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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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를 불법 체류자로 몰지 마라
나는 방글라데시에서 온 이주 노동자다. 공장 일이 너무 힘들고 음식도 안 맞고 날씨도 너무 춥고 힘든 일들이 너무 많다. 그래도 가족들 생각하며 조금 더 잘 살기 위해 아무리 힘들어도 다 참고 일하고 있다.
기술을 배우고 돈을 벌기 위해 한국으로 온 이주 노동자들이 현재 40만 명이다. 이주 노동자들은 한국에 올 때 많은 꿈과 희망을 품고 온다. 나도 고향에 있을 때 한국에 가서 기술도 배우고 돈도 많이 벌어서 가족들과 함께 행복하게 살고 싶었다. 그러나 한국에서 이것은 절대 이룰 수 없는 꿈이다.
옛날에 많은 한국 사람들이 외국에 나가 돈을 많이 벌어 왔는데 이제 그것을 다 잊었는가? 아직도 많은 한국 사람들이 미국이나 유럽에 가서 살고 있다. 국제 결혼도 하고 아주 편안하고 행복하게 합법적으로 살고 있다. 한국에 있는 이주 노동자들도 그렇게 살아야 하지 않겠는가?
어차피 한국에도 이주 노동자가 많이 필요하다. 그래서 한국 정부가 가난한 나라에서 많은 외국인들을 수입하고 있다. 연수생으로 사람을 수입해서 노동자로 사용하고 있다. 우리들이 가장 답답한 것은 한국에서 우리들을 노동자로 사용하고 있으면서도 노동자로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나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 노벨평화상을 받은 대단한 분이라고 알고 있었다. 그는 항상 모든 일을 평화적으로 해결하겠다고 말했다. 2002년 한국 아시안게임 개회사에서, 그는 아시아의 평화를 이루기 위해 아시안게임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아시아 나라들이 서로 평화적으로 잘 지내자고 호소했다.
그런데 그가 30만 명의 ‘불법 체류자’들을 2003년 3월 25일까지 강제 추방하겠다고 결정했다. 사람을 물건처럼 필요할 때만 쓰고 필요 없을 때는 던져 버린단 말인가? 우리는 이제 한국에서 더는 필요 없는 사람들이 됐다.
한국 정부는 새로운 사람들을 다시 수입하겠다고 말했다. 한국 정부가 이렇게 나올 줄은 정말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알았다면 절대 한국으로 오지 않았을 것이다. 솔직히 말하면 한국은 돈은 많지만 사람이 살 수 있는 나라는 아니다.
이제 더는 한국 정부를 믿기 어렵다. ‘새 정부도 똑같을까?’ 하는 고민도 많이 한다. 새 대통령은 취임식에서 “이제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노무현 대통령에게 마지막 부탁이 하나 있다. 제발 연수생으로 인간 장사하지 말라. 30만 명의 ‘불법체류자’를 인간이라고 생각한다면, 이들에게 잘해 주지는 못해도 제발 불안하게만은 하지 말라. 진짜 노동자가 필요하면 지금 살고 있는 이주 노동자들을 노동자로 인정하고 보호해 달라. 지금껏 한국 경제의 발전을 위해 열심히 노력했듯이 우리는 앞으로도 열심히 일할 것이다.
자킬 호사인(Jakir Hoss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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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15일 전세계인들이 전쟁에 반대할 때 나는 인도를 여행하고 있었다.
뭄바이. 첫 여행지인 이 곳에서 나는 “STOP THE WAR”라는 진한 글씨가 새겨진 티셔츠를 입고 다녔다. 인도 사람들은 이것을 보고 내게 다가와 큰소리로 “Stop the War”를 외치기도 했고 “그 말에 동의한다” 하고 말하기도 했다.
여행 중반쯤, 불교 성지와 사원이 집중되어 있는 사르나트라는 지역의 거리를 걷고 있을 때다. 길다란 배너를 앞세우고 사오십 명 정도의 장년 남자와 어린이 들이 골목 귀퉁이에서 쏟아져 나왔다. 그들이 들고 있던 긴 배너에는 “STOP ATTACK ON IRAQ” 등의 글귀가 적혀 있었다. 그들은 “전쟁 반대”를 외치며 행진했고 나도 거기에 동참했다.
사르나트는 그리 크지 않은 마을이었는데도 반전 시위가 있었고 인도의 대도시 곳곳에서 전쟁 반대 포스터를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이동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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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함께〉 2호에 실린 대구 참사 관련 기사(정준형 기자)에서 “대구 지하철 참사는 정신이 건강하지 못한 한 개인의 방화에서 비롯했다.”는 구절을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정신이 건강하지 못하다는 건 뭘 의미하는 것인가?
어느 시대에나 체제에 반감을 가진 이들은 정신적으로 건강하지 못하다는 진단을 받는다. 방화 용의자의 주치의가 아닌 이상 누구도 그의 정신이 건강한지 아닌지는 알 수 없으리라고 판단된다. 제도권 언론 보도를 통해 알 수 있는 사실은 그가 ‘뇌질환을 앓은 경력이 있으며, 그로 인해 육체적 장애를 겪고 있고, 그로 인한 우울증 등을 겪고 있다.’ 정도이다.
