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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퇴진 운동 2023~24년 팔레스타인 투쟁과 중동 트럼프 2기 이주민·난민 우크라이나 전쟁

불황과 계급투쟁

존 리즈는 트로츠키의 글들이 호황, 불황, 계급투쟁 사이의 복잡한 관계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을 준다고 말한다.

존 리즈는 영국 전쟁저지연합의 사무국장이다. 저서로는 《새로운 제국주의와 저항》(책갈피), 《저항의 세계화》(북막스) 등이 있다.

지난 주 조지 부시가 텔레비전 생방송에서 종말론에 나올 법한 연설을 한 것은 현 경제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 극명하게 보여 줬다.

부시는 그동안 외교 무대에서 보여 준 눈부신 분석 능력을 이용해 경제 문제를 분석한 뒤, 은행 구제 금융 문제를 논의하는 사적인 모임에서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돈 좀 풀지 않으면 이놈[금융시장]은 계속 추락할 거야.”

수많은 노동자가 실업, 주택 압류, 물가상승, 임금 하락, 복지 삭감으로 고통받을 것이다.

많은 사람은 저항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경제 위기가 자동으로 저항을 낳는 것은 아니다. 때때로 두려움이 분노를, 수동성이 운동을 압도할 수 있다.

그래서 경제 위기와 계급투쟁 간 관계는 무엇인가? 노동운동 진영에서 이 질문이 반복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우리는 이 문제를 풀기 위한 실마리를 러시아 혁명가 트로츠키의 글에서 발견할 수 있다. 1920년대와 1930년대에 트로츠키는 불황과 저항의 관계에 대한 가치있는 논평을 했다.

트로츠키는 불황이 오면 자동적으로 계급투쟁이 상승한다는 기계적 사고를 거부했다.

물론 경기 후퇴가 저항에 불을 붙일 수도 있다. 그러나 노동자들이 언제나 불황이라는 몽둥이세례를 받았을 때 반격으로 대응하는 것은 아니다. 때때로 노동자들은 정치적 무관심 상태에 빠질 수도 있다. 그래서 트로츠키는 “프롤레타리아의 혁명 운동이 경제 위기 때 자동적으로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하고 지적했다.

특정 상황에서는 불황보다 호황 국면에 더 많은 투쟁이 발생할 수도 있다. 만약 일자리가 충분해 노동자들이 더 자신감을 가지고 사장들과 협상에 임한다면, 불황 때 잃은 것을 만회하기 위해 싸울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경제 위기가 계급투쟁에 미치는 효과를 분석하려면 어떤 요소들에 주목해야 할까?

트로츠키는 이것을 위해 꼭 필요한 두 가지 넓은 틀을 제시했다.

첫째, 트로츠키는 좀더 장기적인 자본주의 발전 과정을 염두에 두고 호황과 불황 주기를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둘째, 트로츠키는 넓은 정치적 맥락 속에서 경제 위기를 보라고 주문했다.

따라서 우리는 제국주의, 정부 체제·정당 정치의 위기, 특히 노동계급의 의식과 전투성이 경기 후퇴와 어떤 방식으로 연관 맺는지를 봐야 한다.

불황을 빛줄기로, 정치 상황을 빛줄기가 통과하는 프리즘으로 생각해 보자. 어떤 프리즘이냐에 따라 동일한 빛줄기가 굴절되는 방식이 완전히 다를 수 있다.

이제 먼저 장기적 자본주의 발전과 개별 불황 간 관계를 살펴보자.

트로츠키는 자신이 직면한 1920년 초 호황과 1848년 유럽 혁명 후 칼 마르크스와 프리드리히 엥겔스가 분석했던 호황을 비교 분석했다.

빛줄기와 프리즘

1850년대의 호황은 자본주의 장기 호황의 출발점이었다. 트로츠키는 “당시 자본주의 호황이 1873년까지 지속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러시아 혁명과 제1차 세계대전 후에는 자본주의 쇠퇴기였기 때문에 “호황도 잠깐이었고, 시간이 갈수록 위기가 더 길어지고 더 깊어졌다.”

트로츠키는 이 점을 이렇게 일반화했다. “경제 발전은 서로 다른 성격을 가진 두 개의 곡선으로 표현될 수 있다.”

“첫째 기본 곡선은 생산력의 일반적 발전을 표현한다. … 전반적으로, 이 곡선은 자본주의 발전 역사 전체를 통틀어 계속 위를 향한다.

“그러나 이 기본 곡선의 상승모양은 불균등하다. 몇십년 동안 아주 근소하게 성장할 수도 있다. 그 뒤 몇십 년 동안에는 가파르게 상승할 수도 있다. … 다시 말해, 역사에서는 생산력이 완만하게 발달할 때와 신속하게 발달할 때가 있다.

트로츠키는 경제 위기가 미칠 영향을 정확히 이해하려면 첫째 곡선과 불황·호황 사이클을 보여 주는 둘째 곡선을 “겹쳐”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렇게 봤을 때 우리 시대는 어떠한가?

제2차세계대전 이후 자본주의는 두 번의 장기 발전 단계를 거쳤다.

