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독재’를 어떻게 끝장낼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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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철 변호사의 폭로가 불러온 거대한 분노의 파도에 밀려 ‘삼성장학생’이 득시글거리는 정치권이 울며 겨자먹듯 삼성 특검법을 발의했다. 노무현도 자기 목을 겨냥한 특검법을 거부하지 못했다. 참여연대·진보연대 등이 주도해서 건설한 ‘삼성 이건희 일가 비자금 조성 및 경영권 승계 불법행위 진상규명 국민운동’(이하 ‘국민운동’)도 이 과정에 기여했다.
특검법 통과 이후 삼성장학생들은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한국경제〉 논설위원 정규재는 삼성 특검법이 “대중의 광기를 등에 업[은]” ‘마녀사냥’이라고 했고 “똥파리가 끓는[다]”며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을 비난했다.
이처럼 곳곳에 박혀 있는 삼성장학생들 때문에 삼성 수사와 처벌은 쉽지 않다. 노무현은 국무회의에서 “삼성이 두세 번씩 조사받지 않도록 하라”고 배려했다. 검찰은 증거 인멸할 시간을 넉넉히 주고 나서 삼성증권을 압수수색했다. 삼성이 간부들 컴퓨터의 하드디스크를 떼 가고 직원들에게 파일 삭제 프로그램을 배포한 후였다. 더구나 법원은 압수수색 영장을 한 차례 기각했고, 삼성증권은 이미 하루 전에 정보를 입수해 압수수색에 대비했다.
삼성의 증거 인멸은 끔찍할 정도다. 김용철 변호사는 “김인주 사장이 나한테 킬러를 고용하는 것에 대해 진지하게 물어본 적이 있다”고 했다. 삼성SDI에서 비자금 조성을 맡았던 강부찬은 〈시사IN〉인터뷰에서 “전화기 4대를 이용하는데 삼성의 손아귀를 벗어날 수 없다. 함께 비자금 업무를 담당했던 선배가 [갑자기] 교통사고로 죽었다. … 나는 두렵다”고 했다.
노회찬 의원은 “즉각 이건희·이학수·김인주를 소환 조사하고 삼성 본사 압수수색을 해야 한다”고 했지만 검찰은 그럴 기미도 안 보인다.
따라서 권영길 후보의 주장처럼 “특검으로는 다 안 된다. 국민들이 참여하는 사회운동을 강하게 펼쳐나가야 한다.” 삼성에 맞선 투쟁의 공동전선인 ‘국민운동’은 대중 투쟁 건설에 주력해야 한다. 주요 단체들뿐 아니라 모든 참가 단체들이 중요 논의와 결정 과정에 동참할 수 있도록 개방적으로 운영될 필요도 있다. 특히 그릇된 정당 배제 방침 때문에 민주노동당을 배제해선 안 된다. 민주노동당은 이 투쟁에 기여할 능력이 있고 ‘이건희 폭탄 제거반장’을 자임한 권영길 후보도 지지받을 자격이 있다.
폭탄 제거
삼성에 맞선 투쟁의 ‘외부충격’은 삼성 노동자들의 노조 건설 투쟁을 자극할 것이다. 삼성노조가 가장 효과적인 내부고발자가 돼 강력한 힘으로 이건희와 지배자들을 뒤흔들길 바란다. 삼성 무노조 신화의 붕괴는 전국 곳곳에서 대대적인 노조 건설 바람을 불러올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조직 노동자들의 참여와 힘이다. 그 점에서 12월 7일 민주노총의 삼성 본관 앞 집회와 금속노조 울산지부의 삼성SDI 하루 연대 파업은 매우 고무적이다. 민주노총 조직 노동자들은 삼성과 정부의 범죄 동맹에 맞서는 정치 투쟁을 더 강력하고 거대하게 확대하는 데 앞장서야 한다. 조직 노동자들이 대규모 집회와 가두 행진, 파업 등으로 계급적 힘을 발휘한다면 그 효과는 막대할 것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삼성의 범죄와 비리를 모조리 밝혀내고 이건희와 공범들을 처벌하는 것이다. 나아가 재벌개혁·해체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많다. 순환출자를 금지해 재벌의 문어발을 끊어내고 공적기금을 투입해 국민기업화하자는 것이다. 재벌 총수의 황제식 경영과 불법 전횡에 대한 재벌개혁·해체론의 반감은 완전히 옳고 충분히 공감할 만하다. 그런데 순환출자 금지는 지주회사 전환을 앞당길 것이고, 문어발 경영(업종다각화) 반대는 업종전문화를 지지하는 것이다. 그러나 순환출자보다 지주회사가, 업종다각화보다 업종전문화가 더 진보적이지는 않다.
지주회사가 된, 업종전문화된 대기업에서도 신자유주의적 경영 논리와 구조조정은 계속될 것이다. 공적 기금을 투입해도 주주 이윤의 극대화 논리를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더구나 재벌개혁·해체 과정은 인력 구조조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불법과 범죄에 이용된 삼성 계열사들(삼성물산, 삼성증권, 삼성생명, 삼성SDI 등)을 이건희 일가한테서 빼앗아 공기업화하는 것이 더 나은 대안이다.
특히 삼성SDI는 노동자 1천 명을 해고하려 한다. 이건희의 비자금과 탈세 자금 등을 이용해 이런 기업들을 국가가 직접 소유·통제하고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유지하며 공공성에 따라 운영하는 것이 필요하다. 한국 사회와 정치·경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기업을 범죄나 일삼는 개인에게 맡겨둘 이유가 없다.
물론 이것은 쉽지 않은 과제다. 이를 위해서는 조직 노동자들이 강력한 계급적 힘을 발휘해 한국 사회와 기존 질서를 뒤흔들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투쟁은 ‘삼성 범죄공화국’과 한몸으로 얽혀 있는 한국 자본주의를 근본적으로 변혁하는 투쟁에 이바지할 것이다.
삼성 이건희 일가와 최고 경영진의 불법 행위 진상 규명을 촉구하는
촛불 문화제
일시 : 12월 8일(토) 오후 5시
장소 : 삼성증권 앞(삼성 종로타워)
주최 : 삼성 이건희 일가 비자금 조성 및 경영권 승계 불법행위 진상규명 국민운동
삼성그룹 불법 비자금 규탄 및 이건희 구속, 노동 탄압 중단, 민주노조 건설을 위한
민주노총 2차 결의대회
일시 : 12월 7일(금) 오후 2시
장소 : 삼성본관 앞