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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지리아 한국인 노동자 납치 사건:
제국주의적 석유 쟁탈전이 원인이다

5월 3일 오전 나이지리아 니제르 델타[삼각주] 지역에서 대우건설 노동자 3명이 무장단체에게 납치됐다. 이 지역에서 한국 노동자들이 납치된 것은 지난해 6월과 올해 1월에 이어 세번째다.

나이지리아 산유 시설 밀집 지역인 이곳에서는 외국인 노동자 납치가 빈번하다. 지난해에 외국인 노동자 80여 명이 납치된 데 이어, 올해는 5개월 동안 벌써 93명의 외국인 노동자들이 납치됐다.

이 지역에서 외국인 노동자 납치가 거듭되는 배경은 무엇인가?

먼저, 지난 4월 대선 이후 나이지리아의 정치 상황이 매우 불안정하다. 독재자 올루세군 오바산조의 3선 개헌이 실패하면서 실시된 나이지리아 대선은 투표함 탈취, 중복 투표, 야당 지지자 투표 방해 등 선거 부정과 폭력으로 얼룩졌다.

나이지리아의 가장 유력한 무장 세력인 니제르델타해방운동(MEND)은 최근 다국적 석유 기업을 겨냥한 공격과 외국인 노동자 납치 등이 “전임 대통령에게 불명예스러운 퇴장을 안겨주고, 신임 대통령에게 경고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더 근본적인 이유는 나이지리아의 석유, 나아가 아프리카 석유를 둘러싼 제국주의 열강 간의 경쟁이다.

미국과 중국 같은 강대국들은 물론이고 한국도 아프리카 지역 진출에 열을 올리며 석유 자원 확보 경쟁 격화에 한몫했다.

특히 미국은 아프리카 국가에 대한 군사적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미국은 2004∼5년 ‘테러와의 전쟁’의 일환으로 아프리카 이슬람 무장조직을 겨냥한 군사 행동을 벌였고, 최근에는 에티오피아의 소말리아 침공을 지원했다.

중국도 아프리카 자원 확보 경쟁에 박차를 가하면서 미국과 마찬가지로 군사적 개입도 함께 추진했다. 1996년부터 2003년까지 중국의 대아프리카 무기판매액은 러시아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중국이 유엔평화유지군 명목으로 파견한 병력도 대부분 아프리카에 집중돼 있다.

중국 정부는 나이지리아에서도 대규모 석유 개발을 진행하며 독재 정부를 물심양면으로 지원하고 있다.

나이지리아 독재 정부는 제국주의 열강의 지원을 받아 MEND 같은 무장 세력들의 저항을 짓밟고 있다. 최근엔 다국적기업들이 스스로 용병을 고용해 지역 주민들에게 폭력을 휘둘렀다.

결국, 니제르 삼각주가 그토록 폭력적인 곳이 된 일차적 책임은 미국·중국 등의 제국주의 국가들에게 있다.

나이지리아 대중이 제국주의 국가와 다국적기업의 진출을 환영할 수 없는 이유는 명백하다. 석유 때문에 투자가 이뤄지고 있지만, 그 성과가 평범한 나이지리아인들의 삶을 개선시키기는커녕 오히려 어떤 면에서는 더 악화시켰기 때문이다.

석유 생산·수출 과정에서 생겨나는 부는 고스란히 다국적기업과 토착 지배계급의 호주머니 속으로 들어간다.

호주머니

‘국제위기그룹’의 보고서 〈나이지리아: 풍요 속의 결핍〉2006)을 보면, 나이지리아가 석유로 벌어들인 돈의 85퍼센트를 인구의 1퍼센트가 가져간다. 반면, 1960년 15퍼센트였던 나이지리아의 빈곤층은 1996년에 66퍼센트까지 늘어났고, 2003년 조사를 보면 하루 1달러도 안 되는 돈으로 생계를 꾸리는 사람이 80퍼센트나 된다.

환경 파괴도 심각하다. 지난 30년 동안 계속된 석유 채굴 과정에서 배출된 매연 때문에 대기가 심각하게 오염됐다. 니제르 삼각주가 속한 바엘사 주(州)에서 5천 건의 호흡기 질환과 12만 건의 천식이 보고됐다.

요컨대, 제국주의 국가들의 군사적 지원과 개입, 다국적기업들의 이윤 탐욕, 토착 지배계급의 부패가 나이지리아와 니제르 삼각주에 만연한 폭력, 빈곤과 불평등, 환경 파괴의 원인이다. 이러한 암담한 현실에 절망한 나이지리아인들이 저항의 일환으로 석유시설 공격이나 외국인 납치 등을 택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 정부도 다른 제국주의 열강처럼 아프리카, 특히 나이지리아의 석유 자원 확보에 힘써 왔다. 대우건설은 이곳에 진출한 여느 기업들처럼 독재 정권과 유착하고 용병을 고용해 이곳의 불안정에 일조했다.

덕분에 대우건설은 해외부문에서만 1조 7천2백91억 원의 수주 잔고를 올리며 업계 1위를 차지할 수 있었다. 대우건설은 생명까지 위협받는 노동자 납치 사건이 거듭돼도 나이지리아 철수를 고려도 하지 않고 있다.

나이지리아 민중의 삶을 파괴하는 제국주의 국가와 다국적기업들의 만행이 계속되는 한 무고한 외국인 노동자들은 토착 무장 세력들의 공격과 납치 위협에 계속 시달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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