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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정부 극우 최일붕 글 모음 제국주의 팔레스타인·이란전쟁 이주민·난민 긴 글

광주 여고생 살해 사건:
“침묵하면 ‘운 나쁜 사고’로 묻힐 것” — 고등학생 성명 물결

지난 5월 5일 자정이 넘은 시간에, 광주 광산구 월계동의 독서실에서 공부를 마치고 귀가하던 17살 여학생이 일면식도 없는 20대 남성이 휘두른 흉기에 찔려 숨졌다. 비명을 듣고 달려온 17살 남학생도 목 부위를 2차례 찔리는 등 중상을 입었다.

고인의 명복을 빌며, 남학생의 쾌유를 바란다.

사건 이후 고등학교 학생회들과 교지·신문 등 동아리들의 성명이 이어지고 있다.

경신여고 교지편집부 ‘매향’을 시작으로 첨단고, 광주숭일고, 수완고, 전남여고, 설월여고, 명진고 학생회와 광주여고 방송부, 강원도 속초여고 신문부 등이 성명을 냈고,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학생들은 모두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또래 여학생을 추모하며, 사건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을 촉구하고 엄정한 가해자 처벌을 요구했다.

“그의 범행보다 더 화가 나는 건 세상의 무관심입니다. .. 우리가 이대로 침묵한다면 제 친구의 죽음은 그저 ‘운 나쁜 사고’, ‘안타까운 사건’으로 치부되며 흘러가는 시간 속에 묻히게 될 것이며, 가해자는 반성하는 척 연기하며 솜방망이 처벌로 법망을 피해 갈지도 모릅니다.”(경신여고 교지편집부 ‘매향’)

“얼마 전, 우리와 함께 학교를 다니고 내일을 꿈꾸던 소중한 친구가 참혹한 범죄의 희생양이 되어 영영 우리 곁을 떠났습니다. 텅 빈 친구의 자리를 보며, 우리 첨단고 학생 일동은 씻을 수 없는 슬픔과 분노를 느낍니다. … 우리는 친구의 억울한 죽음을 결코 잊지 않을 것입니다.”(첨단고 학생회)

“누구보다 간절히 살고 싶었을 그 친구의 못다 한 꿈을 위해, 이 사건을 기억하고 분노합시다.”(설월여고 학생회)

“우리는 이 비극 앞에서 결코 침묵하지 않겠습니다. 이 사건이 잊혀지지 않게, 그리고 가해자의 마땅한 처벌이 내려지는 그때까지 계속해서 목소리를 내겠습니다.”(전남여고 학생회)

사건 현장에는 추모를 위한 국화꽃이 수북이 놓였고, 추모 메시지가 적힌 노란 리본들이 달렸다. 국화꽃 더미에는 고인의 꿈이었던 응급구조사 옷도 놓였다.

학생들의 성명이 이어지고 있는 배경에는 귀갓길 안전에 대한 실질적인 불안감과 두려움도 있는 듯하다.

피해 여학생은 자정 넘은 시간에 혼자 귀가하다가 참변을 당했다. 많은 청소년이 늦은 밤까지 학원과 독서실을 오간다. 한국 청소년들의 하루 평균 학습 시간은 OECD 최상위권이다. 독서실(스터디카페)은 24시간 돌아가고 학생들의 이용 시간대는 보통 밤 10시 이후다.

학생들은 여러 성명서에서 안전한 귀갓길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학생들이 안심하고 귀가할 수 있는 실질적이고 실효성 있는 정책을 마련해 주십시오. 범행은 우리 고등학생들이라면 겪었을 평범한 일상에서 벌어졌습니다. ... 혹시나 다시 범행이 벌어지진 않을까 매 밤을 걱정으로 채우지 않게 해 주십시오.”(명진고 학생회)

이번 사건을 계기로 한국청소년정책연대는 청소년들이 밤늦은 시간까지 위험한 환경에 노출되고 있는 것이 구조적 문제라고 짚었다.

