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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적극적인 부시 전쟁 부역자가 되라는 요청

부시의 별장 캠프데이비드가 비싸긴 한 모양이다. 부시는 한국 대통령 가운데 처음으로 이명박을 캠프데이비드에 초대하고는, 그 대가로 이명박이 가져가야 할 수조 원 대의 선물 목록 - 아프가니스탄 재파병, MD와 PSI 참가, PKO 참가, 방위비 분담금 증액 등 - 을 들이밀고 있다.

미국의 우파 성향 싱크탱크인 헤리티지재단의 선임연구원 브루스 클링너는 미국 권력자들의 셈법을 잘 보여 준다. “미국의 정책 결정론자들은 한미동맹 복원 및 강화, 한국의 국제적 역할 확대 등을 약속한 이명박 대통령 집권으로 얻은 기회를 잘 활용해야 한다.”

“미국에 할 말은 하겠다”던 노무현이 이라크 파병·한미FTA 체결 등을 순순히 했는데, “한미동맹이 최우선”이라는 이명박을 상대로 뭔들 얻어내지 못하겠는가. 대통령외교안보수석비서관 김병국이 미국 방문을 마친 뒤 “(미국) 주요 인사들과의 면담을 통해 (한미 간) 언어와 생각의 주파수를 맞추려고 노력했다”고 말할 정도이니 말이다.

미국 주요 인사들과 “생각의 주파수를 맞추”고 온 김병국은 “새로운 한미동맹은 단순히 양자관계뿐 아니라 동북아시아의 평화와 세계질서 확립에 도움이 되는 … 동맹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른바 ‘한미동맹의 미래 비전’에는 동맹 범위의 세계적 확장이 포함된다. 얼핏 그럴 듯해 보이는 그 ‘비전’의 핵심은 바로 미국이 세계 곳곳에서 벌이는 전쟁을 한국 정부가 지원한다는 것이다. 이 요구는 ‘테러와의 전쟁’이 시작된 이래 한미 정상회담에서 단 한 번도 빠진 적이 없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도 아프가니스탄 재파병이 주요 의제로 다뤄질 예정이다.

● 아프가니스탄 재파병

부시 정부는 이명박 당선 직후인 1월에 이미 “아프가니스탄 치안 유지를 위해 현지 군인과 경찰을 훈련시킬 요원을 파견해 달라”고 요구했다고 한다. 이명박 정부의 관계자는 “군·경을 훈련시키기 위해서는 경찰은 물론 군대를 파견해야 해 사실상 아프가니스탄 재파병이 될 수 있다”고 털어놨다.

23명이 피랍되고 심성민·배형규 씨가 살해된 지 5개월 만에 다시 아프가니스탄 파병 얘기가 나왔다니 끔찍하다. 당시에 선교를 핵심 문제로 내세우던 언론도 사건이 일단락될 즈음에는 “탈레반이 인질 억류 초기 단계에서뿐 아니라 우리 정부 협상단과 직간접 협상에서도 한국군의 철군을 … 석방의 핵심 조건으로 내세웠다”(연합뉴스)고 시인했다.

지금 뻔뻔하게 재파병을 요구하는 부시 정부가 한국인의 안전에 아무 관심도 없음은 당시에 드러났다. 그들은 탈레반이 요구한 수감자 석방을 냉혹히 거절했고, 심지어 군사작전으로 피랍자들을 위험에 빠뜨릴 뻔했다.

이라크를 전쟁터가 아니라 “기름밭”으로 보는 이명박은 부시의 아프가니스탄 재파병 요구를 아마도 어떤 식으로든 수용하려 할 것이다. 이것은 어디선가 다시 한국인 피랍이나 피살의 조건을 만드는 미친 짓이다.

● MD와 PSI 참가

부시 정부는 한미동맹이 “(북한의) 비무장지대 위협에 대응하는 좁은 범위의 협력을 넘어 그 이상 바라봐야 할 때”라며 한국의 MD(미사일방어체제) 참여와 PSI(핵확산방지구상) 참여를 촉구한다.

MD는 남한 방어용이 아니다. 북한의 미사일에 대처하기 위해 MD에 참여할 이유는 없다. MD가 중국과 러시아를 겨냥하고 있음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MD에 참여한다는 것은 한·미·일 지역동맹의 강화를 뜻한다.

