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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정당다웠던 민주노동당 경선 1차 투표

9월 9일 민주노동당 대선후보 경선 1차 투표에서 권영길 후보는 비록 과반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49.37퍼센트라는 높은 득표율(총 1만 9천53표)을 기록했다.

권 후보는 민주노총 초대 위원장을 지내면서 1997년 1월 대중파업을 이끌었고, 민주노동당 창당에 앞장선 데 이어 1997년과 2002년 두 차례 대선에 출마해 진보정당의 가치를 널리 알렸고, 2004년 경남 창원에서 당선한 뒤 주류 정치를 비판해 왔다.

이번 선거 결과는 이런 권 후보에 대해 여전히 많은 당원들이 신뢰와 지지를 보내고 있음을 보여 줬다. 권 후보는 당내 최대 경향인 자민통의 지지를 받았다.

애초 약체로 분류됐던 심상정 후보가 ‘심바람’을 일으키며 권영길 후보의 결선 투표 상대가 됐다. 심상정 후보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한미FTA 반대 운동에 앞장서 왔는데 이번 선거에서 이 점이 당원들에게 크게 작용한 듯하다. 심 후보는 이번 선거에서 민주노총 중앙파의 조직적 지원도 받았다.

한편, 주류 정치권과 재벌의 위선·비리를 시원스럽게 폭로하며 당의 성장에 기여해 온 노회찬 후보는 예상보다 낮은 득표를 했다. 조직적 기반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점 등 여러 요인이 있었겠지만, 자민통 경향 당원들이 권영길 후보를 지지한 것에 대해 노 선본 일각에서 ‘내무반 투표’라는 식으로 비난한 것이 당원들의 호응을 얻지 못한 것 같다.

민주노동당의 이번 경선 과정은 한나라당과 대통합민주신당이 진행한 지저분한 경선과는 커다란 차이를 드러냈다. 세 후보 모두 주류 정당들이 그동안 전혀 제기하지 않은 의제들 ─ 한미FTA 반대, 비정규직 철폐, 이라크·아프가니스탄 철군, 주한미군 철수, 국가보안법 철폐, 복지 확대 등 ─ 을 선명히 제기했다.

비록 주류 언론의 악의적인 외면 때문에 민주노동당 경선 과정이 당 밖에서 큰 관심을 끌지는 못했지만, 세 후보가 경선 과정에서 주요하게 제기한 의제들은 진보를 바라는 사람들의 염원을 대변하는 것이었다.

이제 결선에서 누가 당선하든, 그 후보는 한나라당과 대통합민주신당의 사기꾼들과 맞서 싸우는 데서 조금도 손색이 없을 후보라는 점은 분명하다. 치열한 결선 투표가 끝난 뒤 민주노동당 당원들은 향후 벌어질 투쟁과 대선 운동에서 진보진영의 승리를 위해 단결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