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9일 윤석열 탄핵 집회·행진:
분노한 대중이 헌재를 포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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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만 명이 헌법재판소를 포위했다. 안국역부터 가회동·계동 등 헌재 주변 도로에 윤석열 즉각 파면을 요구하는 분노의 구호가 울려 퍼졌다.
이제 헌재의 탄핵 심판이 4월로 넘어가면서 사람들의 인내심도 줄고 있음이 드러났다. 광장에서는 분노·비장함·불안감 등이 교차했다. 지금보다 더 강경한 투쟁을 선동하는 주장들이 환영을 많이 받았다.
“기각이면 정권 타도 항쟁이다”를 핵심 메시지로 던진 촛불행동, 의회가 파면 결정을 강제할 조치들을 취하자고 한 조국혁신당 신장식 의원, “윤석열 파면이든 복귀든 어찌 되든 계속 싸우는 것이 필요하다”를 헤드라인으로 한 본지 호외 등이 주목과 호응을 많이 받았다.
오늘 우익은 광화문과 안국역사거리 남측에 모였다. 광화문 쪽 전광훈 측 집회는 5~6만 명으로, 윤석열 파면 집회보다 작았다.
오후 3시 안국역 촛불행동
촛불행동 집회는 헌법재판소를 강력 규탄하는 사회자의 발언과 이에 호응하는 힘찬 함성으로 시작했다.
“윤석열 파면 선고문을 국민들이 썼으면 백 번을 썼을 시간입니다.
“인내의 시간은 끝났습니다. ... 만약 윤석열 탄핵을 기각한다면 즉시 윤석열 타도 투쟁에 돌입할 것입니다. 헌재가 못하면 우리가 합니다!”
여는 발언을 한 촛불행동 김은진 공동대표도 “기각이면 항쟁”이라고 했다.
“헌법재판관들은 똑똑이 들으십시오. 당신들이 석 달 동안 만지작거리고 있는 탄핵 심판은 이미 국민들이 결론을 내린 것입니다. ... 그런데 왜 당신들이 주제 넘게 최종 심판자 행세를 하는 것입니까?
“헌법이 국민을 지켜주지 않는다면 그따위 헌법은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 언제든 우리가 그 법을 뒤집을 수 있고, 뒤집을 각오가 돼 있습니다. 우리는 승리를 위해 언제든 목숨을 걸 각오가 돼 있습니다. 기각이면 타도입니다!”
김 공동대표의 힘찬 발언에, 안국역 1번 출구에서 안국동사거리를 지나 광화문 방면 도로와 공원을 메운 5000여 명의 참가자들은 커다란 함성으로 화답했다.
이어서 발언한 더불어민주당 강유정 원내대변인도 헌법재판관 8인의 이름을 일일이 호명하며 헌재를 압박하고 파면 선고를 촉구했다.
이태원 참사 유가족 이종철 씨의 발언은 오늘 집회 참가자들의 심금을 울렸다. 이종철 씨는 참사로 목숨을 잃은 아들과의 추억을 떠올리며, 눈물 젖은 목소리로 격정적으로 발언했다.


“윤석열은 10·29 이태원 국가 부재 참사를 정권 유지에 이용하려고만 했습니다. 윤석열이 헌재의 최후 변론에서 말하길, 야당이 참사를 정쟁에 이용했을 뿐만 아니라 북한의 지령을 받은 간첩단과 사실상 같은 일을 벌였다[고 했습니다].
“진실을 은폐하는 데에 급급하고 일부 국민들과 극우들을 선동하는 당신은 인간의 탈을 쓴 짐승 아닙니까?”
“계엄이 성공했더라면 누군가의 엄마, 아빠, 아들딸들, 여기 계신 형·동생·누나 등 수많은 소중한 생명이 참혹하게 스러져 갔을 것입니다. 그런데도 어찌 이것을 ‘계몽령’이라 할 수 있단 말입니까?” 눈물을 훔치며 발언을 듣던 참가자들은 공감의 박수와 함성을 보냈다.