한·미·일 관계를 공고히 하는 것은 미국의 대한반도 정책의 출발이다. 미국의 악몽은 한국이 중국과 가까워지고, 결국 홀로 외로워진 일본도 중국과 가까워지는 길을 택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시사IN〉은 미국의 ‘한미동맹 6단계 로드맵’을 폭로하면서, 미국이 한국을 1단계로 ‘범태평양 안보협의체’에 끌어들이려 하며 이것이 중국 중심의 ‘상하이 협력기구’에 대항하는 ‘친미 국가 블록’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런 맥락에서 봐도 MD 참여는 장차 발전할 수 있는 미국과 중국의 갈등에 휘말리는 길이다. 뿐만 아니라 엄청난 예산 낭비다. 전 국방장관 김장수가 지적했듯이, “미국은 1백8조 원, 일본은 10조 원을 쓰고 있는데 우리가 MD에 참여하면 일본 수준의 예산이 필요하다.”

● 주한미군 기지 이전 비용 부담과 방위비 분담금 증액

미국은 방위비 분담금을 미2사단의 이전 비용으로 사용하겠다는 뜻을 거듭 밝히고 있다. 이것은 용산 기지의 평택 이전 비용은 한국이, 미2사단 이전 비용은 미국이 부담하기로 했던 애초 합의를 어기는 것이다.

간단히 말해, 이것은 미국 경제 위기 상황에서 한국 돈을 끌어다가 평택 기지를 조성하겠다는 속셈이다. 방위비 분담금을 40퍼센트에서 50퍼센트로 올리라고 한국 정부를 압박해 이를 2사단 이전 비용으로 전용하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는 “한미동맹 강화 등을 고려할 때 분담금 사용처의 투명성과 합리성이 담보된다면 50퍼센트 수준으로 맞추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문화일보)

그렇게 되면 방위비 분담금은 7천억 원대에서 9천억 원대로 껑충 뛴다. 더는 한반도에 붙박혀 있는 군대도 아니고 미국의 세계전략에 따른 신속기동군인 주한미군의 주둔비를 왜 한국이 절반이나 대야 하는가?

● FTA

부시 정부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 완전 개방을 한미FTA 비준의 전제 조건으로 요구하고 있다. 뼈 제한과 개월 수 제한을 모두 풀라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뼈 제한은 이미 풀었다. 미국산 광우병 쇠고기 수입에 반대하는 여론이 80퍼센트가 넘는데도 막무가내다.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실장은 〈맞불〉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뼈 먹는 나라가 없는 상황이라 안전성 실험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경고했다.

한국 정부는 미국의 광우병 위험 정보조차 공개하지 않고 있다. 송기호 변호사는 노무현 청와대로부터 “광우병 위험 물질이 거듭 나왔던 미국산 쇠고기 검역 자료를 공개할 수 없다”는 공문을 받은 지 10일 만에 이명박 청와대로부터 똑같은 공문을 받았다.(프레시안)

한국 정부는 미국이 ‘광우병위험통제국’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그러나 최근 미국 버지니아에서 스물 두 살의 여성이 인간광우병으로 죽은 마당에 미국을 ‘광우병위험통제국’이라고 믿을 사람은 없다. 평생 외국에 나가본 적이 없는 그 여성의 발병 원인은 미국 본토에서 섭취한 쇠고기일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이명박은 한미 FTA의 조속한 비준을 강조하고 있다. “한미FTA의 조속한 비준·발효가 양국 동맹 강화와 관계 발전에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에게 국민의 생명은 테러의 표적이 되든 광우병의 제물이 되든 안중에 없는 게 분명하다.

노무현은 한미관계를 파탄냈는가?

이명박과 보수 우익은 마치 노무현 정부 시절에 한미관계가 파탄났던 것처럼 말한다. 그래서 “복원”이 필요하다고 말이다. ‘구관’을 그리워하는 노무현 맨들도 한미동맹 우선론이 이명박만의 정책인 것처럼 말한다.

그러나 두 주장과 달리, 노무현도 친미 일변도 정책을 추진했고 이것이 바로 그가 지지자들을 대거 잃은 가장 중요한 계기였다.

그래서 부시 정부의 관료들은 노무현 정부 시절의 한미동맹을 높게 평가한다. 미 국무장관 콘돌리자 라이스는 “[한미]관계가 최근 수년간 심화돼 왔다”고 말했다.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 아시아 선임보좌관 마이클 그린도 이렇게 덧붙인다.

“노무현 대통령은 미국, 영국 다음 가는 대규모 이라크 파병에다 한미FTA 체결, 주한미군 용산 기지 이전 등 정책적으로 한미동맹에 크나큰 기여를 했다. 그 기여도는 전두환·노태우 못지않다. 어떤 의미에선 그들 이상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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