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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키스탄:
갈수록 심각해지는 불안정

8월 18일 부시가 아끼는 독재자인 파키스탄 대통령 페르베즈 무샤라프가 의회에서 탄핵될 위기에 처하자 스스로 사퇴했다. 그의 사임은 부시의 “테러와의 전쟁”에 일대 타격이다.

1999년 쿠데타로 집권한 무샤라프는 9·11 이후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침공을 지지하면서 총애를 받았다. 그래서 부시는 퇴임하는 무샤라프에게 “테러와의 전쟁에서 헌신적인 파트너”였다고 칭송했다.

그러나 무샤라프는 파키스탄의 가난한 대중에게는 재앙이었다. 그는 파키스탄의 아프가니스탄 접경지에서 반(反)점령 저항세력과 끔찍한 전투를 몇 차례씩 치렀다. 부시의 요청으로 수행된 이 전쟁으로 파키스탄인 수십만 명이 난민이 됐다.

그러나 무샤라프가 인기를 잃은 것은 단지 “테러와의 전쟁”에 대한 지지 때문만은 아니다. 그는 권력을 잡은 뒤로 일련의 신자유주의 경제 정책들을 추진해 왔다. 철강과 전력 산업이 헐값에 다국적기업들에 팔렸다.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돈이 부자들에게 흘러들어 갔다. 반면 빈곤층의 삶은 갈수록 팍팍해졌다. 물가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았지만 임금은 제자리걸음이었다.

정권에 대한 불만이 높아지자 무샤라프는 법무부 내 반대파를 제거하는 일에 착수했다. 2007년 11월 그는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고 대법원장 이프티카르 초드리를 해임했다.

이에 분노한 변호사·언론인·시민단체 활동가·학생 들이 대법원장 복직을 요구하며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이 운동은 비록 곧바로 무샤라프를 퇴임시키지는 못했지만 무샤라프가 국내에서 전혀 지지를 얻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전 세계에 알렸다.

무샤라프의 정당은 올해 2월에 치른 선거에서 참패했다. 새롭게 당선한 연립정부는 무샤라프를 권좌에서 몰아내겠다고 약속했다.

이슬람 저항세력

한편, 새 정부는 지금 중대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 파키스탄 대중은 새 정부가 미국의 “테러와의 전쟁” 지원을 중단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은 파키스탄의 새 정부에게 아프가니스탄 국경을 넘어 파키스탄 지역까지 미군을 보낼 수 있게 해 달라고 거듭거듭 요청하고 있다. 특히 최근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과 나토군 사상자가 늘어나자 새 정부는 아프가니스탄 접경 지역의 저항 세력을 단속해야 한다는 압력을 받고 있다. 미국 국무부 장관 콘돌리자 라이스는 최근 언론인들과 만난 자리에서 파키스탄 새 정부가 이슬람 저항세력을 몰아내는 데 충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파키스탄 대중은 새 정부에서도 전쟁이 계속되는 것을 보며 실망하기 시작했다. 미국의 요청을 거부하는 것은 곧 수십억 달러의 원조를 잃게 된다는 것을 뜻하므로 파키스탄의 어느 정치인도 문제의 핵심이 전쟁 자체에 있다는 사실을 말하지 않을 것이다. 미국이 가하는 압력이 커질수록 저항세력과의 갈등은 더 심각해질 것이고, 파키스탄에서 더 많은 지역이 끔찍한 전쟁의 포화에 시달리게 될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