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노공업 파업:
반도체 호황 속에 임금체계와 노동조건 개선 요구하는 노동자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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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의 반도체 부품 제조 기업 리노공업 노동자들이 7월 23일 이후 전면 파업을 지속하고 있다. 벌써 4주째다. 반도체 호황의 압박 속에도 사측은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노동자들 덕분에 주식 차익 수천억 원을 챙긴 사장은 회사 임원들을 한데 모아놓고 ‘금속노조의 요구를 들어주면 개새끼’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것만 봐도 리노공업 사측이 노동자들을 어떻게 취급해 왔는지 알 수 있다.
리노공업 노동자들은 노동자를 시키는 대로 일만 하는 개·돼지 취급하는 사용자 측의 횡포를 오랫동안 견뎌 왔다. 올해 노조를 처음 조직하고 생애 첫 파업이 장기화하는데도 대열을 굳건히 지키고 있다. 조합원들은 이번에 노조가 성과 없이 물러나면 현장이 더 악화할 것이라고 보고, 이를 악물고 있다.
조합원들은 파업한다고 흩어져 있으면 안 된다, 모여서 뭐라도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지난주 노동조합은 공장 앞과 시청 앞에서 집회를 열었다. 집회에 참가한 조합원들은 절절한 사연을 소개하며 반드시 이겨서 돌아가자고 결의를 모았다. 얼마 전 수술을 한 상황에서도 목발을 짚고 매번 집회에 참가하는 조합원도 있었다.
조합원들은 집회에서 그간의 노동 현실에 대한 분노를 표했다.
“관리자들은 일하는 자세가 나쁘다고 쉬는 시간도 없이 일하는 조합원들을 괴롭혔습니다.” “불량으로 괴롭히는 것이 제일 힘들었습니다. 제대로 된 교육도 없고, 기준도 없이 불량만 나면 조합원 개인 책임으로 떠넘겼습니다.” “사람들 앞에서 질책당하고, 공개 게시판에 반성문을 쓰고 여러 조합원들이 수치스럽다며 일을 그만 뒀습니다” 등등.
한 조합원은 이렇게 말한다. “입사한 지 16년차입니다. 퇴사한 동료들이 이렇게 말했습니다. ‘저는 벌을 받으려고 출근하는 게 아닙니다.’ 저는 그 말을 분명하게 이해합니다. 저도 16년을 그렇게 살았습니다. 출근하기 전에 제 자존심은 집에 두고 출근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두 아이를 키우는 엄마가 직장을 떠나야 했을 것입니다.”
임금체계 개선
리노공업 노동자들은 임금체계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기본급이 너무 낮고 임금에서 성과급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들쑥날쑥한 성과급에 의존해서는 삶을 계획하기 힘들다. 뿐만 아니라 리노공업 사용자 측은 성과급 제도를 악마처럼 이용해 높은 노동강도와 긴 노동시간, 비열한 노동 통제를 강요해 왔다.
“몸살이 나서 아파도 출근했습니다. 너무 아플 땐 외출증 끊고 링거를 20~30분 맞고 돌아왔어요.” 자기가 빠지면 안 그래도 많은 물량을 동료들이 나눠서 소화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병원에 가면 무조건 약을 많이 처방해 달라고 한다. 병원에 자주 갈 수 없기 때문이다.
한 조합원은 무더위에도 장갑을 끼고 집회에 나왔다. 2도 화상을 입어 치료 중이었기 때문이다. 의사는 손을 사용하지 말고 매일 병원에서 화상 치료를 받으라고 했다. 산재 휴직을 요청하니 관리자는 휴직은커녕 산재 보험만 받아도 성과급이 삭감될 수 있다고 압박했다. 그는 출근해서 부목도 풀고 고무장갑을 끼고 일했다.
“이것이 정상적인 근무환경인지 묻고 싶습니다. 우리는 돈벌레가 아닙니다. 의사가 손을 쓰지 말라고 하면 치유에 집중하고 싶습니다. 이것이 그렇게 과도한 요구입니까?”
말도 안 되는 긴 노동시간을 견디지 못하면 또 성과급을 삭감한다.
“제가 집에서 4시 반에 일어나 출근합니다. 항상 잔업을 1시간은 무조건 했고, 3시간씩 하는 날들도 있었습니다. 3시간 잔업을 하면 저녁까지 일합니다. 그런데 토요일에도 출근을 해야 해요. 그러다가 한 달에 한 번 토요일에 빠졌습니다. 그랬더니 시간을 채우지 못했다고 성과급 100퍼센트가 빠졌습니다.“
리노공업은 이렇게 집요하게 노동자들의 피눈물을 쥐어짜 엄청난 매출을 올렸다. 리노공업은 올해 2분기 세 달 동안에만 1,432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그런데 노동자들은 점심시간에 너무 힘들어 밥을 먹는 대신 자는 것을 택한다. 그러니 수면실에 가도 자리가 없어서 눕지도 못하고 구석에 앉아서 잠깐 눈을 붙이고 와야 하는 경우도 많다. 그렇게 쪽잠 자느니 어떻게든 힘을 내는 게 낫다고 생각해서 밥을 먹으러 가면 먹을 것이 없다. 항의하면 성과급을 깎는다.
