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펼쳐 온 신자유주의적이고 비민주적인 대학 '경영'은 수많은 사람들의 반감과 분노를 불러왔고, 결국 그는 보기 좋게 총장 연임에 실패한 것이다.

비민주적·신자유주의적 대학 운영

그는 "등록금 1천5백만 원"발언으로 평범한 학생들과 부모들을 울렸고 실제로 지난 4년간 25퍼센트나 등록금을 인상했다. 이미 일부 단과대의 등록금은 1년에 1천만 원이 넘는다. 터무니없는 등록금에 비해 실제 학생들 교육의 질 개선은 요원했다. 부족한 교원 수로 1백 명 이상이 수강하는 대형 강의가 2백50개가 넘었다.

어윤대 총장은 기업의 돈을 유치하기 위해 매년 초마다 "대학 수요자 포럼"을 열어 기업의 입맛에 맞춰 학생들의 교육 과정을 바꿨다.

강제 영어 강의 의무화, "LG 특론","삼성의 말레이시아 현지화 전략"같은 과목들의 탄생, 서창 캠퍼스 물리학과를 반도체 디스플레이 공학과로 바꾼 일, 토익 점수에 따른 졸업 제한 등 줄 세우기식 경쟁 강화, 수익성에 따른 학문 투자 같은 일들이 벌어졌다.

고대의 대학 시장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준 사건은 노동 탄압 '박사'인 삼성 회장 이건희에게 철학 박사 학위를 수여한 일이었다.

반면, 어윤대 총장은 학생들에게는 철저히 권위적 태도로 일관했다. 등록금 인상 반대 목소리를 철저히 외면했고, 학생들의 자치 공간을 없애고 그 자리에 호텔을 지으려 시도했다. 강의실 대여 기준을 강화해 학생들 행사를 검열하려 했고, 보건대 통폐합 이후에는 보건대 학생들과의 교육 여건 개선 약속을 지키지도 않았다. 나아가 이들의 총학생회 선거 투표권마저 제한하려했다.

그리고 올해는 이런 일련의 문제에 대한 항의에 앞장섰던 7명의 학생들을 출교시켜 버렸다. 이에 항의하는 출교 학생들의 천막 농성이 2백 일이 넘고 있지만 어윤대 총장은 일절 대화를 거부했고, 이번 총장 선거 공청회에서도 출교 문제에 입장 변화 없는 "단호함"을 유지하겠다고 했다.

4년 간 이어져온 항의 행동

어윤대 총장의 임기 4년 동안, 고대 학생들은 2천 명이 참가하는 등록금 인상 반대 비상총회를 3번이나 성사시켰고 2번이나 학교 행정 시설을 점거했다. 이건희 박사 학위 수여 항의 시위는 고대 내외의 사회 진보를 지지하는 사람들과 노동 탄압에 맞서 싸우는 노동자들을 고무했다.

올해만 해도 부당한 등록금 인상과 보건대 통폐합 등에 맞선 학생들의 항의가 계속 됐다. 극악한 출교 조치 이후에도 학생들은 끈질기게 어윤대 총장에 대한 반대 행동을 멈추지 않았다. 어윤대 총장은 이를 탄압하기 위해 ROTC와 해병대까지 동원했고 이 과정에서 그의 냉혹함이 여과 없이 드러났다.

학생뿐 아니라 많은 교수들도 어윤대 총장에 대한 반대 목소리를 내 왔다. 출교 조치를 두고 문과대와 사범대 교수를 중심으로 한 반대 성명이 이어졌다. 이상신 교수의 학교 비리 의혹 제기, 문과대 교수 전원의 인문학 위기 선언과 영어 강의 반대 성명 등도 어윤대 총장의 정책에 대한 전면적 비판이었다.

학생들이 총장 선거에서 목소리를 내다

"어윤대 총장 재임 반대 행동"은 이런 광범하고 오랜 어윤대 총장 반대 정서가 총장 선출에 반영되도록 하기 위해 노력했다.

사실 고려대의 총장 선출 제도는 학생들의 참여를 제대로 보장하고 있지 않다. 교수들도 1차 투표에서만 전체가 참가할 수 있다. 2차 투표는 총장 선거 추진위원회에서 이뤄지는데 이 기구에는 학생 대표 3명과 직원 노조 1명, 학장 추천을 받은 15명의 교수 외에는 재단이 추천한 기업인들, 재단 친화적인 교우회 인사들, 과장급과 부장급 직원 대표가 참가해 학교 재단에 유리하게끔 되어 있다. 그리고 2차 투표 후 최종 결정은 재단이 하도록 정해져있다.

따라서 이런 불합리한 선거 제도 하에서 학생들이 직접 아래로부터 압력을 건설하는 것이 중요했다. "어윤대 총장 재임 반대 행동"학생들은 어윤대 총장의 4년간 정책을 비판하는 대자보를 부착하고, 강의실을 돌며 총장 재임 반대 서명을 받았다. 이 서명에는 5일 동안 1천2백40명이나 되는 학생들이 참가 했다. 그리고 1차 투표 전날, 이 서명 결과를 반대 투표에 대한 간곡한 호소와 함께 전체 교수들에게 이메일로 발송했다.

승리와 과제

결국 이런 학생들의 운동과 4년 동안 생겨난 어윤대 총장에 대한 반대 정서 탓에 어윤대 총장은 2차 선거의 문턱도 밟아보지 못했다. 어윤대 총장은 고려대 전체 투표 참가 교수 9백59명 중 무려 5백17명에게 반대표를 얻어 후보 자격을 박탈당했다.

이것은 얼마 전 동덕여대 총장 손봉호의 해임에 이어서 신자유주의적 대학 '경영'에 반대하는 사람들에게 전해진 또 하나의 기쁜 소식이다.

고려대 당국은 이번 어윤대 총장 낙선이 의미하는 결과를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고려대에는 학내 구성원들의 의견을 존중하고 학생 권익을 보장하는 민주적 총장이 필요하다.

어윤대 총장이 저질렀던 모든 악행들은 바로잡혀져야 하고 특히, 출교는 즉시 철회돼야 한다.

그러나 아쉽게도 현재 2차 투표를 앞둔 총장 후보들 중에는 어윤대 총장의 정책에 전면 반대하는 입장을 취하는 후보가 없다. 따라서 어윤대 총장 낙선이라는 환영할만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최종적으로 당선되는 총장은 어윤대 총장과 큰 차별점을 갖지 않을 수 있다.

또 재단도 어윤대 총장의 신자유주의적 대학 경영을 효과적으로 계승할 수 있는 인물을 선출하려 할 것이다. 현재 가장 선출 가능성 높은 후보로 거론되는 염재호 교수의 경우, 어윤대 총장의 측근으로 일해 왔다.

만일 차기 총장도 "어윤대 없는 어윤대식 대학 운영"을 계속한다면 다시금 학생들의 커다란 반발에 직면할 것이다. 진정 민주적이고 돈 걱정 없이 질 좋은 교육을 받을 수 있는 대학을 만들기 위해 고려대 학생들은 계속 싸워나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