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연대

전체 기사
노동자연대 단체
노동자연대TV
IST
윤석열 퇴진 운동 2023~24년 팔레스타인 투쟁과 중동 트럼프 2기 이주민·난민 우크라이나 전쟁

미국 대선과 민주당:
민주당이 부시의 대안인가?

누가 다음 미국 대통령이 될 것인지를 둘러싼 전투가 시작됐다. 민주당과 공화당은 지난 1월 3일 아이오와에서 코커스[선거 후보를 선출하기 위한 당원 대회]를 열었다. 2008년은 미국 역사상 가장 돈을 많이 쓰는 선거가 될 것이다.

후보들은 11월 4일 대선 투표일까지 10개월 동안 약 10억 달러를 쓸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미국에서는 아동 6명 중 1명이 매일 저녁 식사를 굶어야 한다. 그 돈이면 이 아이들을 4년 동안 먹일 수 있다.

민주당 양대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과 바락 오바마는 1억 달러 이상의 선거 자금을 준비해 놓았다. 미국 대선에서는 오직 부자와 권력자 들만이 당선할 수 있다.

조지 부시가 임기 동안 전쟁과 신자유주의를 광적으로 추진했기 때문에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의 수많은 사람들이 공화당의 재선을 바라지 않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미국 역사상 최초로 여성이나 흑인이 대통령으로 당선할 가능성이 실제로 열리고 있다.

지금 미국에서는 민주당이 양대 정당 중 그나마 차악이라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많은 미국 급진 좌파 활동가들도 그렇게 생각한다.

차악

그러나 대선을 둘러싼 난리판을 뛰어 넘어 근본적 물음을 던져야 한다. 힐러리, 오바마나 다른 민주당 대선 예비 후보들이 과연 공화당 경쟁자들과 근본적으로 다른가? 또, 민주당 대선 예비 후보들 중 미국 노동계급과 빈민에게 진정한 희망을 선사할 만한 자가 있는가?

힐러리와 오바마 모두 부시 정부와는 약간 다른 미사여구를 사용한다. 둘 다 호전적이고 일방주의적인 외교 정책들보다는 진정한 외교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국내 전선에서 그들은 부자들을 위한 감세 정책을 약간 고치겠다고 말한다.

그러나 〈워싱턴 포스트〉의 한 언론인이 말했듯이, “두 후보들은 유권자들에게 많은 것을 약속하지 않는다. 그들의 공약들은 조지 부시가 8년 동안 초래한 손상을 치유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그들은 이라크 전쟁 같은 중요한 문제에서 반전 운동의 희망이 될 수 없다. 힐러리는 부시의 이라크 침략에 찬성표를 던졌고, 그 때문에 선거 운동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오바마도 별로 낫지 않다. 그는 차차기 대통령의 임기가 시작되는 2013년까지 이라크에서 미군을 철군하겠다는 약속도 하지 않았다.

미국 지배계급은 미국의 제국주의적 이익을 지키면서 어떻게 이라크 수렁에서 빠져나올 것인지를 놓고 서로 논쟁을 벌이고 있다. 민주당은 공화당과 동일한 목적을 추구하고 있다. 다만 서로 방법이 다를 뿐이다.

영국 언론들은 민주당을 노동조합, 민권 운동 조직, 여성 조직, 단일 쟁점 캠페인 조직 들의 연합으로 묘사하곤 한다. 영국 노동당과 비슷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

영국 노동당은 여전히 노동조합의 재정 지원에 주로 의존한다. 그러나 민주당은 그렇지 않다. 미국 노동조합의 정치 기부금 중 93퍼센트가 민주당으로 흘러가지만, 이것은 민주당이 받는 기부금 중 14퍼센트에 불과하다. 반면에 민주당은 기부금 중 67퍼센트를 대기업들로부터 받고 있다.

2004년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 존 케리는 선거 자금으로 무려 1억 8천7백만 달러를 모금했다.

미국에서 가장 큰 기업의 총수들 ― 크라이슬러의 리 아이어코카, 필드코프의 마샬 필드, 레비스트로스의 로스 하스, 심지어 루퍼트 머독이 소유한 뉴스코프의 CEO 피터 셔닌도 ― 이 대거 기부금을 냈다.

이 자들이 민주당에 진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람들이다. 민주당은 미국 지배계급의 이익을 대변하는 자본가 정당이다. 2004년 민주당에 기부한 최상위 13개 기업 중 절반 이상이 공화당에게도 돈을 줬다. 일부는 양대 정당에 똑같은 액수를 줬다.

대기업들은 여러 가지 다양한 방식으로 민주당에 영향력을 행사한다. 민주당의 다양한 씽크탱크와 연구소에 돈을 주는 것도 한 방법이고, 민주당 후보와 정치인 들에게 직접 조언하기도 한다.

백악관에 입성한 민주당 대통령들의 행동은 공화당 대통령과 다르지 않았다. 예컨대, 힐러리의 남편인 빌 클린턴이 1993∼2000년에 대통령으로 있었을 때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보자.