“쉬는 시간도 없습니다. 점심시간, 중간에 쉬는 시간 20분이 다입니다. 그렇게 일을 하고 잔업이 있으면 점심만 먹고 계속 굶습니다. 7시까지 그렇게 계속 일을 해야 했어요. [점심시간에] 밥을 먹으러 가면 항상 반찬이 없습니다. 반찬 좀 달라고 했더니, 관리부와 일하는 시간에 통화했다고 성과급을 깎았습니다. 너무 억울했습니다. 새벽 4시 반에 일어나서 저녁 7시에 퇴근하는데, 진짜 내 잠잘 시간 안 자며 일해서 버는데 왜 내 돈을 빼앗아 갑니까?”
많은 노동자들이 이번 투쟁은 노동자가 멸시를 받으며 일하는 현실을 바꾸려는 것이라고 한다. 노동자들끼리는 “우리 공장은 북한이다. 80년대 공장이 이랬을 것 같다”는 말들도 한다고 말했다.
반도체 호황이 불러 일으킨 용기
반도체 호황은 리노공업 노동자들에게 자신감을 불러 일으켰다. 파업 전 물량이 너무 많아 사측이 다른 외부 업체에 일을 맡겼는데 너무 어려워서 못하겠다는 이야기가 나왔다고 한다. 노동자들은 그 이야기를 듣고 용기를 얻었다.
“아, 우리가 진짜 기술자구나. 이렇게 당하고만 있어야 하는 건 아니구나.”
“사람들이 노조가 생기는 걸 정말 기뻐했습니다. 과반수가 넘어야 된다는데 200명이 넘어서 다들 너무 기뻐했고요.“
노동자들은 이제 사람답게 일할 수 있겠다며 너무 좋아했다. 노조가 생기자마자 사내식당 식사가 달라졌다. 조합원들은 잔치 분위기였다. 이제야 인간다운 밥을 먹는다고 좋아했다. 밥이 맛있어서 힘이 난다면서 말이다.
투쟁이 시작되며 조합원들은 서로의 작업을 알게 됐다. 사용자 측은 조합원들을 칸막이로 나눠놓고 분할해서 괴롭혔다. 조합원들은 투쟁 속에서 서로를 이해하기 시작했다. 집회에서 조합원들은 다른 부서의 현실을 들으며 탄식하고 화를 내고 구호를 외쳤다. 한 조합원은 투쟁 과정에서 다른 조합원들 발언을 듣는 것이 제일 좋다고 한다.
연대
사측이 강경하게 나오면서 투쟁은 고비를 맞이하고 있다. 노조는 지난주 목요일 공장 안에 농성장을 차렸고 수석부지회장은 무기한 단식을 시작했다.
“[지도부 삭발을 보며] 진짜 많이 울었어요. 우리는 사람답게 일을 하고 싶은 거예요. 사람 취급 해 달라는 거예요.”
8월 14일(금)에는 시청 앞에서 금속노조 부산양산지부 활동가들과 투쟁 승리 결의대회를 열었다. 필자도 동료들과 함께 이 집회에 참가해 연대를 보냈다.
파업이 길어지는 것에 대한 걱정은 없냐는 질문에 한 조합원은 이렇게 답했다. “지금 다들 힘든 시기지만 다들 좋아합니다. 우리가 이렇게 쉬어 본 적이 없어요. 일요일 밖에 못 쉬니까 아파서 집에서 쉬어야 돼요. 힘들지만 그래도 행복합니다.”
리노공업 노동자들은 사측을 알고 있다. 이대로 복귀한다면 사측은 이전보다 더한 일을 해댈 것이다.
“저는 우리가 이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정당한 요구를 하고 있는 거니까요. 노동자들이 있어야 회사가 돌아가는 것입니다. 우리를 대체할 수 없습니다.”
“회사는 8월 월급이 하나도 안 들어오면 우리가 돌아오겠지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월급 안 들어와도 된다. 그래 끝까지 가 보자’ 다들 그런 마음입니다.”
정년이 5년 남은 16년차 조합원은 이렇게 호소했다.
“5년 뒤 정년 퇴임 때 저희 아들이 돈은 많이 벌었지만 자존심도 없이 일만 하다 퇴임하는 불쌍한 엄마라고 생각하지 않고, 삼성이나 SK 하이닉스보다 더 존중받는 회사에서 20년 넘게 일하고 정년 퇴임한 자랑스럽고 멋진 엄마라는 말을 듣고 싶습니다.”
리노공업 노동자들은 이번 주에도 공장과 시청 등지에서 집회와 프로그램을 이어간다. 리노공업 노동자들의 투쟁에 지지와 연대를 보내자. 리노공업 노동자들이 꼭 승리해서 당당하게 현장으로 돌아가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