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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과 연대’는 마녀사냥에 동조하지 말라

‘일심회’ 사건은 지난해 북한 핵실험 이후 우익들과 노무현 정부가 희생양을 찾아 사회 분위기를 냉각시키려 한 전형적인 마녀사냥이었다.

검찰과 국정원은 ‘일심회’를 “6·15 선언 이후 최대 간첩단” 운운했지만 1심과 2심에서 법원은 ‘일심회’가 “실체가 없는 것”이라고 시인해야만 했다. 그런데도 법원은 ‘일심회’ 관련자들에게 ‘간첩죄’로 중형을 선고했다. 지난 12월 13일 대법원의 원심 확정 판결은 모순과 위선으로 가득찬 원심을 재확인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대법원 판결이 대선을 바로 앞둔 시점이라는 것도 의미심장하다. ‘일심회’ 사건은 진보정당 탄압이기도 했다.

그런데 지배자들의 마녀사냥에 부화뇌동해 그 희생자들을 두 번 죽이려는 한심한 목소리가 있다. 민주노동당내 우파 사민주의 그룹인 ‘자율과 연대’는 ‘일심회’ 사건으로 구속된 민주노동당 전 사무부총장 최기영 동지를 “출당시키고, 생계비 지급도 중단하라”는 성명을 발표하고 서명운동까지 시작했다.

이들은 대법원의 사악한 판결을 앵무새처럼 따라 하며 최기영 동지를 “간첩”이라고 낙인찍었다. 민가협, 국가보안법폐지국민연대, 민변 등 많은 인권단체들이 문제가 된 증거물들이 국가기밀의 범주가 아니며(대부분이 민주노동당 사업계획과 ‘자민통 서울모임 회의자료들뿐이다), 따라서 “간첩” 규정은 말이 안 된다고 하는데도 말이다.

인권과 민주주의를 위해 싸워 온 세력보다 부르주아 국가기구의 판단을 더 신뢰하는 셈이다. 떡값검찰 논란과 ‘유전무죄’ 판결로 총체적 불신의 대상이 된 사법부인데도 말이다. 심지어 사진작가 이시우 씨의 작품마저 “국가기밀”이라며 “간첩” 운운하고 처벌한 게 이 나라 법원이다.

‘자율과 연대’는 “우리가 국가보안법을 반대하는 것은 사상의 자유를 옹호하기 위함이지, 간첩 활동의 자유를 옹호하기 위함은 아니”라고 한다.

그러나 ‘일심회’ 미녀사냥의 희생자들이 한 “간첩행위”가 무엇이었는가? CIA나 국정원 요원이 하듯이 직업적 스파이 노릇을 하고, 심지어 민중운동을 파괴하기 위해 프락치 노릇이라도 했단 말인가?

‘일심회’ 사건을 터뜨리며 국정원과 조중동은 한미FTA 반대 운동과 반전 운동 등이 마치 북한의 지령을 받는 ‘간첩 행위’인양 매도했다. 이는 ‘일심회’ 관련자들이 우리 운동의 일부였다는 것과 ‘일심회’ 마녀사냥이 진정으로 노리는 것이 무엇인지를 역설적으로 보여 준다.

교묘한 국가보안법 용인 논리

사실 ‘자율과 연대’의 국가보안법 ‘반대’ 논리는 현실에서는 교묘한 국가보안법 용인 논리에 지나지 않는다. 그들은 부르주아 국가기구의 판결에 기대 국가보안법 피해자를 범법자로 몰아 처벌을 당연시했다.

‘자율과 연대’는 ‘일심회’ 관련자 중 일부가 북한 당국에 남한 민중운동의 정보를 건낸 것 자체가 간첩 행위라고 주장할지도 모르겠다. 물론, 북한 국가 기구 역시 반동적 지배기구이기 때문에 남한 진보진영이 연대할 대상은 전혀 아니다.

그러나 연대하지 말아야 할 세력을 진보적 세력이라고 보는 식의 착각과 오류는 민중운동 역사에서 흔히 있던 일이다.

일부 민주노동당 지도자와 당원은 천안문 학살을 저지른 중국공산당을 ‘우당’이라고 착각해 그들과 교류한다. 집권해서 숱한 배신과 개악을 저질러 온 서구 사민당을 모델로 삼고 아예 그들을 따라 배우려 안간힘을 쓰는 사람도 부지기수다. 군사독재 시절 김대중이 일부 미국 지배자들과 남한 민주화운동 정보를 나누고 그들의 도움을 얻으려 했다 해서 그가 ‘미제의 스파이’인 것은 아니지 않는가? ‘자율과 연대’의 회원 중 일부도 구소련 지배계급을 ‘사회주의자’들이라고 착각하고 추종한 좌파 조직 출신 아니던가?

이런 종류의 오류들은 운동 내에서 토론과 논쟁, 그리고 실천으로 입증할 문제이지 지배자들의 탄압으로 ‘교정’될 일은 아니다. 국가 탄압은 그런 오류가 토론과 논쟁 속에서 검증되는 것을 막을 뿐이다.

게다가 ‘자율과 연대’ 회원인 필명 켄타우르스는 〈조선일보〉에 ‘타도 주사파’라는 블로그를 만들어 각종 당내 동향과 정보를 알린 바도 있지 않은가? ‘자율과 연대’는 이런 당원들은 출당시키자고 하지 않는다.