“꿈을 가지라고 말하면서도 정작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은 제공하지 않은 채, 오직 성적과 경쟁만을 강요하는 현실이 과연 정당한가. 청소년이 밤거리를 배회하는 것이 일상이 되어 버린 사회를 정상이라고 말할 수 있는지 묻는다.”

한국청소년정책연대는 청소년 야간 이동과 활동에 대한 실태 점검과 안전 대책 마련, 학원 심야 운영 제한과 청소년의 수면권 보장 등을 요구했다.

경찰이 보아 넘긴 위험 신호

가해자는 처음에 “사는 것이 재미없어서 자살을 고민하던 중 범행을 결심했다”며 우발적 범행인 양 진술했다. 그러나 수사와 언론의 취재가 지속됨에 따라 사건의 전모가 점점 더 드러나고 있다.

〈오마이뉴스〉 등 다수의 언론 취재에 따르면, 가해자는 음식점에서 같이 아르바이트를 하던 이주민 여성 A 씨를 상대로 한 스토킹으로 살해 사건 이틀 전에 신고를 당했었다. 다음 날 성폭행과 스토킹 혐의로 고소도 이뤄졌다.

고소 내용에 따르면, 가해자는 A 씨를 1년 동안 스토킹했고, A 씨가 다른 지역으로 이사하려고 하자 새벽에 그의 집을 찾아와 목을 조르며 성폭행했다. 여고생 살해 사건 이틀 전이었다. 그날 저녁 이삿짐을 싸고 있던 A 씨는 가해자가 다시 집 근처를 배회하는 것을 보고 겁에 질려 경찰에 신고했다. 그러나 가해자가 자리를 뜨자 스토킹 사건은 현장에서 종결 처리됐다. 이때부터 가해자가 흉기를 품고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결국 계획한 표적을 찾지 못한 가해자가 다른 범행 대상을 물색한 것으로 보인다.

사건의 전모가 드러나면서 스토킹 사건으로 출동한 경찰의 대처가 적절했는지에 대해서도 의구심이 일고 있다.

출동한 경찰은 스토킹 재발 우려 정황(새벽에 주거 침입, 실랑이가 있었고 부상 입힘, 당일 오후 재출몰)을 알았음에도 불구하고 가해자가 현장에 없다는 이유로 현장 종결 처리했다. 가해자 소재 파악 시도, 주변 수색, 긴급응급조치(접근 금지, 유치장 유치 등) 등도 없었다.

안이한 태도였다. 언어 장벽, 체류 불안, 제도에 대한 정보 부족, 경찰 접촉에 대한 두려움 등 스토킹 피해자(A 씨)가 이주민 여성으로서 겪을 수 있는 어려움을 감안한다면 더욱 그렇다.

여성 대상 폭력 사건에서 피해자의 신고와 불안이 충분히 심각하게 다뤄지지 않는다는 지적은 반복돼 왔다. 올해 3월에 발생한 남양주 스토킹 살인 사건 때에도 피해자가 수차례 신고했으나 적절한 보호 조치를 받지 못했다. 이에 대한 부실 대응으로 경찰 16명이 징계위원회에 회부됐으나 상황이 크게 달라지진 않은 것이다.

경찰의 근본 성격이 성차별과 계급지배가 얽힌 자본주의 사회 질서를 지키는 기관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떠들썩한 사건이 일어난 후에 매번 보완 조처들이 언급·도입되지만, 근본적 구조는 바뀌지 않는다. 그래서 여전히 평범한 여성들의 피해 호소는 (하층 계급이거나 이주 배경이라면 더욱) 귀찮은 민원처럼 취급되기 일쑤다. 반면, 집회·시위나 노동자 파업을 감시하고 진압하는 데에는 민첩하게 움직인다.

살해 사건 이전에 나타난 위험 신호였던 스토킹 신고를 경찰이 진지하고 심각하게 받아들였다면 안타까운 죽음을 피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이번 스토킹·성폭력 사건과 여고생 살해 사건의 관련성, 스토킹 사건에서 경찰의 초동 조치 등에 대해 명명백백한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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