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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생각한다:
자본주의를 대체할 대안을 발전시키자

1. 2008년 가을 국제 금융계를 휩쓴 패닉 상태는 세계가 심각한 경제 위기에 직면해 있음을 확인시켜 줬다. 이 위기는 1970년대 말과 1980년대 초에 본격화한 신자유주의 경제 정책들을 통해 발전했다. 특히, 금융시장에 대한 규제 완화와 국경을 넘나들며 대규모 투기에 가담한 금융시장의 영향력 증대가 중요한 구실을 했다.

그럼에도 신용 경색의 진정한 원인은 1960년대 말 이후 세계 자본주의를 괴롭혀 온 장기간의 수익성 위기다. 자본의 구조조정과 착취율의 급격한 증가 덕분에 1980년대 말과 1990년대 초에 이윤율이 회복됐지만 그것은 부분적 회복이었을 뿐이다.

1990년대 말 이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미국 중앙은행]는 미국과 세계경제에 값싼 신용을 대거 공급해서 심각한 경제 위기를 막으려 했다. 대다수 경제 대국에서 노동자들의 실질임금은 정체하거나 삭감됐으므로 재화·서비스 수요를 유지하기 위해 노동자들에 대한 대출이 권장됐다. 바로 이런 투기 거품 ─ 주택 시장에 집중된 ─ 의 폭발이 지난해 8월 신용 경색 사태를 부른 것이다.

2. 신자유주의 시대의 과거 금융 위기들 ─ 1994년 멕시코, 1997년 동아시아와 동남아시아, 1998년 러시아, 2001년 아르헨티나 ─ 과 달리 현재의 금융 위기는 자본주의 체제의 심장부인 미국에서 시작됐다. 이 위기는 전 세계 경제로 확산되면서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유럽 은행들은 복잡한 파생금융상품들로 재(再)포장된 주택담보대출의 주요 고객들이었는데, 이 파생금융상품들이 지금 악성 부채가 돼 버렸다. 독일·일본·중국 같은 수출 대국들도 상품 판매 시장이 위축되면서 이 위기로 빨려 들어가고 있다. 1970년대 중반이나 1980년대 초와 비슷한 규모의 세계적 불황이 닥칠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수출에 크게 의존해 온 한국도 세계경제 위기 속에 수출이 감소하면서 경상수지 적자가 쌓이고 있다. 여기에 정부가 추진해 온 금융시장 개방으로 대거 들어와 있던 외국 자본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가면서 외환위기 가능성과 자금 경색이 커지고 있다. 1997년 IMF 위기 이래 해결되지 않은 수익성 위기속에 계속 커져 온 부동산 거품이 터질 가능성도 경제 위기를 더 심각하게 만들고 있다.

3. 급격한 물가인상, 특히 에너지 자원과 기본 소비재의 가격 인상이 위기를 악화시키고 있다. 이 물가인상은 2000년대 중반에 신용 거품이 만들어낸, 그리고 석유를 비롯한 각종 상품 시장에서 투기적 투자가들의 행동이 부추긴 세계경제 호황의 결과다.

고물가는 전 세계에서 생활수준 하락을 강요하고 있고 남반구에서는 많은 빈민들의 생존 자체를 위협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물가인상은 노동자·서민의 고통을 가중시키고 있다.

4. 주요 자본주의 국가들 ─ 과 특히 미국 ─ 의 대응은 주요 은행을 비롯한 금융기관들을 국유화하거나 정부가 나서서 구제하는 등 대규모 국가 개입으로 금융계를 떠받치는 것이었다. 이런 정책들은 신자유주의 자유시장 이데올로기에 엄청난 구멍을 냈다.

그러나 이런 개입 정책들의 목표는 평범한 노동 대중의 일자리·생활수준·주택을 보호하려는 것이 아니다. 국가 개입은 자본주의 체제를 보존하고, 인수·합병과 재편 과정에서 살아남는 대형 은행의 우두머리들을 그들이 저지른 투기 도박의 결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사회주의자들, 노동조합 활동가들, 반세계화 운동가들은 오히려 보상 없는 은행 국유화를 요구해야 한다. 그래서 은행을 노동 대중과 빈민의 필요를 충족시키는 기구로 만들어야 한다.

