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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핵무장을 꿈꾸는 아베 신조

한승동 〈한겨레〉선임기자는 주로 동북아시아 국제관계에 관한 글을 써왔다. 특히 동북아시아에서 미국의 역할과 일본의 우경화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을 보여 줘 왔다. 그에게 일본 총리 선거에서 당선이 유력한 아베 신조와 일본의 우경화에 대해 들어봤다

총리 선거에서 당선이 유력해 보이는 아베 신조는 어떤 인물입니까?

아베 신조는 전직 외상 아베 신따로의 아들이고 전직 총리 기시 노부스케의 외손자입니다. 기시 노부스케는 일본의 대표적 전범인 도조 히데끼의 측근으로 일본의 전쟁 수행에 아주 중요한 구실을 한 사람입니다. 일본은 1931년에 만주사변을 일으켜 만주국을 세웠는데, 그 만주국을 세우고 실질적으로 움직인 사람이 바로 기시 노부스케입니다.

기시 노부스케는 나중에 총리가 돼 '1955년 체제'라는 보수 합동체제를 만들었고 현재 자민당 체제의 설계자라고 할 수 있죠. 기시 노부스케의 정신 세계를 한마디로 말하면 과거 일본의 대동아 전쟁의 영광을 재현하는 것입니다. 아베 신조는 이런 외할아버지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았다고 스스로 말하고 있습니다.

아베 신조가 총리 후보로 떠오른 것은 바로 북한 문제 덕분입니다. 2002년 고이즈미가 북한을 방문했을 때 아베는 북한이 일본인 납치 문제를 자백하지 않으면 조일 평양선언을 하지 말라고 고이즈미를 압박했습니다. 그런데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납치 문제를 인정했는데도 그 뒤 과정은 평양선언 이행이 아니라 오히려 대북 압박 강화로 이어졌죠. 이런 대북 강경론에 가장 앞장 선 사람이 바로 아베 신조입니다.

아베 신조는 자위대 해외 파병을 위한 '항구법'제정, 해외에서 '집단 안보권'을 공약으로 내세웠데 이는 어떤 의미입니까?

한마디로 일본 재무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일본이 패전 이후 만든 평화헌법대로라면 일본은 군대를 가져서도 안 되고 타국과 싸워서도 안 되죠. 그런데 자위대는 사실상 군대입니다. 그 동안 일본은 각종 특별법을 만들고 헌법을 이상하게 해석해서 자위대 파병을 합리화해 왔습니다. 1996년에 미국은 미일 안보 재해석을 통해 자위대와 미일 군사동맹을 강화했고, 1998년 북한의 대포동 미사일 발사 이후 이것이 더욱 강화되죠.

평화헌법 상 일본은 전수방위(적의 공격을 받았을 때 오직 영토방위만 할 수 있는 것)만 허용되는데, 9·11 이후 이것이 완전히 풀어졌습니다. 일본은 미군에 대한 후방 지원이라며 파병을 정당화합니다. 이라크 사마라에 파병하고 인도양에 자위대 함정을 보내 미군 물자 수송을 도와 주고 있죠. 현 헌법대로 하면 자위대는 전투지역에는 못 가지만 이라크 [사마라가] '후방'이라는 식으로 해석하지요. 후방 지원 논리는 ‘주변사태법’에도 나타나는데 이 법에 따르면 한반도에서 '유사 사태'가 벌어질 때 자위대가 미군의 후방 지원 임무를 하게 돼 있습니다.

일본 보수 세력의 궁극적 목적은 평화헌법 개정입니다. 지금 일본이 추진하려는 여러 특별법들은 그 전 단계인 것입니다. 즉, 일본이 지금까지의 전수방위 체제에서 벗어나서 미국의 글로벌 체제, 세계 전략에 동참한다는 것이죠.

앞으로 미일동맹은 어떻게 진행될까요?

군사적으로는 '일체화'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워싱턴주의 미육군 제1군단 사령부를 일본의 자마 기지로 옮기고, 요코다 기지의 공군 자위대 사령부를 같이 쓰는 식이죠. 미일 양국의 이해관계가 일치하는 부분은 중국입니다. 중국은 두 나라에게 가장 두려운 대상입니다. 경제 성장 속도도 빠르고 잠재력도 커서 2015년에는 중국 GDP가 미국을 능가할지 모른다는 전망도 있습니다.

[중국의 등장을] 더 두려워하는 쪽이 일본입니다. 일본은 미국의 가장 강력한 동아시아 냉전 동맹국으로 성장하면서 동남아시아·서남아시아 등을 거의 안방처럼 휘젓고 다닐 수 있었는데, 중국의 등장은 그것을 저해하죠. 경제적으로도 중국과 한국이 커지면 일본의 절대적 우위가 사라집니다. 지금 중국 시장이 커지니까 일본에 유리해진 면이 있지만, 세계 시장 전체에서는 일본의 몫이 줄어들 수도 있어요. 여러모로 불안한 거죠.

