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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동당 제3차 중앙위 회의:
민주노동당이 ‘진보대연합’ 실현 방안을 채택하다

지난 6월 16일 대전에서 열린 민주노동당 중앙위원회 제3차 회의의 가장 중요한 성과는 ‘진보대연합 실현을 위한 민주노동당 입장’(이하 ‘입장’)을 채택한 것이다. ‘다함께’가 지난해 12월 중앙위원회에서 처음 제기한 지 꼭 반 년 만에 민주노동당은 진보 선거연합을 향해 큰 걸음을 내딛게 됐다.

그동안 민주노동당의 ‘입장’ 채택 여부는 진보진영의 지대한 관심사이기도 했다. 민주노동당만으로는 ‘2퍼센트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진보진영 인사들은 민주노동당이 진보진영의 광범한 단결을 위해 개방적인 태도를 보일 것을 주문해 왔다.

민주노동당은 3월 31일 열린 제2차 중앙위 회의에서 2007년 대선 목표에 “진보진영의 단결과 단일후보 마련을 위해 적극 노력”을 추가한 바 있다.

이 결정에 따라 당 대선준비위원회 산하 대외협력위는 당내 여러 의견그룹들과 비공식 간담회 및 공개 토론회를 개최하는 등 의견을 모아 왔고, 6월 초에 ‘진보대연합 실현을 위한 특위’를 구성했다. ‘입장’ 채택은 이런 노력의 첫 결실인 셈이다.

‘입장’은 진보의 기준으로 신자유주의와 한미FTA 반대, 비정규직 차별 철폐, 미국의 침략 전쟁 반대, 6?15 공동선언 정신 계승, 한반도 평화 정착과 통일 실현, 국가보안법 폐지와 인권 보장 및 민주주의 완성을 제시했다. 그리고 이런 진보를 실현하기 위해 “한미FTA에 반대하는 모든 세력”(선거연합의 범위)들과 함께하겠다고 밝혔다.

진보대연합의 형태로는 “낮게는 정책연합에서 진보진영의 후보단일화를 통한 선거연합, 나아가 통합진보신당의 창당에 이르기까지” 열어뒀고, “민주노동당의 기득권에 연연함이 없이 모든 가능성을 함께 모색”하겠다고 천명했다.

그리고 진보대연합 논의를 시작하기 위해 “진보진영의 정치세력과 시민, 사회단체를 망라하는 진보진영 연석회의를 제안”했다.

진보의 기준

수정안이 세 개가 나왔지만 모두 부결됐다.

장원섭 중앙위원은 ‘입장’의 핵심 내용인 선거연합의 범위와 형태, 방식을 서술한 단락의 삭제를 요구했다(장원섭 중앙위원은 민중참여경선제 현장 발의자이다). 이에 대해 정종권 서울시당 위원장은 “제2차 중앙위에서는 포괄적인 방향만 결정했으나 좀더 구체적인 과제를 제시해야 협상과 논의가 탄력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하며 삭제를 반대했다.

시기상조를 이유로 “통합진보신당의 창당”을 삭제하자는 김웅 중앙위원의 수정안도 부결됐다. “상대가 있고 경우의 수가 많기 때문”(김성진 최고위원)에 진보대연합의 형태는 최대한 열어두는 것이 개방적 태도에 더 어울린다.

진보의 기준에 “여성·환경·장애인·성소수자·이주노동자 등”의 문제를 추가하자는 최현숙 중앙위원의 제안도 부결됐다. 그러나 이 제안에 담긴 문제의식은 이후 선거연합의 강령이나 공약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충분히 반영될 필요가 있다.

결국 ‘입장’ 원안이 재석 2백47명 중 1백37명(55.4퍼센트)의 찬성으로 채택됐다. 찬성률이 그다지 높지 않은 것은 민중참여경선제를 지지했던 중앙위원들 중 상당수가 찬성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진한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그러나 이번 중앙위 회의에서 ‘입장’이 통과됨에 따라 비로소 민주노동당의 진보진영 선거연합 추진에 탄력이 붙게 됐다. 최근 열우당 아류와 변종들이 개혁 염원 대중의 환심을 되사려고 바삐 움직이는 상황을 볼 때, 민주노동당은 열우당 왼쪽의 정치적 공백을 메우는 데 좀더 주도적이고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민중참여경선제를 위한 임시당대회 소집 안건은 재석 2백98명 중 1백6명(35.6퍼센트)의 찬성으로 부결됐다.

민중참여경선제가 급진화하는 대중을 좀더 개방적으로 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당원직선제보다 상대적으로 나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두 방식 모두 결국 민주노동당 대선 후보를 선출하는 문제일 뿐이라는 한계를 벗어나지 못한다.

민주노동당 당내 경선이 ‘뜨지’ 않는 이유는 민주노동당이 올해 대선에서 승리할 가망성이 현재로는 별로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민주노동당 후보 선출 방식 문제인 민중참여경선제를 통해 ‘가라앉은’ 경선 분위기를 띄울 수 있다는 것은 근거가 빈약한 전망이었다.

진보진영의 승리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것은 진보진영이 총단결하는 것이다. 이것이 진보대연합의 핵심 취지이다. 그런데 민중참여경선제 주창자들이 진보대연합을 “굽이굽이 비탈길”에, 민중참여경선제는 “안전한 지름길”에 비유하며 양자를 대립시킨 것은 부적절했다. 이제는 그동안의 논란에 종지부를 찍고 진보진영의 총단결을 위해 서로 협력해야 한다.

당 지도부는 중앙위 직후인 6월 18일 기자회견에서 ‘진보세력의 총단결과 후보 단일화를 위한 연석회의’를 공개 제안하며 진보 선거연합을 위한 힘찬 전진을 시작했다.

도덕 불감증

한편, 총선의 지역구후보 여성할당 방안과 관련해서는 광역시도당 20퍼센트 의무 선출 방안이 통과됐다. 그리고 광역시도당이 여성후보 30퍼센트 할당을 실현하면 중앙당이 특별지원을, 30퍼센트를 채우지 못하면 중앙당이 책임지고 30퍼센트를 채우는 것으로 결정됐다.

당비 규정을 ‘일반당비는 1만 원 이상, 월수입 1백50만 원 이하는 5천 원 이상’으로 바꾸자는 수정안이 통과됐다.

지난해 상반기 술값 지출로 국고보조금 8백57만 원을 삭감당한 진보정치연구소는 최근에도 국가 중앙선관위로부터 28건의 유흥주점 출입과 일과시간 마사지 업소 이용과 봉사료 지급 사례 적발로 1천1백만 원의 국고보조금을 추가로 삭감당했다.

더구나 이번 삭감 조처는 부적절한 지출 금액을 환수하라는 제2차 중앙위원회의 결정을 거부하는 바람에 금액이 “3분의 1 가량” 늘어난 것이다. (〈진보정치〉326호 참고)

진보정치연구소의 “도덕 불감증”을 개탄하는 유선희 중앙위원의 안건 설명에 대다수 중앙위원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중앙위원들은 ‘예결위가 진보정치연구소에 대한 특별감사를 분기별로 진행하고 중앙위에 보고한다, 진보정치연구소의 유흥주점 술값과 내부 연구용역비 등 부당 집행 금액 전액을 11월 30일까지 환수한다, 진보정치연구소 장상환 이사의 해임을 권고한다’는 내용의 안건을 만장일치로 가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