5. 그러나 우리 지배자들은 노골적으로 위기의 부담을 노동 대중과 빈민들에게 강요하려 한다. 이 점은 유럽중앙은행과 영국은행이 물가인상의 ‘2차 효과’를 경고한 데서 분명히 드러난다. 그들은 노동조합원들에게 생활비 상승을 보전할 임금인상을 요구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한국에서도 이명박 정부는 공무원 임금 동결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물가 급등이 임금인상 때문이라고 주장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사실, 많은 나라들에서는 물가가 치솟기 훨씬 전부터 임금이 이미 동결되다시피 했다. 부분적으로는 임금에 대한 하향 압력 덕분에 기업들은 2000년대 중반에 이윤이 급증하는 것을 즐기고 있었다. 이제 이런 이윤을 임금인상에 사용해서 생활수준을 보호해야 한다. 이에 대해 기업주들이 물가인상으로 대응한다면, 경제를 대중의 민주적 통제 하에 두는 것으로 응수해야 한다.

노동자 운동은 또, 신자유주의 정책들을 강화하는 기능을 하고 따라서 현재의 경제 위기 상황에서 일자리·생활수준·주택을 방어하는 데 장벽이 되는 제도나 기구·정책, 예컨대 한국에서는 한미FTA, 공기업 민영화, 비정규직법 개악, 자본시장통합법 같은 것에 도전할 필요가 있다.

6. 경제 위기의 또 다른 차원은 그것이 세계 지배계급들 사이의 충돌을 격화시키는 효과를 낸다는 것이다.

이 점은 국제적으로 워싱턴의 정치적 혼란에서, 그리고 위기 대처 방안을 둘러싼 유럽연합 내부 논쟁들에서 분명히 드러난다.

그러나 그런 갈등과 충돌은 세계 수준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2008년 8월 러시아·그루지야 전쟁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를 유라시아 깊숙이 확장시켜 자국의 세계 패권을 강화하려는 미국의 노력이 20세기에 세계 정치를 지배했던 제국주의 열강 간의 충돌을 재현시킬 수 있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 줬다.

은행 시스템을 구제하려는 미국 국가의 노력이 성공하더라도 그 결과 미국 정부의 채무가 엄청나게 증가할 것이다. 그러면 미국 자본주의는 지금보다 훨씬 더 동아시아 수출 강국 지배자들이나 페르시아만 산유국 족장들의 의지 ─ 미국에 계속 돈을 빌려 주려는 ─ 에 의존하게 될 것이다.

20세기의 경험에서 드러났듯이, 경제적 상호의존성 증대는 ─ 오늘날 특히 미국과 중국의 관계가 그렇다 ─ 지정학적 긴장을 완화하기보다는 오히려 고조시킬 수 있다. 올해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누가 이기든 2001년 9·11 이후 시작된 미국의 전쟁몰이는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이 전쟁몰이에 반대하는 국제 운동을 계속 건설하는 것은 여전히 우리의 필수적인 과제다.

7. 경제 위기와 계급투쟁의 관계는 복잡하고 예측하기 힘들다. 특히, 실업과 물가인상이 맞물리는 방식이 특정 나라에서 그 나라 노동자들이 공격적으로 저항할지 아니면 사기저하해서 순종할지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것은 앞으로 전 세계에서 경제 위기와 그 결과가 거대한 사회적·정치적 운동들을 촉발할 것이라는 점이다. 늘 그렇듯이, 혁명적 사회주의자들의 의무는 이런 운동들에 뛰어들어서 운동이 최대한 단결하고 전투적이고 강력한 운동이 되도록 힘을 보태는 것이다.

그러나 상황이 어떻든 간에 우리가 강조해야 하는 사실은 지금의 위기가 단지 신자유주의라는 이데올로기나 정책들의 위기가 아니라 자본주의 생산양식 자체의 위기라는 것이다.

현재의 위기가 불러올 엄청난 고통과 불안정은 자본의 논리에서 비롯한 것이다. 우리는 자본의 논리를 다른 사회적 논리, 즉 경제에 대한 민주적·집단적 통제와 진정한 계획 ─ 노동자들과 소비자들이 자신들의 필요를 충족시키기 위한 생산을 감독하는 데 참여하는 ─ 을 바탕으로 하는 사회주의 논리로 교체해야 한다.

이것이 뜻하는 바는 혁명적 사회주의자들이 독자적 조직을 건설하는 일뿐 아니라 자본주의를 대체할 확실하고 원칙 있는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더 광범한 급진 좌파를 발전시키는 일에도 노력을 쏟아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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