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반전 소책자
이재명 정부는 호르무즈해협 파병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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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파병 요청은 미국이 이란 전쟁에서 차질을 빚고 있음을 드러냈다. 초기 기습 공격으로 이란 정권을 붕괴시키지 못했고, 현재 이란의 응전을 분쇄하지도 못하고 있다.
트럼프는 다른 국가들에 파병을 요구하기 바로 전날에도 “전쟁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했고, 트럼프의 전쟁부 장관 헤그세스는 미군이 이란의 미사일·드론 공격력을 90퍼센트 파괴했다고 주장했다. 바로 몇 시간 후 미국의 역내 핵심 우방 아랍에미리트UAE와 사우디아라비아가 이란의 맹공을 받았다.
트럼프가 받는 압박은 커지고 있다. 특히, 세계 원유 수송량의 20퍼센트 이상이 오가는 호르무즈해협의 봉쇄를 미국이 풀지 못하자 원자재 가격과 금융 지표가 요동쳤다. 트럼프는 예상했던 일이라고 특유의 허세를 부렸지만 그 말을 믿는 사람은 별로 없는 듯하다.
가뜩이나 취약하던 공급망이 코로나 팬데믹 이후 최대 위협에 직면했다는 분석들이 제기됐다. 이는 잠재적으로 미국 패권에 중대한 위험 요인이다. 2007~2008년 미국발 금융 위기는 미국의 패권에 상처를 준 중요한 한 계기가 됐다.
트럼프가 호르무즈해협 ‘탈환’에 힘을 보태라고 동맹국들에게 요구한 것은 미국이 단독으로 봉쇄를 해제하지 못함을 시인한 것이다.
트럼프는 동맹국 군함들이 이란의 공격을 상대할 동안 미군이 “해역 전체를 폭격해 초토화하고 이란 배를 계속 격침”할 것이라고 한다. 동맹국 군인들이 미군 대신 드론 밥이 되라는 것이다.
미군에게는 호르무즈해협 전체를 초토화할 포격·폭격 능력이 있지만, 이란의 공격을 모두 차단하기에는 현재 미군의 파견 전력이 모자란다. 그래서 트럼프는 즉각 병력을 동원할 수 있거나 이미 동원 중인 국가들에 군함을 콕 집어 요구한 것이다.
하지만 동맹국들은 그 요청에 즉각 호응해 뛰어들지는 않았다. 작전 성공 가능성이 의심되기 때문이다. 호르무즈해협은 가장 좁은 구역의 폭이 39킬로미터에 불과해, 이란이 드론을 이용해 군함과 상선을 괴롭히기 좋은 전장이다. 미군이 이곳을 ‘킬박스’라고 부르는 이유다.
개전 후 이곳에서 미군의 총 사상률은 1.43퍼센트에 이른다(미국
언론 〈밀리터리닷컴〉 추산). 단순 계산으로 청해부대 300명이 투입되면 네 명이 죽거나 다치는 꼴인데, 군사전문가들은 이것이 2003~2011년 이라크 전쟁의 총 사상률에 약간 못 미치는 높은 수치라고 지적한다.
파병은 군사적·정치적 지지, 미국 제국주의 지원
미국이 동맹을 모아 다국적군을 구성하려는 데에는 다른 이유도 있다. 국제적 지지를 모아 전쟁의 정당성 부족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애초에 이번 전쟁은 미국이 냉전 종식 후 벌인 주요 전쟁 중 동맹국의 동참이 가장 적었다. 나토와 유엔의 동의를 받지 못해 빈축을 샀던 2003년 이라크 침공 때조차 영국·스페인·이탈리아 등이 병력을 보탰다.
하지만 이번에 미국은 이스라엘과만 공조해 전쟁을 일으켰다. 그리고 그 이스라엘은 특히 지난 2년여간 벌인 인종학살과 중동 확전으로 세계적 반발을 사고 있다.
트럼프는 돌파하기 어려울 듯한 난국이 닥치자 그제서야 동맹국들을 모으려 한다. 유럽 주요국들과 한국·일본이 트럼프의 요청에 응해 다국적군을 결성하면 트럼프와 네타냐후가 저지른 막대한 학살 범죄를 공동 책임지는 것이다.
평범한 청년들을 제물 삼아 침략·강탈 전쟁을 도와야 하는가?
트럼프는 제국주의적 목표를 위해 이란인 수천 명이 죽는 것쯤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그리고 이스라엘은 이란을 공격하는 동시에 팔레스타인인들을 인종학살 하고 레바논을 침공해 폭격하며 중동 곳곳을 피로 물들이고 있다.
그들은 과거에도 그랬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파병은 미나브 초등학교에 떨어진 미사일을 편든다는 것이고, 가자의 병원들을 파괴한 자들을 응징의 공포에서 빠져나오도록 돕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파병은 평범한 이란인들과 중동인들을 더 위험케 할 것이고, 팔레스타인인들이 더 고립되고 공격받게 할 것이다.
