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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이후 파키스탄은 어디로?

2월 18일 파키스탄 총선에서 친미 독재자 무샤라프가 완패하면서 부시 정부는 공황 상태에 빠진 듯하다. 그러나 유리 프라사드는 총선에서 승리한 야당들도 ‘테러와의 전쟁’을 지지하긴 마찬가지라고 한다.

2월 18일 파키스탄 총선에서 대통령 무샤라프의 치욕적인 패배는 미국 대통령 조지 부시와 영국 총리 고든 브라운의 위기를 불러왔다. 둘 모두 파키스탄을 ‘이슬람 극단주의’에 맞선 전투의 최전선으로 여기기 때문이다.

1999년 무샤라프가 쿠데타로 집권한 뒤로 부시는 그를 전폭적으로 지지해 왔다. 무샤라프는 파키스탄과 아프가니스탄 접경 지역에서 ‘저항’을 분쇄하기 위해 12만 명의 군대를 보내 부시의 지지에 화답했다.

총선에서 승리한 두 정당 ― 고(故) 베나지르 부토의 파키스탄인민당(PPP)과 나와즈 샤리프를 지지하는 파키스탄무슬림연합-나와즈(PML-N) ― 은 패배자 무샤라프와 협력하라는 미 국무부의 압력을 받고 있다.

PPP는 국회 의석 2백72석을 차지하고 있는 파키스탄 최대 정당으로, 현재 부토의 남편 아시프 알리 자르다리가 이끌고 있다. PPP는 오랫동안 각종 부패 스캔들에 시달렸지만, 여전히 자신이 빈곤층을 대변한다고 주장한다.

전 총리 샤리프도 부패 스캔들로 곤욕을 치른 바 있다. 샤리프의 정당 PML-N은 사회 정책에서 PPP보다 보수적이지만, 총선에서 무샤라프의 퇴진과 그가 해임한 판사들의 복직을 요구했다.

한 기자가 샤리프에게 무샤라프가 새 정부에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지 묻자, 그는 크게 웃으며 말했다. “무샤라프는 더는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처지가 아닙니다.”

미국 제국주의에 대한 분노는 이번 총선 결과를 좌우한 중요한 배경 중 하나였다. 무샤라프의 정당 PML-Q는 ‘테러와의 전쟁’을 지지한 대가를 치렀음을 인정했다.

이제 전쟁은 아프가니스탄에서 파키스탄 일부 지역 ― 북서 변경주(州), 와지리스탄, 부족 거주지들(FATA) ― 까지 확대됐다. 많은 파키스탄인들은 이것이 미국의 사주를 받은 파키스탄 군대 때문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총선에서 승리한 두 주요 정당 모두 ‘극단주의’에 맞서 계속 전투를 벌일 것이라고 곧 발표할 테지만, 사실 이들은 국경 지역에서 전쟁을 지속하는 데 고민이 많다. 이들은 자신들에게 표를 던진 사람들의 상당수가 전쟁이 부른 끝없는 폭력에 신물이 나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부시 정부의 계속된 압력 때문에 양 정당은 운신의 폭이 매우 좁을 것이다. 부시는 자신의 임기가 끝나기 전에 탈레반 지도자들을 붙잡으라고 요구한다.

전직 장관이자 무샤라프의 측근인 셰이크 라시드 아흐메드는 ‘테러와의 전쟁’이 인기가 없는 분위기에서 지난해 붉은 사원 작전 ― 당시 무샤라프 정부는 ‘이슬람 투사들’이 몸을 피해 있던 사원을 파괴하라고 명령했다 ― 이 당에 심각한 타격을 입혔다고 불평했다.

또, 그는 빈곤층의 경제 사정이 악화된 것도 당의 위기를 심화시켰다고 말했다. “유권자들이 가스와 전기를 공급받지 못하고, 집에 밀가루와 설탕이 없는 상황에서 표를 달라고 하는 것은 정말로 어려운 일이었다.”

파키스탄 국제사회주의자인 리아즈 아흐메드는 총선에서 무샤라프가 치욕적 패배를 당하면서 민주주의 운동이 부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구가 가장 밀집한 지역인 펀잡과 신드에서 지난 여름 거리를 가득 메웠던 변호사 운동이 부활해 무샤라프가 해임한 판사들의 복직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핵심적인

“해임된 대법원장 이프티카르 차우드리는 CIA가 파키스탄 시민들을 납치해 강압 수사하고 심지어 고문할 때 파키스탄 정보기관이 개입했다는 사실을 폭로하는 데서 중요한 구실을 했습니다.

“차우드리는 무고한 시민들을 납치해 국외로 보내 고문당하게 하는 것이 파키스탄에서 자살 폭탄 공격이 급증한 주요 원인 중 하나라고 지적했습니다.

“지금 사람들은 새 정부가 제 구실을 해 주길 바라고 있습니다. 그러나 일부 지배계급은 일단 양보하면 사람들의 자신감이 높아져 ‘테러와의 전쟁’에서 파키스탄이 하고 있는 구실 자체에 도전할까 봐 우려합니다.

“변호사들의 투쟁은 무샤라프 정권 하에서 끔찍한 삶을 살아야 했던 사람들을 다시 결집시키고 있습니다.”

파키스탄 지배계급은 ‘테러와의 전쟁’과 향후 미국과의 외교 관계를 둘러싸고 심각하게 분열해 있다.

“지배계급의 일부는 미국의 전쟁 표적인 이슬람주의자들과 관계를 청산하길 원치 않습니다. 지배계급의 또 다른 일부는 미국과의 협력을 증대시키길 원합니다. 이들은 자신들의 이해관계가 세계 자본주의의 이해관계와 밀접히 연결돼 있다고 생각합니다.”

