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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한미FTA 거짓말을 반박한다

노무현 정부는 한미FTA 추진의 정당성을 알리기 위해 40억 원이나 쓰겠다고 한다. 이 돈도 돈이지만 한미FTA가 양극화 완화에 도움이 될 뿐 아니라 일자리를 늘리고 국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킬 것이라는 거짓말만 늘어놓고 있다는 점이 더 큰 문제다.

한미FTA는 세계화 시대에 피할 수 없는 흐름인가?

한국 경제의 대외의존도가 높아 교역을 증대시키지 않으면 현상 유지조차 힘들기 때문에 FTA를 추진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노무현 정부의 논리다. 특히 미국은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시장이기 때문에 한미FTA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FTA는 결코 대세가 아니다. 신자유주의의 선두주자라 할 수 있는 미국조차 나프타(북미자유무역협정)와 호주·싱가포르를 제외하면 변변한 FTA를 거의 추진하지 못했다.
더욱이, 미국이 중남미 전역에 걸쳐 추진하려는 FTAA(미주자유무역지대)는 남미 민중들의 저항 때문에 파산 일보직전에 있다.
전 세계 곳곳에서 신자유주의 정책이 파탄나고 그 정책을 추진하던 지도자들이 대중의 저항 때문에 권좌에서 쫓겨나고 있다.
한국과 미국 자본가들에게 한미FTA가 사업 확장과 수익성을 위한 엘도라도가 될지 모르겠지만, 양국 대중에게는 고용 불안과 공공서비스 파괴와 생활수준 저하를 의미한다.
지금 베네수엘라와 볼리비아에서 벌어지는 투쟁이 보여 주는 바는 FTA 같은 신자유주의 정책도 대중 투쟁을 통해 저지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한미FTA가 양질의 일자리 증가로 이어질까?

FTA 체결이 일자리 증대는 제쳐두고라도 경제성장조차 자동으로 가져오지는 않는다. 그 본보기는 주요 선진국을 포함한 많은 국가들과 FTA를 맺은 멕시코이다.
1994년 나프타(NAFTA) 출범 이후 2003년까지 멕시코의 무역규모는 2.5배 증가했지만 그 동안 낮은 경제성장과 불안정에 시달렸다.
더욱이, 수출이 증가했는데도 멕시코 노동자들의 평균임금은 하루 5달러에서 4달러로 하락했으며, 전체 노동자의 25퍼센트에 달하는 1천만 노동자들의 최저임금도 20퍼센트 감소했다. 실업률 또한 9.7퍼센트에서 15.1퍼센트로 증가해 사회 양극화는 더 심화됐다.
캐나다에서도 나프타 추진 이후 비정규직은 5퍼센트에서 11.6퍼센트로 증가했다. 그리고 실업자 고용보험 혜택 비율이 87퍼센트에서 36퍼센트로 감소했다.
그렇다고 해서 미국 노동자들이 득을 본 것은 아니었다. 1995년에서 2000년 사이에 미국 제조업 노동자들 중 7백만 명이 부도와 정리해고로 일자리를 잃었다.
노무현 정부는 한미FTA가 외국인 직접투자를 증대시켜 일자리를 늘릴 것이라고 말한다. 물론 외국인 직접투자가 늘어나면 일자리가 늘어날 수도 있다.
하지만 적대적 인수합병을 위해 투자했다가 자본 철수를 할 경우 대규모 정리해고를 동반한다. 1천3백 명이 거리로 쫓겨난 오리온전기가 본보기다. 2000년대 들어 이런 적대적 인수합병 투자가 14.1퍼센트에서 45.6퍼센트로 3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한미FTA로 비정규직 증가나 근로조건 악화 등의 일은 벌어지지 않는다?

노무현 정부는 한미FTA 체결로 비정규직이 증가하지는 않는다고 주장한다.
미국측도 한미FTA를 통해 상대국의 노동기본권 준수를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주한미상공회의소와 한미재계회의가 공동으로 작성한 2005년 정책보고서에는 해고 요건의 완화와 해고 사전 통지기간 단축(60일에서 30일), 확정기여형 퇴직연금제도로 전환, 파업 때 대체근로 허용, 비정규직을 확산할 다년계약제 도입 등의 요구 사항이 들어 있다.
이런 요구는 노무현이 추진하는 노사관계 로드맵의 핵심 내용들이다.
한국과 미국의 기업인들은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높이고 노동조합의 힘을 약화시키는 데는 이해관계가 완벽하게 일치한다.

공공 서비스의 질은 나아질까?

노무현 정부는 “한미FTA로 건강보험이 손상되는 일이 없도록 할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전부터 국민보건을 해치는 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해 왔다.
병원의 영리법인화를 도입했고, 제약회사들의 수익이 증대하는데도 현재의 약가제도를 개편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을 뿐 아니라, 광우병이 확인돼도 쇠고기 수입을 재개했다.
그런데 한미FTA가 보건의료 분야에서 초래할 결과는 분만료 7백만 원, 사랑니 발치비 1백만 원이나 하는 미국식 의료체계의 도입이다.
외자 도입을 명분으로 미국식 의료체계를 도입한 칠레는 공적 건강보험이 파괴돼 직장인이 아닌 환자는 무보험 상태로 전락했다. 삼성생명이나 AIG 같은 기업들이 병원의 영리법인화와 건강보험의 개편을 요구하고 있다.
의료뿐 아니라 교육 분야에서도 개방과 경쟁을 통한 경쟁력 강화 노력은 전부터 추진돼 왔다. 국공립대 통폐합과 등록금 인상, 기업의 대학 운영, 대학의 영리법인화 등이 그것이다.
노무현 정부는 전기·수도·가스 등과 관련된 공공 서비스의 사기업화 우려는 지나칠 뿐 아니라 “최대한 공공성이 훼손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하지만 미 무역대표부는 한국이 2005년에 공기업의 사기업화 건수가 한 건도 없다고 지적하고 있어 한미FTA 협상 과정에서 사기업화 요구를 거세게 밀어붙일 것임을 시사하고 있다.
이미 노무현 정부는 외국계 기업이 눈독을 들이는 배전과 변전 사업을 한전에서 분리해 사기업화할 채비를 마쳤으며, 천연가스 수입권을 민간 기업들에게 허용하고 있다. 또한 베올리와와 온데오 같은 초국적 물(水) 기업이 노리는 상하수도 사업의 경우 민간 위탁과 경쟁 체제를 도입하고 있다.
한미FTA로 더욱 가속될 공기업의 사기업화는 공공요금 인상과 최악의 경우 캘리포니아 정전 사태 같은 일이 벌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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