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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동당 2009년 1차 중앙위원회:
민주당과의 선거 연합을 배제하고 진보대연합을 채택하다

2월 15일(일) 울산의 삼산근로자복지회관에서 2009년 1차 민주노동당 중앙위원회가 열렸다. 4.29 재보궐 선거를 앞두고 진보정치의 전진 기지인 울산 북구에서 승리를 결의하자는 취지로 울산에서 중앙위원회를 개최한 것이다.

강기갑 대표는 중앙위원회 개최 전 울산시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진보진영 원탁회의”와 “울산 북구 후보 단일화”를 공개 호소했다.

그리고 민주노동당 중앙위원회는 논쟁 끝에 민주당과의 선거 연합을 배제하고 진보대연합을 추진하겠다고 결정했다. 이것은 민주노동당만이 아니라 진보진영 전체에 정치적 좌표를 제시한 매우 중요한 결정이라 할 수 있다.

예고된 대로, 이날 중앙위원회에서 가장 중요한 안건은 재보궐 선거 방침이었다. 강기갑 대표와 박승흡 대변인 등 일부 당 지도자들이 4월 재보선과 관련해 민주당과의 연합 가능성도 열어놓을 수 있다는 언론 인터뷰를 한 바 있어 특히 민주연합 추진 여부 문제가 최대 쟁점이 될 터였다. 그래서 당 게시판에선 진작 논쟁이 시작됐다.

김인식 중앙위원이 2009년도 사업계획안 중 재보궐 선거 관련 항목에 있는 “반MB연대 강화와 유연한 정치협상”이라는 문구를 “진보진영의 상시적 반MB연대 강화와 이를 위한 유연한 정치협상”으로 바꾸자는 수정동의안을 냈다.

이 수정안은 민주노동당과 민주당의 선거연합(민주연합)을 배제하고 진보대연합을 추진해야 한다는 점을 핵심으로 담고 있었다.

지난해 12월 국회에서 한나라당의 MB악법 강행 처리 저지나 2월 1일 용산참사 규탄과 MB악법 반대 집회처럼 민주노동당이 한시적이고 제한적으로 민주당과 공조할 수는 있지만, 선거연합은 선거 강령을 둘러싸고 포괄적 합의를 해야 하고 이 합의를 위해서는 민주노동당이 필연적으로 자체의 진보적 강령을 삭감해야 하므로 민주노동당이 민주당과 선거연합을 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였다. 또, 울산 북구를 보더라도 민주연합은 오히려 울산 노동자·진보 진영의 단결을 해치게 돼 선거에 역효과를 내므로 민주노동당은 이참에 민주당과는 선거연합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선명하게 밝힐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당 지도부와 적지 않은 중앙위원들이 수정안을 제안자의 취지 그 자체로 받아들이는 것을 상당히 곤혹스러워했다. 수정안이 부결될 경우 당이 민주연합을 공식화한 것처럼 비쳐질 것이고, 그 반대로 수정안이 통과될 경우 만일의 하나 있을지도 모를 민주연합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배제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래서 수정안을 놓고 두 시간 가까이 토론이 이어졌고 두 차례나 정회했다.

진정한 논점을 회피하는 토론 방식도 토론을 어렵게 만들었다. 가령, 수정안을 제안자의 설명 취지와 별도로 해석해 통과시키자는 의견들이 여러 차례 나왔다. ‘수정안 문구 자체는 만장일치로 통과시켜야 하나, 수정안의 취지에는 동의하기 힘들다’는 주장이 되풀이됐다.

민주당은 명백히 진보정당이 아니므로 수정안 문구는 그 자체로 민주연합 가능성을 배제하고 있다. 별도의 해석을 할 필요도, 여지도 없었다. 따라서 진정한 쟁점은 민주당과 선거연합 가능성을 열어둘지 아니면 원천 배제할지였고, 논쟁도 그렇게 됐어야 정직한 태도라 할 수 있었다.

그러나 한 명의 중앙위원만이 “우리(진보)의 가치로 민주당을 견인할 수 있는 가능성까지 봉쇄하지 말자”고 솔직하게 얘기했을 뿐이다.

그러나 일부의 주장과는 달리 민주연합을 논의하고 추진하는 그 순간부터 진보대연합은 거의 불가능해질 것이다. 민주노동당이 민주당과 선거연합 협상을 시작하는 순간, 진보진영이 분열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민주연합과 진보대연합은 양립할 수 없는 방안이고, 민주노동당은 둘 중 하나를 분명히 선택해야 한다.

사무총장이나 일부 중앙위원들은 “있지도 않은 민주당과 선거연합 문제” “관념상의 가능성” 등을 내세우며 수정안 취지가 과도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중앙위원회 당일에도 민주노동당 홈페이지 첫 화면에는 “두개의 연합, 고심하는 민주노동당”이라는 기사가 떠 있었다!

무엇보다, 중앙위원회 전에 민주노동당 지도부가 민주연합 가능성을 시사하는 인터뷰를 한 바 있기 때문에 당 안팎에서 중앙위원회의 선거 전술 결정이 뜨거운 관심의 대상이 돼 있었다. “있지도 않은” “관념상”의 문제가 아니었던 것이다. 그리고 중앙위원회는 당연히 이 궁금증에 대해 분명하게 답변해야 했다. 회피하고 눙치는 자세는 대중을 설득하지 못할 것이고 그리 되면 당에 대한 대중의 지지를 이끌어내기 힘들어질 것이다.

지도부는 수정안 찬성자들의 거듭된 표결 요구에도 이 안의 표결 처리를 미뤘다. 의장단과 사무총장의 모호한 태도는 수정안에 찬성하는 중앙위원들에게 당이 민주당과의 선거연합 가능성을 열어놓으려 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줬다.

결국, 두 번째 정회 후 의장단은 수정안 표결 방침을 밝혔다. 발의자의 제안 취지대로 민주연합 가능성을 배제하는 안을 표결에 부치기로 한 것이다.

표결 직전 ‘수정안에 이견이 있는지를 물어 달라’는 요청이 있었고, 그 물음에 중앙위원들은 ‘이견이 없다’고 답했다. 두 시간 넘게 논쟁했던 민주연합 배제 안건이 만장일치로 통과되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