새 정부를 구성하는 정당들은 무샤라프에 반대해 온 파슈툰 부족 지도자들과 타협하려 한다. 파슈툰 부족 지도자들은 때때로 탈레반을 지지해 탈레반 투사들이 아프가니스탄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은신처를 제공하기도 했다.

새 정부를 구성하는 정당들은 자신들이 ‘테러와의 전쟁’ 자체에는 반대하지 않지만, 그것이 파키스탄에서 수행되는 방식에는 반대한다고 밝혔다. 제한적으로라도 타협 가능성이 제기되자 미국 정부 인사들은 심리적 공황상태에 빠졌다.
CIA 반테러센터 국장 로버트 그레이너전은 이렇게 말했다.

“새 정부가 파슈툰 부족 전사들과 모종의 타협에 이를 수도 있을 것이다. 이것은 새 정부에게 약간의 여유를 줄 것이다. 그러나 동시에 부족 전사들이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참가하고 있는 알 카에다와 각종 극단주의자들에게 안식처를 제공할 기회가 생기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

총선 기간 동안 미국 정부는 PPP와 PML-N의 지도자들과 만나 부족 지역에 대한 폭격을 늘려야 하고, 미국이 ‘의심스런 행렬’에 미사일을 쏠 권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파키스탄이 미래에 ‘테러와의 전쟁’에서 어떤 구실을 할지는 불확실한 측면이 있지만, 파키스탄 경제를 지배해 온 신자유주의 정책이 변화를 겪을 것 같지는 않다.

파키스탄의 불평등은 실로 엄청난데, 빈부격차가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지난해 파키스탄 경제는 7퍼센트 이상 성장했다. 그러나 아직도 인구의 절반 이상이 문맹이고 극심한 빈곤 때문에 아이들 중 단지 25퍼센트만이 초등학교 이상의 학력을 이수한다.

반면 파키스탄의 수도 이슬라마바드에서는 전 세계에 두 개뿐인 별 7개 짜리 호텔이 완공을 앞두고 있다. 여기서 파키스탄 엘리트들은 전 세계 부자들과 만나 사업을 논할 것이고, 가난한 사람들은 경이로운 눈으로 그 호텔을 올려다 볼 것이다.

물가 인상

리아즈는 “신자유주의는 파키스탄의 모든 주류 정당들이 공유하고 있는 교의(敎義)입니다” 하고 말했다.

“새 정부는 수주 내에 파키스탄 루피(rupee: 파키스탄 화폐)의 가치를 올리거나 연료 가격을 급격히 인상한다든지 하는 조처 ― 둘 모두 가난한 사람들과 노동자 계급의 삶을 세차게 뒤흔들 것이다 ― 를 취해야 한다는 압력에 시달릴 것입니다.

“무샤라프는 총선에서 이기려고 지난 6개월 동안 연료 가격을 낮게 유지해 왔습니다. 그러나 새 정부는 이 정책을 계승하고 싶어하지 않습니다.”

새 정부가 점증하는 빈곤과 불평등을 완화해 줄 것이라 기대하며 무샤라프에 반대해 투표한 수백만의 사람들은 쓰디쓴 배신감을 맛보게 될 것이다. 그러나 파키스탄인들이 ‘민주주의’에 대한 환상에서 벗어날 때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질지 예측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리아즈는 “한 가지 가능성은 ‘무타히타 마즐리스 에아말’(MMA) 같은 우익 이슬람주의 정당들이 부활하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부시 정권은 북서 변경주(州)의 MMA 정부가 선거에서 패배한 것을 기뻐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패배의 진정한 원인은 MMA가 ‘테러와의 전쟁’에 반대하지 않은 데 있습니다.

“MMA는 지금 두 개의 그룹으로 분열해 있습니다. 한쪽은 총선 참가를 거부했을 뿐 아니라, 파키스탄 국가와 미국에 맞서 무장 저항을 하고 있는 파키스탄 탈레반과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다른 한쪽은 총선에 참가했지만 완패했습니다. 그러나 이것이 곧 새로운 이슬람 정당 연합이 새 정부에 대한 환멸에 힘입어 다시 부상하는 것이 불가능함을 뜻하지는 않습니다.”

파키스탄의 역사를 돌아보면, 군사 정권의 몰락으로 학생·노동자 운동이 부활할 기회가 열리곤 했다. 오늘날 파키스탄에서는 물가 인상·불안한 치안·불평등에 대한 분노가 들끓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새로운 파업 물결이 일어날 조짐은 보이지 않고 있다.

리아즈는 이렇게 말했다. “지난해 7월 민주주의 운동이 활발해지자 몇몇 곳에서 노동자 운동이 부활했습니다. 그러나 그 뒤로 후퇴가 있었습니다.

“2005년 사유화에 맞선 노동계급 투쟁에서 중요한 구실을 했던 통신 산업 노동자 3만 2천 명이 최근 정리해고를 받아들였습니다.

“그러나 민주주의 투쟁과 함께 떠오른 학생 운동은 계속 성장하고 있는 듯합니다. 학생들의 참가로 변호사들이 주도하는 시위대의 규모가 커졌습니다.

“우리는 전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국가의 지원을 받는 독재 정권을 무너뜨렸습니다. 우리의 바램은 이 성과가 노동자 계급에게 자신감을 줘 그들이 투쟁에 나서는 것입니다.

“노동계급이야말로 지배계급의 신자유주의 공세를 끝장낼 수 있는 열쇠를 쥐고 있습니다.”

이 글은 〈소셜리스트 워커〉(Socialist Worker) 2090호에 실린 글이다. 원문은 www.socialistworker.co.uk/art.php?id=14244에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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