빌 클린턴

빌 클린턴의 임기 동안 빈부격차가 열 배나 늘었다. 연방 감옥에 수감된 사람들의 수가 거의 두 배로 늘었다. 클린턴이 군사 행동을 지시한 횟수는 4명의 선임 대통령들의 지시 횟수를 합한 것보다 더 많았으며, 심지어 그는 연방 복지 제도를 해체했는데, 이것은 로날드 레이건조차 감히 꿈꾸지 못한 일이었다.

힐러리는 남편의 대통령 시절 ‘성공들’을 부각시켜 이득을 챙기려 했지만, 지난1월 3일 아이오와 코커스에서는 이것이 먹히지 않아 오바마와 존 에드워즈에 이어 3위를 기록했다.

역사적으로 민주당은 미국 자본주의가 두 번째로 탄생시킨 거대 자본주의 정당이었다.

남북전쟁에서 북부 산업 자본가들이 승리한 뒤 미국에서 현대적 자본주의 경제가 탄생했으며, 공화당과 민주당이 그것을 교대로 통치했다.

공화당의 권력 기반은 북부 산업가들이었으며, 민주당은 남부의 인종분리주의 엘리트들을 대변했다. 노동계급도 분열해서 서로 다른 지배자들을 지지했다.

개신교 노동자들과 투표권이 있는 흑인들은 보통 공화당을, 유럽 출신의 가톨릭 노동자들이 대부분인 새로운 이주노동자들은 민주당을 지지했다.

오늘날 민주당은 ‘보통 사람들을 위한 당’이라는 평판을 듣는다. 이것은 1933∼1945년 민주당 ‘황금기’의 유산이다.

1930년대에는 미국에서 심각한 경제 공황으로 대량 실업이 발생했다. 한때 노동자 네 명 중 한 명이 실업자였다. 민주당 대통령 프랭클린 로즈벨트는 이런 엄청난 위기에 대응해 몇몇 중요한 사회 개혁 정책들을 도입했다.

로즈벨트는 ‘뉴딜’ 동맹 ― 노동조합, 흑인과 빈민 연합 ― 을 건설할 수 있었다. 그러나 로즈벨트 뒤에는 민주당을 지지하는 기업 집단들의 연합이 있었다. 자본 집약적 산업, 투자 은행, 국제 상업 은행 들이 여기에 포함됐다.

이런 기업들은 로즈벨트의 개혁이 미국 자본주의에 대한 도전이 아니라 그것을 구하기 위한 시도였기 때문에 지지했다. 로즈벨트는 자신을 “이윤과 기업의 자유의 수호자”라고 묘사했다.

당시 제도화된 개혁들 때문에 오랜 시간이 지난 오늘날에도 노동조합들이 민주당 핵심 지지층의 한 부분을 담당하고 있다.

1955년에 민권운동이, 1960년대에 ‘블랙 파워’ 운동이 성장하면서 민주당의 영향력이 도전받았다.

그러나 민주당은 교묘한 책략으로 이 운동의 주요 지도자들을 흡수할 수 있었다. 1964∼1986년 사이에 선거에서 흑인 당선자 수가 1백3명에서 6천4백24명으로 늘었다. 오늘날 흑인들 대부분은 민주당 후보들을 찍는다.

역사적으로 민주당은 한편으로 대중 운동을 흡수하면서, 다른 한편으로 미국 지배계급의 이익을 보호하는 교활한 행태를 보였다.

민주당은 미국 노동계급과 빈민의 희망이 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2008년 미국 대선에서 50퍼센트 정도의 유권자들만이 투표에 참가할 것이다.

정치인들 전반에 대한 환멸감이 깊다. 많은 미국인들은 민주당과 공화당 사이에 차이가 없다고 믿는다. 그들이 옳다.

[민주당이 아닌] 급진적 대안이 필요하다. 이것은 헛된 꿈이 아니다. 과거에 그런 대안이 건설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린 적이 있었다.

1920년대 유진 뎁스라는 사회주의자가 대통령 후보로 나서 거의 1백만 표를 얻었다. 1930년대와 1960년대에는 민주당에 대한 급진적 대안을 건설할 수 있는 실질적인 가능성이 있었다. 2000년 대선에서는 급진적 활동가인 랄프 네이더가 2백70만 표를 얻었다.

지금 미국에 필요한 것은 전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국가에 존재하는 심각한 경제적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고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전쟁을 끝낼 정당이다.

이 정당은 수많은 미국인들에게 희망을 선사할 것이고, 대중은 선거에 참가할 이유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힐러리와 오바마는 절대 그런 희망이 될 수 없다. 민주당을 지지하는 대기업들의 믿음을 저버릴 수 없기 때문이다.

미국 지배계급은 양대 정당 후보 중 누가 당선하든 만족할 것이다. 둘 다 지배계급의 이익을 대변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 좌파와 평화 활동가들은 노동 대중을 진정으로 대변하는 새로운 정당을 건설해야 하는 어려운 과제에 직면해 있다.

마틴 스미스는 영국 사회주의노동자당(SWP)의 중앙위원이다. 국내에 번역된 저서로 《존 콜트레인 - 재즈, 인종 차별, 그리고 저항》이 있다.

주제
이메일 구독, 앱과 알림 설치
‘아침에 읽는 〈노동자 연대〉’
매일 아침 7시 30분에 보내 드립니다.
앱과 알림을 설치하면 기사를
빠짐없이 받아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