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대북 제재 중단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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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정부는 PSI와 경제 제재 모두 동참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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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안보리는 지난 14일 대북 제재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우리의 예상대로 군사 제재는 포함시키지 못했다. 가장 큰 요인은 부시 정부가 북한으로 전선을 확대할 여력이 없었기 때문이다.
얼마 전 한국을 방문한 이매뉴얼 월러스틴 예일대 석좌교수는 다음과 같이 정곡을 찔렀다. "미국은 거대한 규모의 군사적·정치적·심리적 문제를 이라크에서 갖고 있다. 이것이 현재 미국인들의 가장 큰 관심사다."
"현실적으로도 미국은 이라크 이외의 지역에 개입하거나 분쟁을 만들 만한 정치적·군사적 에너지를 갖고 있지 않다. 미국은 성명서를 발표하는 등의 '언어적 실행'외에는 한반도에 대해 실질적인 행동을 취할 수 없을 것이다."
최근 콜린 파월 전기가 출판되자 "미국의 목표는 북한 정권의 붕괴이지 김정일 정권과의 대화가 아니다"는 럼스펠드의 말이 북한 핵실험에 대한 부시 정부의 대응과 관련해 관심을 끌었다. 하지만 네오콘의 대북 강경 입장은 새삼스러운 얘기가 아니다. 오히려 주목할 만한 것은 럼스펠드를 비롯한 부시 일당이 지난 몇 년 동안 원하는 것을 전혀 이루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부시는 이번 대북 제재 결의안에 대해 "세계가 단합해 북한의 핵무기에 반대한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성과를 과시하려 했다. 하지만 결의안은 중국과 러시아 등 6자회담 당사국들이 북한 핵무기를 반대하는 데까지만 일치할 뿐, 대응 방안에서는 미국과 의견이 다름을 보여줬다.
또한, 이번 결의안은 대량살상무기를 가지고 있지도 않은 나라를 조작된 정보를 근거로 침공했던 부시 정부가 대량살상무기가 있다고 선언하고 심지어 핵실험을 실행한 나라에 대해서는 군사 제재를 하지 못하는 모순과 무능력을 드러냈을 뿐이다.
1백만 살상 전력 지닌 유엔 경제 제재
유엔 안보리는 군사 제재는 포함시키지 못했지만 북한의 목을 조르는 혹독한 경제 제재 조치들을 담고 있다. 경제 제재는, 그렇잖아도 주민의 삶보다 무기 개발을 우선하는 체제 아래서 고통받아 온 북한 주민들을 괴롭힐 뿐이다.
유엔은 13년 동안의 경제 제재로 1백만 명이 넘는 이라크인을 죽인 전력이 있다. 이 가운데 50만 명이 어린이였다.
이런 비난을 의식한 듯 대북 제재 결의안은 "사치품"을 금지 품목에 끼워넣어, 경제 제재가 북한의 지배층을 겨냥한다는 인상을 풍기려 했다.
하지만 "북한의 핵 개발에 기여할 개연성이 있는 모든 물자와 장비, 상품과 기술의 북한 유입 금지"라는 조항은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다. 김연철 고려대 교수가 지적하듯이, "통상적으로 이중용도 제품의 용도 판정에는 자의성이 개입할 여지가 높다." 예컨대 쌀이 군량미로 쓰일 수 있다는 시비는 쌀 지원이 시작된 이래 10여 년 넘게 지속되고 있다. 석유는 미사일을 끄는 트레일러 등 군수장비에 얼마든지 쓰일 수 있다. 이밖에도, 실생활에 꼭 필요한 기계류, 전기·전자 제품, 화학제품 등이 이중용도로 규정될 수 있다.
핵실험 뒤에 한나라당은 "북에 준 모래 값이 군부로 흘러갔다"고 비난했는데, 현금이 유입되면 북한 당국이 이를 대량살상무기 제조에 사용할 수 있다는 논리는 모든 경제 교역에 적용될 수 있다. 실제로 유엔 대북 제재 결의안은 핵·미사일 관련 물품과 함께 돈 제공을 금지하고 있다.