1980년 광주 항쟁의 열사 고 문재학 학생의 어머니 김길자 님과 함께 광주 항쟁을 기리는 대중가요 “바위섬”을 부른 가수 김원중 씨의 공연, 헌재 선고에 대한 미국의 개입 정황을 규탄하는 발언들이 이어졌다. 촛불행동은 주한미국 대사 대리 조셉 윤이 한국 정치권에 영향을 행사한 의혹을 제기하며 규탄했다.
한편, 경찰은 분노스럽게도 지금도 촛불행동을 탄압하고 있다. 오늘 오전 9시에 다수의 촛불행동 회원과 후원자들에게 경찰이 통신조회를 했다는 통지서가 문자로 왔다. 촛불행동 회원들의 2024년 12월 5일 행적을 조사한 것으로, 경찰이 계엄 실패 직후부터 줄곧 운동을 사찰해 왔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사회자는 “경찰의 목적은 촛불을 위축시키고 싶은 것이지만 ... 굴하지 않고 싸우겠다”고 선포하며, “서부지법 폭동을 선동한 전광훈 같은 자부터 잡아야” 함에도 그러지 않는 경찰을 규탄했다.
오후 5시 경복궁 비상행동 집회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이하 비상행동)의 제17차 범시민대행진의 사전 집회로, 야5당 주최 범국민대회가 오후 4시 본무대에서 열렸다.
이 집회에서는 민주당·진보당·사회민주당 등 야당 정치인들이 차례로 올라 시간만 끄는 헌재를 규탄했다. 진보당 김재연 대표는 다음 주에 헌재를 압박할 더 비상한 투쟁들을 벌이겠다고 했다.
그 전인 오후 2시 보신각 앞에서는 ‘윤석열 퇴진! 세상을 바꾸는 네트워크’(이하 네트워크) 등 93개 단체가 공동 주최한 ‘가자! 평등으로 3.29 민중의행진’이 열렸다. 네트워크는 비상행동의 집회에서 유인물 〈평등으로〉를 배포해 왔다.
노동당, 정의당, 녹색당, 성소수자 단체, 장애인 단체, 페미니즘 단체 등이 참가했다. 금속노조 한국옵티칼지회, 발전 비정규직 노동자들, 의료연대, 전교조 서울지부 등 노조 활동가들도 일부 참가했다.
연단에서는 성소수자 차별 반대 운동, 장애인 차별 반대 운동, 학생 인권 보장 운동, 금속노조 한국옵티칼지회와 동덕여대 학생들의 투쟁에 연대를 호소하는 발언들이 이어졌다. 저마다 만들고 싶은 미래 사회를 말하며 연대를 호소하는 내용이었다. 윤석열 퇴진이 불투명해진 상황에 관한 언급이 많지 않은 것은 아쉬웠다.
오후 5시 비상행동 집회에서도 헌재에 대한 규탄과 분노가 쏟아졌다.

비상행동 김재하 공동의장은, 쿠데타 세력의 의도는 시간을 끌어 헌재 재판관 두 명이 퇴임해 심판 불능 상태가 되는 4월 18일까지 헌재 판결을 지연시키고 이후 앞잡이 한덕수를 내세워 윤석열이 임기 말까지 대통령 놀음을 하려는 것이라고 규탄했다.
김재하 공동의장은 비상행동의 제4차 긴급행동 투쟁 지침을 발표하고 대중 투쟁을 강조했다.
“저들과 우리의 투쟁은 중간도 없고, 타협도 없고, 흥정도 없습니다. 지금은 헌재를 대상으로 전면적인 총력 투쟁이 필요한 때입니다. 더이상 기다릴 수도, 머무를 수도, 그 어떤 묘수도 없습니다. 광장에 모이는 시민들의 힘만이 유일한 활로이자 승리의 비책입니다.”
김재하 공동의장은 비상행동이 4월 1~2일 헌재 앞 도로에서 남태령·한남동에 버금가는 1박 2일 철야 투쟁을 하겠다며 시민들의 참여를 호소했다.
시민 발언 중에는 스스로를 한국노총 조합원이라고 밝힌 노동자 노유근 씨의 발언이 인상적이었다. 탄핵 집회에 열심히 참여하는 노동자의 애환을 담은 그의 발언은 큰 공감을 샀다.
