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영국 북막스 출판사가 발행한 《삐딱이들을 위한 혁명가 가이드》 시리즈를 한 권으로 묶은 것이다. 카를 마르크스, 블라디미르 레닌, 로자 룩셈부르크, 레온 트로츠키, 안토니오 그람시의 삶과 사상을 다룬다(엥겔스가 빠진 것은 아쉽다).
이들은 갖가지 오해와 왜곡에 시달려 왔다. 마르크스는 자본주의 경제가 또다시 위기에 빠지면서 재조명받고 있지만 단순한 경제학자나 철학자로 주목받을 뿐이다. 레닌과 트로츠키는 스탈린주의 독재의 원조라는 오래된 혐의를 벗지 못하고 있다. 룩셈부르크는 레닌과 볼셰비키를 비판한 적이 있다는 이유로 마치 대중의 자발성만 강조하고 정당의 필요성을 배격한 인물인 양 그려진다. 그람시는 오늘날 시민운동의 이론적 근거를 제시한 선구자로 여겨진다.
이 책은 이런 오해와 왜곡을 걷어 내고 이들을 제자리로 돌려놓는다.
물론 마르크스는 위대한 철학자이자 경제학자였고(2005년 BBC의 라디오 청취자들은 역사상 가장 위대한 철학자로 마르크스를 꼽았다), 급진 철학자(청년 헤겔주의자)로 정치 활동을 시작했다.
그러나 1844년 독일 슐레지엔 직공들의 파업을 보며 마르크스는 철학자에서 혁명가로 거듭난다. 청년 헤겔주의자들은 사상과 의식이 행동을 낳는다고 봤다(오늘날 철학자들도 대체로 이렇게 생각한다). 그래서 슐레지엔 직공들이 아직 “충분히 의식적이지 않다”는 이유로 그들의 파업을 경멸했다.
마르크스는 달랐다. 청년 헤겔주의자들을 비판하며 인간은 세계를 변화시키는 과정에서 자신의 사상도 변화시킨다고 반박했다. “의식이 존재를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존재가 의식을 결정한다.”
그러면서 마르크스가 내린 결론은 유명하다. “지금까지 철학자들은 세계를 해석했을 뿐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세계를 변화시키는 것이다.”
이때부터 마르크스는 혁명운동에 적극 참여하고 스스로 조직을 건설하고 신문도 발행했다. 《자본론》을 쓴 것도 자본주의의 운동 법칙을 이해해 그 전복을 앞당기기 위해서였다.
레닌, 룩셈부르크, 트로츠키, 그람시는 모두 마르크스의 이 핵심 사상(“노동계급의 해방은 노동계급 스스로 이룩해야 한다”)을 계승하고 견지한 인물들이다. 이들은 훌륭한 대통령·국회의원이나 강력한 지도자가 노동자를 대신해 변화를 선사할 수 있다는 사상, 즉 위로부터의 사회주의에 맞서 아래로부터의 사회주의 전통을 지켜 냈다. 책을 읽다 보면 노동자 계급의 승리를 위해 싸우다 감옥에 갇히고 목숨까지 걸어야 했던 이들의 불꽃 같은 삶이 생생하게 펼쳐진다.
이 책은 마르크스주의와 혁명의 역사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도 쉽게 이해할 수 있게 쓴 흥미진진한 입문서다. 낯선 용어와 인물에 대한 설명이 각주로 달려 있고 자세히 알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 ‘더 읽을거리’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