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 - 국익이 아니라 계급의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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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진보정치〉는 한미FTA를 추진한 정부 관료들을 “매판관료”로, 한미FTA를 ‘한미 매국협정’으로 불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매판관료”들이 론스타 매각에서뿐 아니라 한미FTA를 통해 ‘국익’을 팔아넘기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한국 노동자들의 이익을 팔아넘겼다. 그들은 한국 자본가들의 이익을 팔아넘기기는커녕 그것을 위해서 FTA를 추진하고 있다.
먼저 미국측이 한국 정부에 요청한 노동 관련 내용을 보자.
“한국의 근로기준법 하에서는 고용주가 직원을 해고하는 것이 어렵게 돼 있습니다. … 한국의 고용주들이 직면하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 중 하나는 경영진에 비해 노동조합의 협상력이 지나치게 강하다는 것입니다. … 단체행동 기간 중 대체 근로자의 투입을 허용함으로써 한국의 기업환경을 개선할 수 있습니다. 다년임금계약을 도입하고 단체협약의 효력을 현행 2년 이상으로 인정할 경우, 기업의 업무차질을 최소화함으로써 한국의 기업환경이 개선될 것이며 노사화합도 촉진될 것입니다.”
이것은 한국 자본가가 한국 노동자로부터 최대한의 이윤을 짜낼 수 있는 조건이기도 하다.
한국자동차공업협회가 한미FTA가 특별히 좋을 것도 없지만 “반대하지 않는다”면서 지지하는 것은 바로 이런 구조조정 효과 때문이다.
한국 자본가들이 이렇게 ‘외부 충격’을 이용해서 ‘내부 개혁’을 강요하는 수법을 쓰려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1997∼1998년 ‘IMF 금융 위기’ 때도 자본가들은 ‘IMF 국치’라며 한탄했지만, 막상 살아남은 자본가들은 1995∼1996년 ‘신경영전략’과 1997년 말 노동법 개악안으로 도입하려다 반발에 부딪혔던 정리해고, 파견근로제뿐 아니라 일부 공공서비스의 사유화 등을 ‘IMF가 구조조정을 강요’한다며 관철시킬 수 있었다.
이것의 피해가 단지 실업자, 파견근로직 노동자, 사유화된 부문의 노동자 들에게 한정되지 않았음을 우리는 모두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이 공격을 잠시나마 지체시킨 것은 다름 아니라 “협상력이 지나치게 강”한 조직 노동자들의 반격이었다. 사유화 물결에 제동을 건 것은 2002년 공공3사 사유화 반대 파업이었다.
지금 한국 자본가들은 FTA를 이용해 조직 노동운동을 공격해서 “노동환경[을] 개선”하고, 공공서비스 사유화를 통해서 모든 노동자와 평범한 대중의 생활수준을 공격하려 하고 있다.
한미FTA를 둘러싼 집권당 내 분열이 자못 심각해 보이면서도 막상 자본가들 내에서는 전반적으로 한미FTA를 지지하는 분위기인 것은 이 때문이다.
따라서 지난 4월 25일 공공연맹, 공무원노조, 전교조 등으로 구성된 한미FTA저지 공공서비스 공대위가 출범한 것은 환영할 일이다.
하지만 현재 노동운동 진영 전체의 태세 정도는 불충분하다. 이것은 아마 FTA반대 운동 내에 민족주의(국가주의)적 관점이 압도적인 것과 노동운동 내 (산업별) 부문주의의 경향 때문일 것이다.
최근 노무현 정부는 각개격파 전술을 구사하려 하고 있다. 교육에서 어떤 부분, 공공서비스에서 어떤 부분은 개방 대상이 아니라고 말하고 있다. 이것은 부문주의를 자극해 운동을 이간시키려는 방책이다.
이와 동시에, 정태인 같은 사람들은 한편으로 노무현을 비판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노동자들에게 국익, 즉 민족주의 관점에서 FTA를 보라고 고무한다. 이것은 한미FTA로 한국 자본가들이 이득을 보는 측면을 공격할 수 없게 만들 뿐 아니라, 국익을 위해 노동자 투쟁을 자제하라는 논리에 대처하기 어렵게 만든다. IMF 구조조정 당시 노동운동 지도자들은 ‘국민경제를 살려야 한다’는 생각을 받아들였기 때문에 일관되게 대응할 수 없었다.
노동운동은 사유화의 압력을 받게 될 공공노동자의 문제를 노동계급과 피억압 민중에 대한 공격으로 인식하고, 한국 노동계급의 단결을 추구하고, 한국·미국 노동계급 간 반목을 막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