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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카 올리베라가 기로에 선 볼리비아 정치상황을 말한다:
“사회운동이 반우파 투쟁을 건설하기 시작했다”

김용욱 기자가 스페인어 통역사 김성현의 도움을 받아,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의 초청으로 한국을 방문한 볼리비아 활동가 오스카 올리베라에게 볼리비아 정치 상황에 대해 들어 봤다. 올리베라는 물 사유화에 반대하는 2000년 코차밤바 ‘물 전쟁’에서 중요한 구실을 한 저명한 반신자유주의 활동가다.

11월 26일 모랄레스 정부는 우파 정당을 배제한 채 제헌의회를 소집해 신헌법 초안을 통과시켰다. 이것은 제헌의회를 통해 우파를 개혁 과정에 포함시키려 한 모랄레스의 시도가 실패했음을 뜻한다.

우파들은 곧 거리 시위에 나서 경찰과 격렬한 충돌을 벌였고 그 과정에서 최소한 1명이 숨졌다. 동부 6개 주 우파 주지사들이 ‘시민불복종’을 선언하고 우익이 장악한 수크레 시에서 ‘자치 정부’를 선언하자, 일부 언론들은 내전 발발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오스카 올리베라는 모랄레스 정부의 잘못된 전략이 우익에게 힘을 실어 줬다고 말한다. “모랄레스는 제헌의회를 통해 우익과 타협하려 했습니다. 우익은 2003년과 2005년에 우리들의 투쟁으로 힘을 잃었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개헌 과정에서 다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었습니다.”

모랄레스 정부의 각종 개혁들은 우파와 타협하면서 급진성을 많이 잃었다. “제대로 국유화한 천연자원이 없습니다. 기존의 다국적 기업들이 생산·배급 과정에 그대로 개입하고 있습니다. 국가는 전보다 조금 더 많은 세금을 얻었을 뿐입니다. 토지개혁도 약간의 변화를 가져왔지만 대지주제도는 그대로 존속하고 있습니다. 현재 개헌에서 다뤄지는 인디오들의 권리는 아주 피상적인 것에 불과합니다. 제헌의회에서는 피상적인 논쟁만 진행됐습니다. 중요한 의제들은 한쪽으로 밀려나고, 대통령 임기·수도 이전 문제 등 민중의 생활과는 무관한 논쟁이 더 부각됐습니다.”

물론, 모랄레스는 여전히 많은 지지를 받고 있다. “볼리비아 인구의 다수인 농민들은 여전히 에보 모랄레스에게 희망을 걸고 있습니다.” 최근 우익 공격에 맞서 모랄레스 정부를 방어하는 운동의 최선두에 농민들(특히 코카 재배농)이 있다.

다른 사회집단(주로 도시의 계급들)과 단체들도 처음에는 모랄레스에게 기대를 걸었다. 일부는 모랄레스 정부에 입각하기도 했다. 그러나 모랄레스 정부는 사회운동이 스스로 주장할 기회를 제공하기보다는 그럴 기회를 통제하려 했다. 정부는 운동이 MAS(사회주의를 향한 운동, 현 집권당)를 통해서만 요구를 제기할 수 있도록 했다. 이것이 2003년과 2005년, 대중 투쟁이 절정에 달했던 때와 다른 점이다. “2000년 이후에 나타난 운동에서는 모든 민중이 적극적으로 참가하고 함께 결정했습니다. 반면에, 모랄레스는 기존의 정치 양식을 답습했습니다. 일부 사람들만 모든 것을 판단하고 결정했습니다. 심지어 모랄레스와 손을 잡지 않은 운동은 완전히 소외됐습니다.”

그래서 많은 사회단체 활동가들은 혼란에 빠졌다. “일부 사회단체들은 패배감·회의감에 사로 잡혔습니다. … 대도시 지역의 계급들, 즉, 노동자, 자영업자, 지식인 등 사이에서는 모랄레스 정권에 대한 회의가 존재합니다. 그들의 바람이 무시당했기 때문에 허탈감이 존재합니다. 모랄레스가 그런 정서에 소극적으로 대응하면서 우익이 그 중 일부를 흡수할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현재의 위기는 어디로 나아갈까? 올리베라는 두 가지 가능성을 말한다. “첫째 시나리오는 모랄레스와 우익이 타협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가능성이 매우 낮지만, 현실로 된다면 우리 운동의 패배를 뜻할 것입니다. 우익이 완전히 힘을 회복할 것이고, 국유화 문제 등이 우익 뜻대로 될 것입니다.”

“두 번째 시나리오는 좀더 현실적이지만, 동시에 비극적입니다. 모랄레스 정부와 우익이 대립과 투쟁을 벌이다 내전으로 이어지는 상황입니다. 사실, 다국적 기업·우익과 민중의 이해관계는 너무 달라서 서로 공존할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 지금 우익은 정치적 분열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볼리비아 사회를 도시와 농촌으로 나누어 볼리비아 민중을 분열시키려 합니다. 볼리비아 민중은 2000년 투쟁 이후로 주체성을 회복했습니다. 민중은 공통의 적을 구분하고 그에 맞서 단결했습니다. 지금 우익은 이 구도를 무너뜨리려 합니다.”

올리베라는 모랄레스 정부의 대응에 의존해서는 우익의 도발에 제대로 맞설 수 없다고 생각한다. 최근 올리베라를 포함해 2003년과 2005년 투쟁을 이끈 사회단체와 활동가 들이 독립적 반우파 투쟁을 조직하기 시작했다. “일부 단체들과 운동들은 활동을 재개했습니다. 우리는 2003년과 2005년 같은 대중 집회와 토론을 다시 열고 있습니다. 민중은 토론과 논쟁을 통해서 독립성을 회복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것이 단순한 말잔치에 그치지 않고 행동으로 연결되도록 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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