생각해 볼 때 이것은 매우 중요한 문제이지만 손디는 친탁신 농민들을 “무지렁이”라고 부르면서 도발을 일삼고 있다.

지금 태국 지배자들 중 점점 더 많은 이들은 정치적 위기를 더 끌면 안 된다고 생각하고 있다. 국왕과 그 측근 세력을 포함해서 다수의 자본가들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아래로부터 운동, 노동자 운동이 계속 고무받는 것에 대한 경각심일 것이다.

이 때문에 자본가뿐 아니라, 언론인·변호사 등 일부 중간계급 단체들은 탁신과 손디 양쪽 모두에게 빨리 타협해야 한다는 압력을 넣고 있다. 이 타협의 내용은 대중의 열망을 무시한 어정쩡한 타협이 될 가능성도 있다.

태국 좌파는 이 운동에 적극적으로 참가해야 한다. 노동자들에게도 ‘탁신은 물러나라’는 정당한 요구다. 여기에 ‘사유화 반대’, ‘미국-태국 FTA 반대’ 등 노동자들의 생존권 문제와 “총리는 왕이 아니라 우리 손으로 뽑아야 한다” 등의 민주주의적 요구를 결합시키고, 결국 손디나 참롱과는 “딴 길”을 걸을 수밖에 없는 운동 안에 있는 노동자와 학생 들을 왼쪽으로 이끌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한겨레21〉 정문태 기자처럼 냉소적이고 관조적인 자세를 취하는 것은 결국 대중을 부르주아의 지지자로 남겨 놓고, 운동을 ‘말아먹는’ 가장 좋은 방법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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