또, ‘자율과 연대’가 싸잡아서 간첩 행위라고 보는 듯한 “잠입, 탈출, 회합, 통신죄”도 국가보안법의 대표적인 독소조항이다. 이 조항은 남북한 민중의 자유로운 왕래와 통신, 회합을 위해서도 당장 폐지돼야할 조항일 뿐이다. ‘자율과 연대’가 진정으로 국가보안법에 반대한다면 오히려 ‘남북한 지배자들은 자유롭게 분단선을 넘어 잠입, 탈출, 회합, 통신하는데 왜 평범한 민중과 진보활동가는 그렇게 하지 못하냐’고 따져 물어야 한다.

이중잣대

한편, ‘자율과 연대’는 최기영 동지가 “당직자 3백 명 명단을 [북한 당국에] 넘긴 게” “무엇보다 심각한” “사생활 침해이자 명백한 해당행위”라고 주장하지만, 이는 국정원의 일방적 언론 플레이에 근거한 입증되지 않은 주장일 뿐이다.

법원은 이 명단의 작성자가 누군지, 출처가 어딘지, 어떻게 유통됐는지 등 분명한 게 하나도 없어 아예 증거로조차 인정하지 않았다. 따라서 최기영 동지가 당직자 명단을 작성·유출했다는 전제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 게다가 검찰의 주장에 따르면 명단을 소지하고 북한 당국에 건낸 주체는 장민호 씨인데, 정작 그가 이 명단을 북한으로 넘겼다는 것도 입증하지 못했다.

‘자율과 연대’는 동지를 비난하기 전에 제대로 된 사실관계부터 따져 보길 바란다.

어쨌든 당직자 명단이 북한 당국 손에 들어갔다면 옳은 일도 유쾌한 일도 아니다. 그러나 ‘자율과 연대’ 일부 회원들은 공개된 당직자들도 아닌, 모든 당원의 신상정보를 ‘남한 당국’에 넘기려는 시도를 지지한 바 있다. 이른바 ‘부정 선거 검찰 조사’가 그것이다. 공무원, 전교조 등에 속한 당원들의 명단까지 검찰 손에 넘어가면 그 피해는 매우 클 수 있었다. ‘자율과 연대’의 논리대로라면 ‘자율과 연대’ 일부 회원들도 “사생활 침해”와 “해당행위”를 저지르려 했던 것 아닌가. ‘자율과 연대’는 이중잣대를 적용하는 셈이다.

당 지도부가 ‘일심회’ 사건에 대해 “긴급하게 대국민 사과를 하지 않”아 “민주노동당을 ‘친북당’으로 전락하게 만”들었다고 하는 ‘자율과 연대’의 주장은 책임을 엉뚱한 데에 돌리는 것이다. 실체적 진실을 조작해 “친북” 이미지를 들씌우려 한 것은 검찰과 국정원, 그리고 조중동이었다.

오히려 문제는 당 지도부가 피해자들을 적극 방어하길 회피했던 데 있다. “사과”해야할 사람들이 있다면 그것은 마녀사냥에 굴종해 동지를 외면한 기회주의자들이다.

물론 ‘친북 정당’ 이미지는 분명 당의 발전에 도움이 되질 않는다. 민중을 억압하는 북한 체제와 지배자도 옹호해선 안 된다. 그러나 북한에 우호적인 좌파와도 공동투쟁은 가능하고, 무엇보다 그들이 탄압받을 때는 방어해야 한다. 북한에 우호적인 좌파에 대한 남한 지배자들의 억압과 탄압에 동조하는 것은 남한 지배자들에게 보내는 충성 메시지와 다를 바 없다. 이 점에서 ‘자율과 연대’의 ‘친북’ 비판은 전혀 진보적이지 않다.

국가보안법의 광기 어린 탄압에 머리를 조아린다 해서 “친북” 이미지를 벗을 수 있는 것도, 당이 성장하는 것도 아니다. 당이 머리를 조아릴수록 지배자들은 더 쉽게 당을 유린하고 탄압할 뿐이다.

행여 ‘자율과 연대’가 최기영 동지 등을 제물 삼아 대선 이후 자신들이 주장하는 “재창당”(우파 사민주의를 지향하는) 논의에 이용하려 한다면, 이는 구제 불능의 종파주의를 입증하는 꼴이 될 것이다. 국가의 탄압을 지렛대 삼아 경쟁 정파를 견제하거나 당에서 주도권을 잡으려는 시도는 절대 있어서는 안 된다.

최기영 동지는 간경화를 앓으면서도 국가보안법에 맞서고 있다. 최기영 동지는 당장 석방돼 당으로 돌아와야 한다.

언제부터 우리 운동의 전통이 “악법도 법이다”가 됐는지는 모르겠지만, 독일 법학자이자 바이마르 공화국 법무장관을 지낸 라드브루흐조차 “악법에 복종하는 것은 범죄 행위”라고 했다. 사상의 자유를 옹호하고 국가보안법에 반대하는 모든 사람들은 ‘자율과 연대’의 우익 기회주의에 동조해서는 안 된다.

‘자율과 연대’가 진정으로 국가보안법에 반대한다면, 당의 성장에 기여하고자 한다면, 가혹한 탄압을 받고 있는 최기영 동지를 출당시키겠다는 잔인한 태도를 당장 거둬들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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