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자본주의에 맞선 혁명가들: 처음 만나는 혁명가들 대폭 증보판》:
그들은 어떻게 혁명가가 됐을까?
〈노동자 연대〉 구독

‘아래로부터의 사회주의’를 꿈꾼 혁명가 5인의 삶을 살펴봤던 《처음 만나는 혁명가들》이 10년 만에 대폭 증보돼 나왔다.
구판의 5인(카를 마르크스, 블라디미르 레닌, 로자 룩셈부르크, 레온 트로츠키, 안토니오 그람시)에, 새로 5인(프리드리히 엥겔스, 엘리너 마르크스, 알렉산드라 콜론타이, 맬컴 엑스, 마틴 루서 킹)이 추가됐다.
이 서평에서는 구판 서평(본지 142호)에서 살펴본 부분을 빼고 새로 추가된 부분을 다루겠다.
다만, 기존 글도 꼼꼼히 손봐 좀 더 읽기 좋아졌다는 점, 혁명가들을 “처음 만나는” 독자가 아니더라도 새로운 통찰을 얻을 수 있는 깊이 있는 분석도 담겨 있음을 강조하고 싶다.
특히, 엘리너 마르크스와 알렉산드라 콜론타이는 국내에 읽을 수 있는 전기가 거의 없다는 점에서 이 증보판의 출간은 반가운 일이다.
두 인물은 흔히 “여성 차별은 남성 탓이므로 여성은 남성과 따로 조직돼야 한다고 생각하는 페미니스트일 뿐”이라고 여겨진다. 영어권에는 《사회주의 페미니즘의 발전: 엘리너 마르크스부터 오카시오 코르테스까지》라는 책이 있을 정도이며, 콜론타이도 흔히 교차성이나 특권 이론의 선구자로 여겨진다.
그러나 두 인물은 여성해방을 위한 이론을 발전시키고 운동에 헌신한 동시에, 무엇보다 “마르크스주의자이자 혁명가였다.”
카를 마르크스의 막내딸인 엘리너 마르크스는 “영국 노동조합운동의 성격을 바꿔 놨을 뿐 아니라 사회에서 가장 착취받고 억압받는 사람들의 처지도 바꿔 놓은 강력한 노동자 운동의 한가운데”에 있었다.
콜론타이는 “여성의 해방은 사회 전체의 문제가 해결될 때만, 현재의 사회질서가 근본적으로 변혁될 때만 가능”하다고 한결같이 주장했다.
날 때부터 혁명가인 사람은 아무도 없다
자본주의 체제가 다중적이고 복합적인 위기에 빠져들면서, 과연 ‘아래로부터의 저항이 자라나 이 위기를 해결할 수 있을까,’ 즉 ‘혁명이 일어날까’ 하는 절박한 물음도 생겨난다.
그러나 점점 더 심각해지는 경제 위기, 이상기후와 전염병 같은 생태 위기, (최근 미국의 이란 공격이 보여 주는) 지정학 위기, 극우와 파시즘의 발호 같은 정치 위기를 살펴보면, 머지않아 혁명적 격변이 일어나는 것은 피할 수 없을 뿐 아니라 거의 필연적인 일처럼 보인다.
오히려 질문을 다음과 같이 바꾸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자본주의에 도전하려는 이들이 과연 그 혁명을 승리로 이끌고 대안 사회를 건설할 수 있을까?
혁명가들의 전기를 읽는 것은 이런 의문을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된다. 그러나 그 전기가 모종의 위인전 같은 것이라면 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태어날 때부터 혁명가이고 모든 문제의 답을 알고 있으며 실수 따윈 하지 않는 ‘위대한’ 인물의 이야기가 현실의 평범한 사람들에게 무슨 도움이 되겠는가.
이 증보판의 장점 하나는 “움직이지 않고 변하지 않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마르크스주의 변증법의 방법을 혁명가들의 전기에도 적용했다는 점이다. 이 책에 등장하는 혁명가들은 “사상이 변할 수 있다는 것, 혁명가로 태어난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것”을 보여 준다. 그들은 현실을 경험하면서 배우고, 다른 사람과 논쟁하면서 상호작용하며, 실수나 오류를 통해 발전한다.
이를테면, 노동계급의 역사적 구실이라는 사상을 처음 주장한 사람은 마르크스가 아니라 (언제나 마르크스의 2인자를 자처하던) 엥겔스였다.
엥겔스가 그럴 수 있었던 것은 역사상 처음으로 총파업이 일어난 영국에서 마르크스보다 먼저 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곧이어 마르크스도 독일 슐레지엔 직공들의 파업을 보며 노동계급의 자력 해방을 말하기 시작하고 철학자에서 혁명가로 거듭난다.
이 점은 (독자들이 왜 이 책에 포함됐는지 의아해할 수도 있을) 두 인물, 즉 맬컴 엑스와 마틴 루서 킹의 경우에 더 두드러진다.
두 사람은 단순히 대척점에 선 인물들로 흔히 여겨진다. 실제로 맬컴은 매우 급진적이었고 비폭력 전략에 반대했지만, 동시에 흑인 분리주의를 지지했고 대중운동과 거리를 뒀다.
반면에 킹은 열정적으로 위대한 대중운동을 건설했지만, 이 운동이 촉발한 반란의 물결과 그것을 우려하는 자신의 자유주의적 후원자들 사이에서 머뭇거리고 모순적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이처럼 순간 포착 사진처럼 잘라서 이분법적으로 보면 많은 것을 놓치게 된다. 두 사람 모두 인종차별이 사라진 미래를 진심으로 원했고, 국가에 도전했으며, 그들의 사상은 급속한 변화를 겪었다.
맬컴은 분리주의를 버리고 국제주의를 받아들였으며 대중운동 건설의 중요성을 이해하게 됐다. 킹은 1967년에 (당시로서는 매우 큰 용기가 필요했던) 베트남 전쟁 반대 주장을 시작했고 이듬해 노동자들의 파업을 지지하며 인종차별·전쟁·빈곤 반대 투쟁을 결합했다.
요컨대, “두 사람 모두 자본주의를 끝장내지 않고는 인종차별도 끝장낼 수 없을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두 사람의 비극적 공통점은 혁명적 사상을 발전시키던 정치적 여정 중간에 갑자기 암살당했다는 것이다.
두 암살 사건의 진실이 무엇이든 간에 미국 국가가 두 사람의 암살을 부추기거나 적어도 묵인한 것은 분명하다. 미국 국가는 그들이 대변하는 사람들과 대의를 두려워했고, 그들이 살해당하는 것을 보고 기뻐했다.
이 책은 이런 우여곡절을 거쳐 마침내 ‘탄생’한 혁명가 10인에 대한 이야기다. 믿기 힘든 강인한 의지력으로 역경을 헤쳐 나가는 혁명가들의 모습에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