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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아내리는 지구

마이크 데이비스는 지금껏 우리가 예측했던 것보다 기후변화가 훨씬 급작스럽게 진행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멕시코 만에서 잇달아 생겨난 두 개의 5급 허리케인(카트리나와 리타)은 사상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우려스런 사건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열대 기후학자들을 진짜로 놀라게 만든 ‘지난 10년 사이의 최고의 폭풍’은 2004년 3월에 등장했다. 브라질의 도시 산타 카트리나에 상륙해 ‘카트리나’라는 이름이 붙여진 이 태풍은 남대서양에 생겨난 최초의 태풍으로 기록됐다.

교과서의 오랜 정설에 따르면 그런 일은 결코 일어날 수 없었다. 전문가들은 적도 이남의 대서양은 해수면 온도가 너무 낮고 바람이 너무 강하게 불어 열대 저기압이 사이클론으로 진화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기상관측가들은 관측위성이 보내온 믿을 수 없는 영상을 보고는 눈을 비벼댔다. 금단의 위도[적도 이남의 대서양] 상에 잘 발달된 고전적인 모양의 소용돌이의 눈이 찍혀 있었던 것이다. 최근의 모임과 출판물들에서 연구자들은 카트리나의 기원과 중요성에 대한 논쟁을 벌였다. 카트리나가 단지 남대서양 기후의 정상 패턴에서 벗어난 보기 드문 사건이었을 뿐인가, 아니면 기후 체계가 임계점을 넘어 근본적이고 빠르게 변하고 있음을 알리는 신호인가?

환경 변화와 지구 온난화에 대한 과학적 논쟁은 비선형성이라는 망령에 오랫동안 시달려왔다. 과거의 추세에 대한 양적 비교만으로 미래의 기후를 추정할 수 있다면, 다시 말해 원인과 결과 사이의 인과관계가 비례적이고 단선적인 변화를 겪는다면 기후 모델을 만들고 이해하기가 정말 쉬울 것이다.

그러나 지구 기후를 구성하는 주요 요소들은 공기, 물, 얼음 그리고 식물 모두 비선형적으로 변화한다. 특정 임계점을 넘으면 그것들은 한 조직 상태에서 다른 상태로 바뀐다. 그 전환은 너무 급격해서 예전의 정상적인 상태에서 살던 종들에게는 재앙적 결과를 낳는다. 1990년대 초까지만 해도 이런 주요한 기후 변화는 1천 년까지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수백 년에 걸쳐 일어나는 것으로 이해됐다. 하지만 지금은 지구 기온과 대양 순환의 급격한 변화가 10년, 심지어 그보다도 빨리 일어날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좋은 예로 ‘영거 드라이어스’라 불리는 1만 2천8백 년 전의 한랭기를 들 수 있다. 빙하가 녹아내려 엄청난 양의 물이 바다로 흘러 들어가자 북대서양 해수의 염분 농도가 낮아졌다. 그 결과 멕시코 만류를 따라 북쪽으로 흐르던 따뜻한 해류의 흐름이 둔화했고 유럽 대륙은 1천 년 간의 빙하기를 겪게 된다. 임계, 전환, 증폭, 혼돈 현대 지구 물리학은 지구의 역사가 태생적으로 혁명적이었음을 보여 준다. 그래서 빙상 안정성과 북대서양 순환 같은 주제를 연구하는 많은 탁월한 연구자들은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패널’(IPCC) 지구 온난화에 관한 세계적 권위를 갖고 있다 에서 합의된 예측들에 대해 항상 불안해 했다.

혼돈

이 연구자들은 부시와 석유 기업에 있는 그 패거리들과는 정반대 이유에서 IPCC의 입장에 회의적이다. 즉, IPCC의 예측이 ‘영거 드라이어스’나 허리케인 카트리나에서 볼 수 있는 재앙적 비선형성을 적절히 고려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다른 연구자들은 21세기 후반의 기후를 ‘고온기’(현세인 ‘충적세’ 중 가장 더웠던 때인 8천 년 전)나 ‘에미안’ 간빙기(지금보다 더웠던 지난 번 간빙기, 12만 년 전)의 전례를 따라 예측하는 반면, 이들은 끝없는 온난화 때문에 지구가 5천5백만 년 전인 ‘팔레오세­에오세 최고온기’(PETM)의 작열하는 혼돈으로 되돌아갈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당시에는 해수 온도가 급속히 치솟아 대량 멸종 사태가 벌어졌다.