파병은 그 자체로 트럼프의 전쟁 드라이브를 지지한다는 선언이다. 트럼프가 베네수엘라에서 마두로를 손쉽게 납치한 것에 고무돼 이란 공격에 나섰던 것 같은 일을 더 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올해 들어 트럼프가 편 일련의 공격이 모두 중국을 의식한 것임을 알아야 한다. 베네수엘라와 이란은 모두 경제 봉쇄 때문에 중국에 석유를 많이 수출했고, 중국의 지역 교두보 구실을 했다. 트럼프는 그린란드 강탈 의지를 표명할 때도 북극해에서 중국을 축출해야 한다고 했다.
따라서 파병은 중동의 참상을 키울 뿐 아니라, 아시아와 전 세계가 위험해지는 데에도 일조할 일이다.
이재명 정부, “한미 간 긴밀히 소통”한다고?
일고의 가치도 없이 거부해 마땅한 이 ‘제안’을 두고 이재명 정부는 “한미 간 긴밀히 소통 중이며 신중히 검토”하겠다고 한다.
서해에서 미중 전투기가 대치할 때도 알리지 않았고, 주한미군 무기도 일방적으로 철수시킨 미국이, 상의도 없이 시작한 이번 전쟁에 관해 한국과 무엇을 더 “긴밀히 소통”하겠는가?
한국 정부는 일본의 결정을 참고하려고 시간을 끄는 듯하지만, 동시에 파병할 때 얻어 낼 ‘국익’(한국 자본가들을 이롭게 할 대가)을 두고도 고심할 것이다. 역대 한국 정부들이 미국의 전쟁 지원 요청에 거의 빠짐없이 화답해 온 역사를 떠올리면서 말이다.
2004년 한국 정부가 전투병을 파병해 미국의 이라크 점령을 지원할 때, 노무현 대통령은 ‘국익을 위한 파병’이라고 정당화했다.
하지만 파병은 한국 자본주의의 정치적 위상을 올렸지만 그 파병은 노무현이 약속한 한반도 평화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노무현 정부하에서 주한미군은 해외 파병과 대중국 방어용으로의 전환이 시작됐다(“전략적 유연성”). 평택 미군기지 합의와 건설이 바로 그 척도였다. 제주 강정 해군기지도 그때 시작됐다.
6자회담은 말잔치로 끝났고, 미국의 대북 적대 노선은 변하지 않았다. 남북 관계도 경색됐다. 그래서, 임기 막판에 남북 정상회담이 열렸어도 남한 정부는 북한이 핵무장 노선으로 가는 걸 말릴 수단도 없었다.
2020년 문재인 정부는 트럼프의 요청에 화답해 청해부대를 ‘단독 작전’ 형식으로 호르무즈해협에 투입했다. 당시 이란은 이에 격분했고, 이후 한국 유조선을 나포하기도 했다.
이번에 파병한다고 해서 호르무즈해협을 지나야 할 선박의 안전이 보장되는 것도 아니다. 현재 사우디아라비아에 발이 묶인 상선에 있는 전정근 HMM해상노조 위원장은 이렇게 전했다.(3월 17일자 〈김종배의 시선집중〉)
“지금 여기는 해적이 아니라 미사일·드론·기뢰가 날아다니는 전시 상황이다 보니 [군함이] 호송을 한다고 [해도 위험합니다.]”
“선박의 안전과 선원들의 목숨을 담보로 도박을 할 수는 없[습니다.] ... 선원은 군인이 아닙니다. 목숨을 걸 이유가 없습니다.”
전정근 위원장은 파병이 아니라 전쟁 중단만이 안전을 보장하는 길이라고 답했다.
국회만 바라볼 일 아니고 반전 운동 키워야
일각에서는 국회가 파병을 부결하기를 기대한다. 심지어 일본 극우 여당 자민당조차 파병에 난색을 표했다며 말이다.
그러나 민주당은 파병 관련 입장 표명을 극도로 삼가고 있다. 명백하게 파병 반대 입장을 낸 것은 지금까지(3월 17일 현재) 이기헌·위성곤 의원 두 명뿐이다. 검찰 개혁에 관해서는 너도나도 한소리 한 것과 대비된다.
진보당 의원단과 조국혁신당 김준형 의원이 파병 반대 입장을 명확히 했지만, 그 소수의 의원들이 원내 협상으로 민주당을 움직이리라 기대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그래서 〈민중의소리〉는 사설에서 “파병반대 국민적 행동이 필요하다”고 옳게 주장했다. “국민들이 나서서 파병 반대 여론이 강하다는 것을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 그래야 국회가 나설 수 있고, 정부에 명분이 생긴다.”
그러나 과거 민주당은 해외 파병 결정과 파병 연장에 줄곧 찬성해 왔다. 명백한 제국주의 침략 전쟁 동참인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파병, 레바논 파병, 소말리아 파병, UAE 파병 등. 민주당도 한미동맹 문제에서는 다르지 않았던 것이다.
반전 여론을 대변하는 반전 운동의 압력은 민주당 내에서 소수의 반란표만 조직할 수 있었고, 결국 파병되자 운동의 기세도 꺾인 경험이 있다. 국회에 의존하지 않는 독립적인 반전 운동이 필요한 이유이다.
트럼프·네타냐후 전쟁 반대 운동은 전쟁과 전쟁이 키울 생계비 고통, 청년들의 좌절과 울분, 권위주의·군국주의 강화, 극우의 발호 등 각종 위기에 맞설 저항과 연결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