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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어가는 네팔의 정치 위기

데이빗 세던은 최근 민주주의에 대한 갸넨드라 국왕의 침탈에 반대하는 항의시위가 벌어진 네팔에 다녀왔다. 그는 히말라야 부근의 이 나라에서 일어난 사건들의 배경에 대해 밝힌다.

2월 1일 네팔 국왕은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다. 네팔 왕실 군대가 모든 통신 수단을 끊어버려 네팔은 며칠 동안 외부세계로부터 단절된 상태였다.

2002년 10월 왕실 쿠데타를 굳건히 하려는 이러한 움직임에 우려를 표명할 만한 사람들은 감금되어 투옥당하거나 가택연금에 처해졌다.

국왕은 자신의 행동이 점차 성공을 거두고 있는 마오주의자들의 봉기를 분쇄할 수 있는 강력하고 효율적인 정부를 수립하기 위해서였다며 자신을 정당화했다.

그는 이전 정권이 경제적 ·사회적 개혁을 수행할 수 없었기 때문에 이런 조치가 필요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를 민주주의의 이름으로 수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국왕은 1백 일안에 놀라운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약속했고, 이것이 네팔의 진보적 변화를 향한 그의 굳건한 의지를 증명하고 그를 비난하는 많은 사람들을 만족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만약 그에게 3년이란 시간이 그에게 주어진다면 네팔을 완전히 변모시킬 수 있다고도 말했다.

네팔 내의 반응은 엇갈려 있다.

국왕과 군대가 탄압하려고 했던 정치가들이나 인권운동가들, 학생들, 기자들로부터 형성된 광범위한 비난 여론이 있어왔다.

더 많은 사람들이 체포되었고 어떤 사람들은 민주주의와 인권 회복을 위한 캠페인을 조직하려고 인도의 델리나 다른 나라의 도시로 모이거나, 외국 정부나 국제 기관에 로비활동을 하기 위해 네팔을 떠났다.

교육받은 “중간 계급들” 사이에, 특히 수도 카드만두에서는 쿠데타 세력에 대한 상당한 적대감이 존재한다.

그러나 그들 중 다수는 국왕 이외의 대안에 대해서도 상당한 우려를 하고 있다. 즉, 그들에게는 쿠데타가 일어나기 전의 부패한 정당 정치로 되돌아가는 것도, 9년 동안 정부에 맞선 봉기를 이끌어 온 마오주의자들이 정권을 장악하는 것도 걱정스러운 일이다

도시 지역의 일부 평범한 사람들은 국왕에게 네팔에 평화와 경제적 안정을 가져다 줄 기회를 줘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나머지 ― 아마도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 사람들은 국왕의 개입에 강하게 반대하고 민주주의의 회복을 원하거나 대안으로서 마오주의자들을 지지하고 있다.

유리한 고지

현재 마오주의자들이 장악한 네팔의 지방에서의 반응은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마오주의자들은 자치 지역들과 지구 및 마을 단위의 통치기관들을 아우르는 대안적인 통치체계를 구축해왔다. 지방의 농민들과 노동자들의 광범위한 지지덕분에 마오주의자들은 다른 어떤 세력보다 전략적으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이러한 지지는 줄어드는 추세이다.

이런 추세는 대부분 마오주의자들이 민간인을 대상으로 폭력을 휘두른 결과다. 그러나 마오주의자들의 지도부는 최근 이러한 운동 내에서 폭력을 자제하고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교정 캠페인”을 선언했다.

마오주의자들이 얼마나 강압과 폭력을 휘둘렀던지 간에 그들은 여전히 상당한 지지를 얻고 있다.

마오주의자들의 지도부는 지금 공세에 나설 준비를 하고 있다. 지난 몇 주간의 임시 도로봉쇄는 지난 몇 주간 효과를 발휘했고 이는 조만간 재개될 것이다. 그들은 앞으로 몇 달간 또 다른 군사적, 정치적 공세를 펼 것이라고 선언했다.

국왕의 개입에 대한 소위 “국제 사회”의 반응은 대체로 비판적이다.

인도정부는 우려를 표명했고 국왕에게 군사적 지원을 중단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영국 외무장관 잭 스트로는 민주주의의 회복을 요구하며 네팔에 대한 영국의 군사적 지원 중단을 선언했다.