“평일 집회 끝나고 [집에] 가면 9시 반입니다. 아내가 퇴근하는 시간도 9시 반입니다. 그 시간에 들어가서 집 청소하고 아이를 챙기고 나면 12시, 1시가 됩니다. 아들이 물었습니다. ‘아빠는 탄핵이 가족보다 중요한 거야?’ 이 말에 흔들리지 않을 부모가 어디 있겠습니까?
“그래서 집회 참가를 줄이고 대신 가족이 송강호가 주연한 영화 ‘택시운전사’를 함께 봤습니다.


“그러자 아들이 저한테 응원 문자를 보냈고, 오늘 집회에 함께 나왔습니다. 원래는 주말이면 아들과 캠핑을 가고 테니스를 쳤습니다. 그런데 우리 가족은 지금 이 자리에 서 있습니다. 지금 이 자리가 나와 우리 아이들에게 더 나은 내일을 만드는 자리이기 때문입니다.”
50대 교육 노동자라고 스스로를 소개한 김부미 씨는, 12월 3일 계엄 선포 직후, 위험하다고 말리는 두 딸을 뿌리치고 곧장 국회로 달려 왔다고 말해 큰 박수를 받았다.
그녀는 매일 헌법재판소 앞에서 무릎을 꿇고 파면 선고를 호소했다고 했다. 헌재 앞에서 극우에게 폭행당해 깁스를 한 채였다. 그러나 이제 그녀의 인내심은 한계에 이른 듯했다.
“헌법재판소 재판관들에게 묻습니다. 12월 3일, 당신들은 어디서 무엇을 했던 것입니까? 당신들은 정시 퇴근[하고] 주말 약속을 지킬 때, 사적 행복을 포기한 이 수많은 국민들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입니까?”
비상행동 집회 발언 중 가장 많은 박수와 지지를 받은 것은 조국혁신당 신장식 의원이었다. 신장식 의원은 “헌재의 시간은 끝났다”며 강제적 조치로 파면 결정을 받아내야 한다고 했다
“조국혁신당은 더이상 108배, 삼보일배를 하지 않겠습니다. 지금은 호소할 때가 아니라 결단하고 행동할 때이기 때문입니다. 국민이 국회에 부여한 권한을 싸그리 온 몸을 던져서 사용하겠습니다. 한덕수·최상목을 동시 탄핵해야 합니다. 내란 국무위원들에게도 책임을 물읍시다. 헌재가 선고 불능 상태가 되지 않도록 비상 입법 조치를 서둘러야 합니다. 국회가 국정 운영을 책임지겠다는 결단을 주저하지 맙시다.”
의회를 통한 간접적 방식이지만 파면을 강제하자는 발언이, 인내심이 줄고 불안감이 커지는 참가자들에게 사이다처럼 느껴진 듯했다.

행진
오늘은 헌재 포위의 날이었다. 행진 대열은 나눠서 헌재 주변 도로들을 채웠다.
“윤석열을 파면하라” 구호를 쉴 새 없이 외치는 대열의 기세에 호응이 컸다. 행인들이 대열을 따라 구호를 외치는 모습, 종로 인근 가게에서 식사를 하던 사람들이 가게를 나와서 대열에 손을 흔드는 모습이 곳곳에 보였다. 어떤 행인들은 자신이 구호를 선창하며 대열의 호응을 얻기도 했다. 관광객들로 보이는 외국인들조차 핸드폰에 행진 장면을 담으며 구호에 맞춰 주먹을 흔들었다.
행진 대열의 사기가 고조된 것은 말할 나위가 없다. 윤석열 파면 결정 외에는 헌재의 선택지가 있을 수 없다는 결기가 주말 도심 거리를 가득 채웠다.
행진을 마무리하며 비상행동은 다음 주 화~수 헌재 앞 도로에서 철야 투쟁을 하고, 4월 5일에는 전국 동원 집회를 열기로 했다. 또한 경찰 탄압 항의에도 나설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