경제 제재는 북한 주민만 괴롭힐 뿐
경제 제재의 효과는 어느 정도 중국 정부에 달려 있을 것이다. 중국 정부는 북한에서 대혼란이 일어나는 것을 원하지 않기 때문에 너무 심한 제재는 피할 듯하지만 "필요한 대응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미 중국 정부는 경제 제재에 따른 대량 탈북 사태에 대비해 압록강변에 철조망을 설치했다고 한다.
중국 정부는 2003년 초에도 북한에 베이징 3자회담 참가 압력을 넣기 위해 원유 공급을 중단한 바 있다. 북한에 공급되는 석유의 1백 퍼센트가 중국에서 오는데도 말이다. 1994년에는 핵사찰을 받으라며 북중간 세관 가운데 가장 중요한 단둥해관을 폐쇄했다.
한 조사에 따르면, 2000년부터 2004년까지 북중 무역의 증가는 북한 경제성장률을 매년 약 3.5퍼센트 상승시켰다(이영훈, '북중교역의 현황과 북한경제에 미치는 영향'). 북중 교역의 축소는 북한 경제에 큰 타격을 입힐 것이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해외원조와 수입량을 감안하더라도 북한에 연간 42만 톤 가량의 식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할 것으로 예상했다. 여기에 경제 제재까지 겹치면 식량부족과 생필품 물가 인상으로 평범한 북한 주민의 삶은 더 피폐해질 것이다.
유엔 대북 제재 결의안은 8조 f항에 선박 검색도 포함하고 있는데, 북한 선박 검색이 본격 추진되면 '우발적 무력 충돌'이 일어날 위험이 있다. 북한은 대북 제재를 선전포고로 간주하겠다고 했다.
유엔 대북 제재는 결코 해결책이 될 수 없다. 대북 제재는 기껏해야 북미간 적대적 공생 효과, 즉 북한 내부 결속과 선군정치 강화만을 가져올 것이다.
어쩔 수 없는 친제국주의 노무현과 열우당
노무현 정부는 유엔 대북 제재 결의안을 "환영하고 지지"하며 "성실히 이행"하겠다는 입장을 냈다.
그런데 청와대는 더 이행할 게 없다는 기막힌 고민에 빠졌다. 노무현 정부의 대북 제재 수준이 세계적으로 가장 앞선 터라 유엔 결의안에 담긴 수준은 이미 다 이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노무현 정부는 쌀과 비료와 시멘트 등 인도적 지원마저 중단하고 있는데, 이것은 유엔 대북 제재 결의안을 뛰어넘는 수준이다.
노무현 정부는 PSI(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 참여 여부를 "유엔 결의안에 따라 조치할 것"이라고 하더니, 유엔 결의안에 선박 검색 관련 유보조항이 달리고 중국 정부는 이미 불참 입장을 밝혔는데도 눈치만 보고 있다.
노무현은 평화적 해결을 주장하면서도 "강력한 제재 압력이라는 강경한 대응"도 "포기할 수 있는 일은 아니"라며 두 길 사이에서 갈팡질팡하고 있다. "이 마당에 포용정책을 계속 주장하기도 어렵다"고 했다가 바로 다음 날 "포용정책이 핵실험을 불렀는지 따져봐야 한다"고 말하는 것을 보면 자신과 대화하는 다중인격처럼 느껴질 지경이다.
김근태·천정배·정동영 등은 노무현과의 차별화로 주목받으려 애쓰며 PSI 확대 참가 반대를 주장하고 있지만, 노무현보다 정도는 덜해도 일관되지 못하기는 마찬가지다.
천정배는 "핵개발과 직간접 관련 있는 물자의 교역 금지"를 지지하고 있고, 정동영은 대북 제재를 지지하면서 "협상을 위한 제재"라는 의미를 부여할 뿐이다. 김근태는 "무력 충돌을 배제한 대북 제재"에 지지의 뜻을 밝혀 '여의도의 햄릿'을 벗어난 게 아님을 확인했다.
노무현 정부와 열린우리당은 PSI는 물론 경제 제재도 동참하지 말아야 하며, 인도적 지원을 재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