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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과 대안 미디어

좌파에게 언론은 늘 전장이다. 한편에는 신문과 텔레비전, 라디오 등 강력한 주류 언론과 그것을 통제하는 언론 재벌들이 있고, 다른 한편에는 자신들의 관점을 전달하려 애쓰는 평범한 사람들과 노동조합 활동가를 비롯한 다양한 운동의 활동가들이 있다.

인터넷의 발달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이런 상황이 변할 것이라는 믿음을 갖게 됐다. 확실히 인터넷은 더 많은 사람들이 자신들의 의견을 밝히고 정보를 나누고 교육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었다. 무엇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대안 언론을 만들고 관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컴퓨터와 초고속 인터넷의 보편화는 인터넷 독자의 풀을 비약적으로 늘려 놓았다.

하지만 불행히도 상황은 그리 단순하지만은 않다. 인터넷이 보편화한 이후 아주 잠깐을 제외하고는 인터넷에서도 대기업과 주류 언론사들의 뉴스 페이지가 주류를 차지해 왔다. 이는 우리의 바람과는 상관없이 인터넷 대안 언론의 성장에도 많은 어려움이 있다는 사실을 보여 준다.

오프라인 신문만큼은 아니지만 인터넷 언론의 성장에도 안정된 재정이 필수적이다. 기사의 질을 높이려면 더 많은 상근 기자와 편집부가 필요하고 다량의 접속을 감당하기 위한 각종 설비가 필요하다.

또 주류 언론의 기자와 편집자들은 각종 제도적 지원을 받지만 대안 언론은 정부의 재정 지원이나 각종 재교육 기회에서도 배제된다. 이는 인터넷 대안 언론의 질을 유지하거나 높이는 데에 추가 비용이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주류 언론과 달리 인터넷 대안 언론은 마땅한 투자자를 찾기가 어렵다. 행여 광고주가 나선다 해도 대안 언론의 목표를 주류 언론의 그것으로 완전히 바꿔버리지 않는 한은 언제나 조심스럽기 마련이다.

인터넷 대안 언론에는 늘 ‘신뢰도 문제’가 따라다닌다. 앞서 말한 비용 부담 때문이기도 하지만 개방적인 인터넷의 장점을 극대화해 약점을 보완하려는 노력은 종종 기사의 질을 낮추는 결과로 이어지기도 한다.

이런 문제들 때문에 한국 최초의 인터넷 대안 언론을 자처한 〈오마이뉴스〉도 초기에는 ‘시민 기자’, ‘시민 논객’의 글을 자주 실었지만 지금은 상근 기자들이 작성하는 기사가 훨씬 중요하게 그리고 많이 실린다. 〈오마이뉴스〉는 현재 50명이 넘는 상근 기자를 보유하고 있다. 그리고 얼마 전에는 경영 안정을 위해 52억 원을 받고 소프트뱅크에 12.95퍼센트의 지분을 판매했다.

결론은 자본주의 사회의 주류 언론과는 다른 관점과 대안을 제시하려 하는 대안 언론이 이 사회에서 겪는 근본적인 어려움이 인터넷에서도 해소되진 않는다는 사실이다.

1인 블로그나 기껏해야 수십 명의 고정 접속자를 확보하고 있는 인터넷 언론과 달리 그 규모가 어느 정도 이상 커진 인터넷 대안 언론들은 오프라인 대안 언론들이 직면해야 했던 근본적인 모순에 부딪히게 된다.

자신의 주장을 경청하는 독자를 더 많이 확보하기 위해 재정도 더 많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 어느 정도 기존 제도와 타협해야 한다는 압력도 커지는 것이다. 그런 타협은 단지 형식적인 차원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대안 언론의 내용과 목적도 조금씩 갉아먹는 결과를 낳는다.

그 결과 재정의 독립을 유지하지 못한 대안 언론들은 조금씩, 또는 급격하게 그 목표가 수정됐거나 아니면 사라지는 운명을 맞이했다.

다른 많은 요인들과 뒤섞인 복잡한 과정이었겠지만 시민 언론이라는 목표로 출발한 〈오마이뉴스〉도 이제는 “목표도 수정되었을 뿐만 아니라 운영방식, 미디어 논리 등에서도 제도권 미디어를 많이 닮아 있다.”(원용진 전 문화연대 정책위원장)

〈파이낸셜 타임스〉처럼 인터넷 뉴스에도 요금을 받는 체계를 만든다면 문턱을 높이는 효과가 생기기는 하겠지만 재정 자립에는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 또는 한국의 주류 언론들처럼 오프라인에서 얻는 수입으로 온라인 매체를 운영하는 방법도 있다. 그렇게 한다고 해서 인터넷 대안 언론의 장점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우리는 인터넷 대안 언론이 언론 전장의 불평등한 관계를 근본적으로 바꿔놓을 것이라는 환상을 경계하면서도 대안 미디어의 활용을 고무하고 옹호해야 한다.

앞서 말한 취약점과 현실의 제약에도 불구하고 프레시안(http://www.pressian.com), 판갈이넷(http://www.pangari.net), 매일노동뉴스(http://www.labortoday.co.kr), 민중의소리(http://www.voiceofpeople.com), 참세상(http://media.jinbo.net) 등은 비교적 안정적이면서도 독립성을 유지하고 있는 인터넷 대안 언론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기사의 질과 관점의 타당성을 판단하는 건 순전히 독자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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