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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림길에 선 혁명 운동

네팔의 민중항쟁이 전제 왕정을 물러서게 했다. 지난 4월 24일 국왕 갸넨드라는 하원을 복원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러한 양보는 폭압적 왕정에 맞서 지난 몇 주 동안 지속된 총파업과 영웅적 거리 시위 덕분에 가능했다.

그 전 4월 21일 국왕은 기만적 양보와 야비한 위협이 뒤섞인 타협안을 내놨었다. 그는 선거 실시를 약속하면서도, 시위 진압을 위해 통행금지 조치를 연장하고 위반시 사살하겠다고 선포했다.

그러나 이 연설 뒤 되레 사태가 더 격화됐다. 시위대는 왕궁을 향해 행진하는 것으로 대응했고, 왕이 선포한 통행금지와 선언을 무용지물로 만들어 버렸다.

“우리는 더는 왕정을 원하지 않는다. 우리는 공화국을 원한다”라고 시위대는 말한다. “아마 내일쯤 우리는 경찰과 군대에 맞서기 위해 총을 들고 나올 겁니다.”

국왕의 연설 직후 일부 시위대는 야당 연합 사무실로 몰려가 이렇게 외쳤다. “[국왕의 제안을 수용하면] 당신들도 똑같이 타도 대상이 될 것이다.”

심지어 우파 논평가들조차 네팔 내에는 국왕에 대한 지지가 거의 없다고 인정한다. 그러나 네팔 왕정은 막대한 외부 지원을 받고 있다.

현재 인도 군대가 네팔 국경에 집결해 있고, 미국 ― 최근 인도와의 관계를 강화하고 있는 ― 은 시위대가 국왕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유혈 사태가 있을 거라고 경고하고 있다. 그 전까지 미국은 야당이 마오주의 반군과 협정을 맺은 것을 비난했다.

인도는 네팔 왕정을 지지하며 군사 원조를 제공하는 대신 네팔과 맺은 불평등한 무역 조건을 이용해 이득을 봐 왔다. 인도의 무역·산업 분야 자본가들은 이런 상황이 지속되기를 원한다.

인도 북부 농촌 대부분 지역에서 직면해 있는 문제를 고려하면 네팔의 ‘불안정’에 걸려 있는 인도의 경제적·정치적 이해관계는 훨씬 더 커진다. 이 지역들은 엇비슷한 불균등·결합 발전 과정으로 고통받고 있고, 이 때문에 마오주의 단체들이 이끄는 투쟁뿐 아니라 카스트 간 충돌과 지역적 반란들이 벌어져 왔다.

인도의 지역 헤게모니뿐 아니라 국내의 정치적 안정이 걸려 있기 때문에 인도 지배 정당들이 처한 상황은 꽤나 심각하다.

국왕의 이번 발표 이후 야당 연합은 3주 동안 지속된 총파업을 철회했다. 그들은 갸넨드라 국왕의 권력을 제한할 새 헌법 제정을 위한 제헌의회 선거를 쟁취했다고 말했다.

처음에 마오주의 반군은 국왕의 제안을 거부했다. 그러나 지난 4월 27일 마오주의 반군 지도자는 새로 지명된 총리와 만나 “제헌의회 구성을 돕기 위해 3개월 동안 어떤 군사적 행동도 취하지 않겠다”고 합의했다. 총리는 “반군의 의회 구성 협조는 이들을 제도권 안으로 끌어들여 평화를 이루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선거의 결과가 어떻든 간에 ― 지난해 2월 국왕이 모든 권력을 장악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 군대는 국왕의 통제 하에 있을 것이다. 정부해산권도 국왕의 수중에 남아 있다.

현재 심각한 사회적 긴장들이 존재한다. 분명 일부 엘리트 집단들은 민주주의를 지지한다. 그러나 진지한 토지 개혁 프로그램이나 자유민주주의 확립에 대해서는 머뭇거릴 것이다.

마오주의 반군은 향후 제헌의회 선거와 정부 구성 과정에서 주요한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다. 이들이 농촌 지역에 건설한 기반은 선거에서 커다란 자산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제헌의회가 구성되고 마오주의 반군이 정부에 참여한다 해도 문제는 남을 것이다. 새 정부의 주요 세력이 되는 것은 마오주의자들이 일종의 좌파 개량주의 세력으로 변모해야 한다는 압력을 증대시킬 것이다.

여기에 따르는 문제는 다음과 같다. 향후 수립될 연정이 마오주의자들이 주장해 온 급진적 토지 개혁을 수용할 수 있을 것인가? 새 정부는 네팔 영토 대부분의 ‘무법’ 상태를 계속 용인할 수 있을 것인가? 왕립네팔군(RNA)은 ‘인민전쟁’의 지도자들이 포함된 정부에 충성할 것인가?

국왕은 여전히 농촌 봉건 지주들의 대변자 노릇을 하려 할 것이다. 또, 국왕에 충성을 바치는 군대가 존속하기 때문에 마오주의자들이 ‘인민해방군’을 해산하고 의회 정치에 완전히 편입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그에 따라 내전 지속 가능성이 있다. 사실 국왕의 이번 양보 조치조차 시간벌기용일 위험이 높다.

다른 가능성도 존재한다. (현재로선 그리 가능성이 커 보이지 않지만) 1979년에 니카라과의 소모사 정권이 그랬듯, 낡은 국가 기구가 위기 속에서 그냥 붕괴해 버릴 수도 있다. 그리 되면 네팔 마오주의자들이 권력을 자신의 수중에 집중시키는 것이 훨씬 쉬워질 것이다.

물론, 그럴 경우 네팔은 미국·영국·중국·인도의 엄청난 압력을 받게 될 것이다. 정부가 급진적 재분배 정책을 추진하려 한다면 외부의 반대에 부딪히게 될 것이다.

이러한 압력에 맞서려면 농촌의 반동 세력에 맞서 농민들이 토지를 재분배하는 한편, 인도와 중국의 사회 혁명과 연계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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