제2차세계대전 후부터 1970년대 초까지 자본주의는 사상 최장의 지속적 경제 성장을 경험했다. 불황은 심각하지 않았고 단기적이었다. 반면 견실한 경제 성장이 지속됐다.

노동자 생활수준이 상승했지만 이윤율도 일정 수준을 유지할 수 있었다.

그러나 1970년대 이후 성장률은 크게 낮아졌고 불황의 고통이 갈수록 강해졌다. 이윤율은 노동자들의 생활수준을 공격해서야 일정 수준을 유지할 수 있었다.

또, 심각함의 정도는 달랐지만, 1973년, 1980년대 초, 1990년대 초, 1990년대 말, 2001년에 불황이 있었고, 2008년 현재에도 그렇다.

당면한 불황은 오랜 저성장 뒤에 닥친 것이다. 사실, 이번 불황 이전에 있었던 호황에서 미국의 실질임금은 4년 연속 하락했다.

많은 노동자에게 호황기 때의 ‘번영’이란 [저당 잡힌] 주택 가격 상승에 따른 신용 확대에 힘입은 것이었다. 그런데, 이제 그나마도 안 되면서 자본주의 체제의 취약성이 만천하에 폭로됐다.

더구나, 이런 취약한 경제 체제는 1989년 냉전 종식 이후 자신의 쌍둥이 ─ 갈수록 불안정하고 전쟁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세계 국가 체제 ─ 를 가지게 됐다.

불황은 시간이 지날수록 그런 국가 간 갈등을 악화시킬 것이다. 오늘날 불안정의 상당 부분은 경제 지위 하락을 만회하기 위해 미국 정부가 아직 우월한 군사력을 사용한 데서 초래됐기 때문이다.

이제 트로츠키의 둘째 틀인 정치 상황과 불황 간 상호작용을 보자.

1973년 전후 호황이 종식되면서 정치도 크게 변했다.

영국의 경우, 생활수준이 성장하고 복지국가 제도가 확대되는 호시절은 1970년대 초 에드워드 히스 보수당 정부, 1970년대 말 해롤드 윌슨과 제임스 캘러핸의 노동당 정부 시절을 거치면서 종말을 맞이했다.

그러나 진정한 반동 물결은 1979년 영국에서 마거릿 대처가, 미국에서 로널드 레이건이 당선하면서 몰아쳤다. 신자유주의가 케인스주의를 대신해 지배적 경제 이데올로기가 됐고 복지국가와 노동조합에 대한 공격이 훨씬 더 매서워졌다.

그래서 오늘날 우리는 25년간 사유화, 탈규제, 반노조 정책이 노동자들의 심리에 큰 영향을 미친 상태에서 새로운 불황을 맞이하게 됐다.

최근 위기는 자본주의 체제의 실패를 가장 극적으로 보여 주는 증거물일지 모른다. 그러나 이번이 처음 발생한 위기도, 유일한 위기도 아니다.

경제 위기의 영향으로 정치인과 정치 제도 전반에 대한 심각한 회의가 자라난다. 대처식 경제 정책을 주저없이 도입했던 노동당에 대한 회의를 포함해서 말이다.

이런 정서는 특히 1999년 반자본주의 운동이 탄생한 이후 크게 고조됐다. 또, 2001년 이후 시작된 대규모 반전 운동 덕분에 폭발적으로 확산됐다.

동일한 정서가 [영국] 노동조합 운동에도 스며들어 있다. 그것이 최초로 명백히 드러난 것은 2002년과 2003년 노조 선거에서 좌파가 연맹들의 지도자로 당선한 것이었다. 노동당 지도부와 상당수 노동조합 지도자들 사이에 정치적 불협화음이 있기도 했다.

좀더 최근에는 아직 제한적이지만 그런 급진 정서의 일반화에 이끌려 산업 투쟁이 부활해 왔다.

물론, 불황기 모든 정치 발전이 왼쪽을 향하는 것으로 표현되지는 않는다. 파시스트 정당인 BNP와 보수당의 부활은 경제 위기시 노동계급의 태도가 양극화 ─ 일부는 체제를 비판하고, 일부는 눈앞의 속죄양을 비난한다 ─ 함을 보여 준다.

모든 경제 위기 때마다 누가 더 설득력 있게 체제에 대한 대중의 분노를 표현하고 가장 효과적인 반격 방법을 제시하는지를 둘러싼 좌파와 우파 간 경쟁이 펼쳐진다.

이번 경제 위기가 닥쳤을 때 노동계급 내 상당수는 현 경제·정치 체제에 불만을 가진 상태였다.

이미 반전 운동은 수백만 명을 동원했고 개혁주의에 대한 환멸감을 강화했다.

그러나 비록 지난 2년 동안 전투성이 부활했지만, 같은 기간 [영국에서] 산업 투쟁은 약했다.

이 경제 위기에 맞선 투쟁에서 공공부문의 연대 파업을 추진하는 것이 여전히 매우 중요하다.

우리는 운동의 약점을 없애고 저항의 가능성을 배가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는 자본주의 체제의 성격에 대한 명확한 정치 주장을 하면서 동시에 불황의 해악에서 노동자들을 방어하기 위한 행동들에도 정치적으로 헌신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여기에는 많은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그러나 동시에 사회주의자들에게 큰 기회를 제공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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