미국은 군사 지원 정책에 대해 좀더 신중함을 보였지만 현재 입장을 검토하고 있고, 동시에 민주주의의 회복과 인권을 요구했다.

네팔은 해외 원조에 매우 의존하고 있다. 몇몇 개발 기관들은 원조 계획을 재고하겠다고 밝혔고 다른 기관들은 어떤 새로운 원조 약속도 하지 않을 방침이다.

중국은 최근 사태를 본질적으로 내정 문제로 간주하겠다고 표명했다.

파키스탄은 쿠데타에 관해서는 애매한 입장을 취했고 네팔 주재대사는 “네팔과의 따뜻한 관계”를 강조했다.

새로운 사태

그러나 만일 미국과 영국, 인도가 군사지원을 중단할 경우 중국과 파키스탄이 그들 대신해서 군사 지원을 해주리라는 친 국왕 언론의 희망 섞인 관측에는 근거가 빈약하다.

머지않아 네팔에서는 다음과 같은 일들이 벌어질 듯 하다.

첫째로, 국왕과 각료들은 정치적 통제력을 유지하고 수도와 주요 도시의 안전을 확대하기 위해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고, 이후 점차적으로 외견상 정상화된 모습을 회복할 것이다.

현재 구속된 사람들 중 다수는 결국 “근신”을 서약하고 풀려날 것으로 예상된다.

강요되었던 언론 검열도 자체검열이 효과적일 것이라는 기대 속에 완화될 듯 하다. 친정부적이고 반마오주의적인 선전을 더욱 널리 유포하려는 시도들이 역력하다.

정당의 지도부에게는 정치운영과 궁극적으로 다당제 민주주의의 회복을 위한 틀을 정부의 교섭을 통해 함께 만들어 가자는 제의가 들어올 것이다.

개발 프로그램과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경제를 회생시키기 위해 관료제도를 더욱 효율적으로 만들려는 노력이 있을 것이다.

보안군, 특히 네팔 왕실 군대는 마오주의자들을 상대로 좀더 공격적인 전략을 개시하고 개발하도록 지시 받을 것이다.

네팔 국왕은 주요 외국 강대국들과 국제 기관들이 의심스럽더라도 일단 자신을 믿어주길 바라고 있다.
그는 새로이 형성된, 그러나 뼛속 깊이 반동적인 현정부에 대해 강대국들이 어떤 중대한 제재도 가하지 않길 바라고 있다.

지금 당장은 그들이 그럴 것 같지 않지만 상황이 전개됨에 따라 그들의 입장도 바뀔 수 있다.
정당들은 의심할 나위 없이 더 큰 압력에 직면할 것이다.

회생

정당들은 한편으로는 왕실과 손잡아야 한다는 압력이 거세질 것이고, 또 한편으로는 민주정당으로서의 명색에 걸맞게 왕실의 제안을 거부하고 일관된 대안을 전개하라는 내부로부터의 압력이 거세질 것이다.

정당들은 이러한 억압 하에 분열되고 예전보다 세력이 약해질 수 있다. 그러나 또한 왕실과 구 정당 지도부의 권위주의 모두에 반대하는 활력 있고 좀더 뚜렷한 민주적 합의가 형성될 가능성도 있다.

마오주의자들은 최소한 단기적으로 거의 모든 정치적 카드를 갖고 있다. 그들은 군사적, 정치적 이점을 지니고 있다. 그들은 지금 동요하고 있는 네팔 인들의 지지를 이끌어내기 위해 캠페인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그들은 군사적, 정치적 공세를 선언하고 추가 봉쇄를 공포했다.

마오주의자들은 다른 정당들에게 왕실과의 관계를 끊고 제헌의회를 소집하고 민주 공화국을 수립하기 위해 의회 내 세력과 혁명 세력의 대중적 연합에 결합하라고 호소했다.

강대국들과 국제 기구의 의도와는 별개로 네팔의 미래를 위한 네팔 내의 투쟁은 가까운 장래에 더욱 격렬해 질 것이다.

데이빗 세던은 《위기 속의 네팔》과 아르준 카르키와 공동으로 저술한 《네팔의 인민 전쟁 : 좌파적 관점들》 등 네팔에 관한 여러 저서를 펴냈다.

번역 조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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