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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파병 4년 … 더는 안 된다 !

10월 11일 한미 전략대화에서 미 국무부 정무차관 니컬러스 번스가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한국군 파병 연장을 요청했다. 노무현 정부는 자이툰 파병 연장을 기정사실화하고 온갖 논리로 파병 연장을 정당화하려 한다. 김용욱 기자는 그 중 어느 것도 설득력이 없다고 지적한다.

자이툰 파병은 한국 정부와 미국 정부의 이익이 맞아떨어진 결과였다.

부시는 이라크 침략 전쟁이 동아시아 국가를 포함해 광범한 지지를 받고 있다는 인상을 주길 바랐고, 노무현은 이라크 점령을 지원한 대가로 한국 자본주의의 국제적 위상을 높이려 했다. 그러나 노무현은 이런 추악한 거래를 내용으로 대중을 설득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노무현은 이라크 재건을 위해서 파병해야 하며 파병지인 아르빌은 쿠르드족 자치 지역이라 안전하다고 거짓말했다.

그러나 쿠르드족 지역은 전쟁을 겪지 않아 재건 사업이 필요없는 곳이다. 재건 사업을 위해서라면 중무장한 병사들을 파병할 이유는 더더욱 없다. 자이툰 부대 예산 중 재건 비용은 전체 예산의 10분의 1밖에 안 된다. 예산의 대부분이 무장 비용으로 쓰인다. 쥐꼬리만한 재건 비용 중 상당액은 쿠르드족 자치 정부의 쿠르드정보국에 전달됐다. 〈워싱턴 포스트〉는 쿠르드정보국이 투르크멘족 등 소수민족을 납치해 고문·살해하는 행위로 악명이 자자하다고 보도했다.

아르빌이 안전하다는 주장도 거짓말이었다. 2003년 9월, 2004년 2월에 대규모 자살 폭탄 공격이 발생했다. 특히, 2007년 5월에는 폭탄을 실은 트럭이 두 쿠르드족 정당 당사에 돌진했는데, 그곳은 자이툰 부대 주둔지에서 겨우 6킬로미터 떨어진 곳이었다.

쿠르드족 자치 정부는 미군 점령 정책을 돕고 있기 때문에 저항세력의 표적이 됐다. 쿠르드족 자치 정부를 돕는 자이툰도 표적이 될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다.

터키의 이라크 북부 폭격

최근에는 터키 정부가 PKK(쿠르드노동자당)을 공격하기 위해 이라크 북부 쿠르드족 지역으로 월경하는 일이 잦아졌다. 터키의 에르도간 정부는 이라크 북부에서 대규모 군사 작전을 벌일 수 있는 권한을 의회에 요청하겠다고 발표했다. 실제로 지난 10월 14일, 터키군은 한국 자이툰 부대 주둔지에서 서북쪽으로 1백50킬로미터 정도 떨어진 곳을 폭격했다.

PKK는 역대 터키 정부의 쿠르드족 탄압 정책에 맞서 터키 정부 반대 활동을 해 왔다. 터키에는 약 1천만 명의 쿠르드족들이 살고 있다. 터키 정부의 대규모 군사 작전 기도는 올해 말 이라크 북부 최대 유전도시인 키르쿠크와 모술 등을 쿠르드족 자치지역으로 편입시킬지 여부를 결정하는 주민투표가 예정된 것과 관련이 있다.

터키 정부는 쿠르드족 자치 정부가 석유 자원을 통제해 실질적인 쿠르드족 독립국가를 건설하는 것에 쐐기를 박으려 한다. 터키의 대규모 월경 작전이 현실로 될지는 불확실하지만 자이툰 주둔지가 화약고라는 점은 분명하다.

노무현은 파병을 통해 한미동맹을 강화해야 한반도 평화를 보장할 수 있다며 파병을 정당화하곤 했다.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였다. 부시가 이라크 수렁에 빠졌기 때문에 그는 한반도 위협의 고삐를 죌 여력을 더욱 잃었고, 한반도는 숨 쉴 여지를 얻었다.

‘재건론’과 ‘한반도 평화론’으로도 파병 반대 여론을 잠재우지 못하자 노무현 정부는 2006년 이라크 새 정부 출범 후 철군 논의를 본격화하겠다고 약속했다. 2006년 말에도 2007년 6월에 임무종결 계획을 제출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두 번 다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정부는 10월 9일 귀국한 자이툰 성과평가단의 평가 결과를 반영한 임무종결 계획서를 작성해 이달 말이나 다음 달 초에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언론 보도를 보면, 성과평가단은 미국과의 관계와 경제적 이익 때문에 철군할 수 없다고 주장할 것 같다.

그러나 미국의 다른 동맹들은 이미 완전 철군했거나 철군중이다. 파병을 통해 석유 등 경제적 이익을 볼 수 있다는 주장이 거짓말은 아닐지 모르나 매우 역겨운 바램임은 분명하다.

이미 6월 28일 국방부가 제출한 ‘임무종결계획서’에는 중요한 철군 불가 이유 중 하나가 ‘이라크 석유법’이 통과될 예정이기 때문이라는 대목이 있었다. 석유법은 저항세력과 이라크 석유 노동자들의 투쟁으로 통과가 지연되고 있다. 정부 논리는 그런 투쟁을 탄압하는 데 보조를 맞추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 자본주의의 이익을 위해 이라크 민중을 학살하겠다는 주장은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

자이툰부대 파병 연장에 반대하는 각계의 목소리

정병호

10월 16일 파병반대국민행동은 자이툰부대 파병 연장 반대 각계 선언을 발표했다. 이날 선언에는 권영길 민주노동당 대선 후보와 임종인 의원, 홍세화 학벌없는사회 공동대표, 손석춘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원장, 한홍구 평화박물관건립추진위원회 상임이사, 백승헌 민주화를위한변호사모임 회장, 임종대 참여연대 대표 등 각계인사 3백68인이 참여했다.

얼마 전 미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한국군 파병 연장을 요구한데다, 노무현 정부가 임무종결계획서 제출 약속을 어기고 파병 연장을 추진할 기회를 엿보고 있는 상황에서 광범한 인사들의 각계 선언은 하반기 파병 반대 운동의 시작을 알리는 의미가 있었다.

각계 선언 발표 기자회견에서 최재봉 한국교회인권센터 목사는 종교인들의 뜻은 총을 든 군인들을 철군시키는 것이라고 힘주어 주장했다.

노동계를 대표해 연설한 김은주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노무현 정부를 강도 높게 규탄했다. “남의 나라 민중을 억압하면서 얻은 더러운 경제적 이익을 앞세우는 것은 기만[이다.] … 국민 누구도 이라크인들을 억압하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다.”

김화정 사회당 부대표는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한반도 평화를 내세우던 노무현 정부가 파병을 통해 세계 평화를 해치는 것은 위선이라고 꼬집었다.
김광일 ‘다함께’ 운영위원 또한 미국이 이라크에서 수렁에 빠져 있지 않았다면 한반도 평화는 크게 위협받았을 것이라며 “한반도 평화와 이라크 파병은 양립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참가자들은 10월 28일 ‘한미공동반전행동’과 11월 11일 ‘범국민행동의날’을 통해, 이라크 점령 종식과 철군을 위한 투쟁을 지속할 것을 결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