최근 극적인 증거들이 새로 나타났는데, 그것들은 우리가 비록 두렵고 상상할 수 없는 PETM으로 돌아가지는 않더라도 최소한 IPCC가 내다본 것보다는 더 험난한 결론을 향해 나아가고 있음을 보여 준다.
최근 나는 다양한 대학과 연구소에서 일하는 21명의 과학자들이 함께 쓴 ‘새로운, 주기적 부동(不凍) 상태 궤도에 놓인 북극계’라는 글을 읽고서는 완전히 뒤로 나자빠졌다.

이 글은 이미 많은 사람들에게 친숙한 추세들을 열거하며 시작한다. 거의 30년 동안 북극해의 빙산은 극적으로 얇아지고 줄어들어 “실제로 한 세기 안에 북극해의 얼음이 여름에는 모두 녹아버릴 수 있다.” 게다가 아마도 이런 변화를 영영 되돌릴 수 없을 것이라는 새로운 관점을 덧붙여 제시했다. “놀랍게도, 현재 북극계의 변화 과정을 바꿀 수 있는 잠재력이나 속도를 갖고 있는 단일한 되먹임 얼개[피드백 메커니즘]를 찾아내기는 어렵다.”

북극해의 얼음이 모두 녹는 일은 지금부터 적어도 1백만 년 전까지는 벌어진 적이 없다. 그리고 글쓴이들은 지구가 “초간빙기” 상태로 나아가고 있다고 경고한다. 그것은 “지구의 현세 역사에서 지배적이었던 빙하기­간빙기 순환에서 벗어나는’ 것을 의미한다. 그들은 한 세기 안에 지구 온난화가 에미안 간빙기의 최고온도를 넘어설 것이고 따라서 미리 그럴 가능성을 방지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또, 정말로 그린란드의 빙상이 완전히 또는 일부 녹을 수 있다고도 했다. 만일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멕시코 만류에는 확실히 ‘영거 드라이어스’ 때와 같은 일이 벌어질 것이다.

“순환에서 벗어나는” 이라는 말은 우리가 온난한 충적세 기후 지난 1만 년 동안 농업과 도시 문명의 폭발적 성장을 촉진한 와 작별한다는 것을 의미할 뿐 아니라 동아프리카에서 현생 인류의 진화를 촉진한 후기 홍적세의 기후 패턴과도 다른 상황을 맞이할 것이라는 점도 뜻한다.

물론 다른 연구자들은 이 문서의 유별난 결론에 이의를 제기하며 북극 알베도 재앙[북극의 얼음은 햇빛을 반사해 지구의 온도 상승을 억제하는 효과를 내는데, 북극 얼음이 녹으면 그런 효과가 사라져 지구 온난화 가속에 일조하는 것을 알베도 재앙이라고 한다. 알베도는 빛의 반사율.]의 시나리오를 막는 상쇄요인들이 있다고 주장할 것이다. 물론 우리도 그러기를 바란다. 그러나 적어도 당분간 지구 변화에 대한 연구는 점점 더 나쁜 시나리오 쪽으로 옮아가고 있다.

두말할 것 없이 이 모든 것은 산업 자본주의와 제국주의에 대한 괴팍한 찬사다. 이것들이 지질학적으로 짜내는 힘은 하도 강력한 나머지 두 세기도 채 안 돼 ― 그것도 주로 지난 반세기 동안 ― 지구의 기후를 근본적으로 바꿔 버리는 데 성공했다.

자본주의

내 안의 악마는 파티를 열고 흥청망청 즐기자고 속삭인다. 머지않아 유콘[알래스카 옆에 있는 캐나다의 한 주]의 열대 우림이나 뉴잉글랜드[미국 북동부 지역]의 뜨거운 사막에서 얼마나 많은 수렵­채집인들이 살아남을 수 있을지를 두고 논쟁을 벌일 때가 오면 더는 교토[협약]에 대해 걱정할 필요도 없고 알루미늄캔을 재활용할 필요도, 화장지를 너무 많이 쓴다고 걱정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내 안의 천사는 비명을 지르고 있다. “어떻게 지금 우리가 우리 아이의 아이들이 자기 자식을 가질 수 있을지 없을지에 대해 과학적으로 진지하게 심사숙고하고 있을 수가 있지?” [석유 대기업] 엑손이 엄숙한 체하는 자기네 광고에서 이 질문에 대답하게 만들자.

미국 거주 사회주의자인 마이크 데이비스는 미국 노동운동사를 다룬 명저 《미국의 꿈에 갇힌 사람들》(창작과 비평사)로 국내에도 널리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