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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힘이 세다는 것을 느껴서 통쾌했어요”

여성 노동자들이 순식간에 투사로 변신했습니다. 어떤 변화가 있었습니까?


저도 많이 변했어요. 나 하나만 편하면 된다는 생각에 앞장서는 것은 싫어했죠. 그런데 투쟁을 하면 할수록 회사에 대한 분노가 커졌어요. 회사는 직원들이 왜 파업까지 하게 됐는지는 눈꼽만큼도 생각을 않고 있죠.

[회사가] 양심이 있다면, 주부 사원들이 찬 바닥에서 농성을 하고 있는데 우리의 요구를 백분의 일이라도 생각해 봐야 하는 것 아닙니까. 제 딸은 악착같이 돈을 벌어서 이 나라를 떠나겠다고 합니다. 정당하게 싸워도 인정을 못 받는다면서. 이런 말을 들으면 서러워요.

우리는 그동안 너무 참고 있었어요. 우물 안 개구리였죠. 이제는 사회를 바라보는 시각도 변했습니다. 농성을 지속하면서 조합원들도 여러 일들을 맡아 하고 있어요.

주부들은 점점 자신감이 없어져 가는 게 보통인데, 투쟁을 하면서 성취감과 자신감을 느낄 수 있는 기회를 많이 만들고 있습니다.


7월 8일 투쟁으로 20여 개 매장의 영업이 완전히 중단됐는데 어떤 기분이었습니까?

힘이 있다면 전국의 홈에버 매장을 다 멈추고 싶었어요. 그래도 민주노총과 민주노동당 등 연대한 동지들의 힘으로 많은 매장을 멈출 수 있었습니다.

저는 여기 상암 거점을 사수하고 있었는데 다른 매장에 다녀온 조합원들이 정말 신나 했어요. 우리가 가니까 이미 셔터를 내리고 방어 태세를 갖추고 있는 걸 보면서 ‘우리가 힘이 세구나’ 하고 느꼈답니다. 정말 통쾌했죠.


정규직·비정규직 연대의 모범이 되고 있는데요.


저는 비정규직인데 내가 정규직이었으면 과연 그렇게 할 수 있겠나 싶어요. 비정규직 투쟁이 나의 문제라고 너무나 자연스럽게 얘기하는 정규직 조합원들에게 말할 수 없는 고마움을 느낍니다.

지금 기회를 놓치면 죽도 밥도 안 됩니다. 좀 더 강도 높은 투쟁이 필요합니다. 교섭은 교섭이고 투쟁은 계속돼야 합니다. 거점을 고수하면서 하루에 한 매장씩 타격하기로 했어요.

손배가압류 얘기도 나오지만, 저는 그게 하나도 두렵지 않습니다. 제가 나쁜 짓을 했으면 겁먹었을지도 모르죠. 하지만 저는 정당한 요구를 갖고 행동했을 뿐입니다.

한 사람이 남더라도 끝까지 할 겁니다. 우리는 그러기로 마음먹었습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사람들은 우리가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할 거’라고 합니다. 그런데 기록을 남기는 건 중요하지 않아요. 자기 목소리도 못 내는 많은 노동자들이 우리를 보고 있죠. 이들에게 ‘우리도 할 수 있겠구나’ ‘우리도 힘이 있구나’ 하는 생각을 갖게 할 겁니다.

우리가 꼭 승리할 테니, 다른 비정규직 노동자들도 용기를 내서 자기 목소리를 냈으면 좋겠습니다. 투쟁 과정에서 우리가 혼자가 아니라는 걸 많이 느꼈죠. 우리도 도움이 된다면, 언제든지 연대의 힘을 보태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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