그런데 일본은 여기에 단독으로 대응할 능력은 없어요. 그래서 아베 신조 같은 사람들은 강력하게 미국과 동맹을 추진합니다. 미일동맹 체제는 중국·북한을 포함해 장차 있을지도 모를 통일 한국도 대상으로 합니다. 미국은 일본이 군대를 정식으로 보유하고, 해외 파병도 마음대로 하고, 집단적 자위권으로 동맹국들과 작전할 수 있게 하려 하는데, 이건 아베 신조 같은 우파 리더들 생각과 똑같잖습니까?

한편, 그렇게 하려면 구실이 필요합니다. 일본 여론을 바꾸기 위해 '안보상 위협'을 만들어야 하죠. 그게 북한입니다. 사실 북한의 마시일이나 핵은 미국과 비교가 안 되죠. 그런데 미국과 일본이 왜 북한위협론을 끊임없이 강조하고 있는가? 그것은 '안보상 위협'을 만들어내서 군비를 증강하고 헌법을 개정하려는 것이죠.

아베의 대북정책은 어떻게 전개될 것 같습니까?

아베가 총리가 되면 고이즈미가 평양을 두 번이나 갔던 것처럼 북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제스처를 취할 가능성은 있어요. 그러나 ‘대테러법’ 같은 강경책을 택할 가능성이 더 큽니다. 아베 신조와 같은 우파적 매파들은 북한위협론을 이용해 중국에 대응하고 미국과 군사적으로 대등하게 협력해 일본의 정치·군사적 지위를 끌어올리려 합니다. 그 중 하나가 일본이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에 들어가려 애쓰는 것 아닙니까.

일본은 유사동맹인 한국에 대해서도 진심으로 사과한 적이 없습니다. 아베는 ‘위안부는 존재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위험한 사람입니다. 하물며 한국과도 이런데 제대로 대화해 본 적도 없는 북한에 대해서는 말할 것도 없을 것입니다.

지난 북한 미사일 발사 이후 아베는 일본의 핵무장을 주장했는데요?

미국이 미일동맹을 강화하는 목적은 일본을 아시아의 가장 강력한 맹방으로 육성하려는 뜻도 있지만 일본을 자신의 통제 아래 묶어 두려는 목적도 있습니다.

그런데 북한이 핵무장을 하게 되면 남측에서도 핵무장론이 나올 테고 남북한이 핵 무장을 하면 일본도 당연히 핵무장을 하려 하겠죠. 이렇게 되면 중국도 핵 군비를 강화할 것이고 그러면 대만이라고 가만히 있겠습니까? 이러면 미국의 핵 독점이 완전히 무너지는 거죠. 이렇게 되면 미국으로서는 동아시아를 통제하기가 더 힘들어지는 것입니다.

일본은 정제된 플루토늄 보유량이 세계 최대 수준입니다. 재처리 시설도 가지고 있고요. 또, H2A 로켓으로 위성을 쏘아 올릴 수 있는 고도의 기술을 가지고 있는데, 이게 사실 방향만 바꾸면 대륙간탄도미사일이죠. 핵 폭탄을 금방 만들 수 있다는 얘기죠.

미국은 일본이 단독으로 핵무장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으려 하겠지만, 남북한에서 핵무장 여론이 나오면 일본은 어떻게 변할지 모릅니다.

아베는 5년 안에 평화헌법을 개정하겠다고 했는데 실현 가능성은 어떻습니까?

여론조사를 보면 일본인의 절반 이상이 개헌을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납니다. 그런데 헌법 9조 개정, 즉 군대 보유, 타국과의 전쟁, 집단적 자위권 인정에는 찬성하지 않는 분위기죠. 지금 자민당이 개헌 국민투표 등 개헌 작업을 못하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입니다. 실패할 가능성이 있으니까요. 그래서 분위기가 무르익을 때까지 준비하려는 거죠.

자민당은 개헌안 준비를 다 마쳤어요. 민주당도 마찬가지고요. 민주당은 잡탕이에요. 자민당이 1993년에 정권을 잃었는데 이 때는 일본이 본격적 불황으로 들어가는 시기였고 냉전 붕괴도 한몫 했죠. 리쿠르트 사건 등 부패 사건 터지고 급기야 분열해 버렸죠. 이 때 자민당에서 뛰쳐나온 상당수가 지금 민주당에 들어와 있어요. 사실 민주당은 자민당과 색깔 차이가 별로 없습니다. 지금 민주당의 오자와나 자민당이 구상하는 것이 보수 양당 체제입니다. 좌파를 솎아내고 보수당끼리 돌려 먹기를 하자는 거죠.

5년 안에 개헌이 될 가능성이 충분히 있습니다. 제2당으로 개헌 저지선을 확보할 만큼 상당한 세력이던 사회당이 1980년대 말 소련이 무너지자 몰락해 지금 의석이 6석밖에 없거든요. 유일하게 기대할 수 있는 게 시민단체의 저항과 외부의 압박인데, 외부 압박은 완전히 거꾸로 가고 있죠. 미국이 [개헌을] 하라고 하니까요.

결국, 일본의 우경화나 미일동맹의 강화는 우리 민족뿐만 아니라 동아시아나 세계 전체의 안전을 위협하는 위험한 사태이기 때문에 경계해야 합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새로운 대안세계를 생각해 내고 닥쳐오는 당장의 위험에 과감히 저항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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