나는 정신이 별로 건강하지 못하다고 진단받은 사람들 중 하나이고 가난하기도 하다. 그러나 그렇다고 아무 데나 불지르고 싶지는 않다.
다함께와 ‘코드’가 맞다고
생각하는 한 독자
서평 - 미국의 이라크 전쟁
지금 전 세계적으로 초미의 화두는 단연 이라크 전쟁이다. 이를 반영해, 시중에 이라크 전쟁을 다룬 책들이 많이 발간됐다. 책 대부분은 전쟁에 반대하는 내용이다. 대중의 반전 정서 덕분에 지금 미국을 비판하고 전쟁에 반대하는 것이 어느 때보다 인기가 높다.
그 가운데 가장 좋은 책은 《미국의 이라크 전쟁》(북막스)이다. 이 책은 이라크 전쟁 반대 운동을 벌이는 많은 저자들의 글을 모아 놓았다. 저자들 대부분은 ‘황야의 목소리’를 비롯한 반전 단체 활동가들이거나 중동을 직접 취재한 기자들이다.
그래서 경제 제재로 인한 이라크의 참상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예컨대, 열화 우라늄탄으로 인한 이라크 어린이들의 피해를 다룬 글에서 〈인디펜던트〉 기자 로버트 피스크는 이렇게 증언한다.
“이번 달에 나는 배에 종양이 생긴 이라크 아이들을 많이 보면서 분노를 넘어 공포를 느꼈다. 바그다드의 만수르 병원에서 헤바 모르타바의 어머니가 어린 딸의 청색 드레스를 들어올리자 끔찍하게 부어오른 배에 난 수많은 종양이 보였다. 의사들이 외과 수술을 통해 종양들을 많이 제거했지만 그 자리에는 괴물 같은 다른 종양들이 새로 자라날 뿐이었다.”
또, 피터 L. 펠렛 박사와 후다 S 아마쉬 박사는 풍부한 사례와 수치를 통해 경제 제재가 이라크 환경과 보건에 미친 악영향을 고발한다.
그 외에 이 책이 지닌 최대의 장점은 반전 운동을 다룬 글들이 담겨 있다는 것이다. ‘황야의 목소리’ 회원들이 이라크에 기초 의약품과 생필품을 전달했다는 이유만으로 미국 당국은 이 단체 회원들에게 협박 편지를 보내고 급기야 수십만 달러의 벌금을 부과했다.
이런 탄압 속에서도 미국 반전 활동가들은 1999년 3월 28일 1천 명의 서명과 함께 〈뉴욕 타임스〉에 “경제 제재는 대량 살상 무기다”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실었다.
미국 사회주의자인 샤론 스미스는 유엔 관리의 협박성 전화를 거부하고 전국 네트워크에 호소하는 등 이 성명서를 조직하는 데 험난한 과정이 있었다고 얘기한다.
스미스는 오늘날 이라크 전쟁 반대 운동을 건설하기 위한 미국의 조건들을 분석했다. 미국인들은 9·11 테러 뒤에 정부의 “테러와의 전쟁”을 대부분 지지했지만, 그 뒤 아프가니스탄의 비극을 목격하고 ‘테러’ 방지를 빙자한 부시 정부의 인권 탄압―태프트-하틀리 법을 적용해 서부 항만노조의 파업을 짓밟은 것이나 이주자들을 구속·추방하는 것 등―에 분개하고 있어 반전 무드가 확산될 여지가 생겼다는 것이다.
이라크 전쟁을 다룬 다른 책으로 영국 작가 제프 시몬스가 쓴 《미국은 왜 이라크를 공격하는가?》(브릿지)가 있다. 이 책은 다양한 주제를 다뤘다. 9·11 테러와 사담 후세인을 연관짓기 위한 미국 정부의 노력(헛수고였음이 여실히 드러난), 경제 제재의 현실, 이스라엘과 미국의 유착 관계, 유엔을 무시하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태도 등을 자세하게 폭로한다.
몇 가지 아쉬운 점도 있다. 예컨대, 저자는 미국이 이스라엘을 지원해 준 계기가 이스라엘의 로비였다고 주장한다. 유대인들이 미국 대통령 해리 트루먼의 선거 자금을 대 주었기 때문에 미국 정부가 이스라엘을 지지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것이 일부 사실일지 몰라도, 제2차세계대전이 끝나고 본격적으로 중동에 개입하기 시작한 미국이 안정적인 석유 공급과 소련 세력 차단 등을 위해 이스라엘을 후원했다는 사실이 더 중요하다.
세 번째 책으로, 반전 단체 ‘애로우(ARROW)’와 ‘황야의 목소리’의 공동 창설자인 밀란 레이가 쓴 《전쟁을 반대한다》(산해)가 있다.
이 책은 먼저 9·11 테러 유가족들의 반전 목소리를 담았다. 유가족들은 자신들의 가족이나 친지의 죽음이 또 다른 학살에 이용되는 것에 증오를 나타냈다.
또, 이 책은 미국이 유엔 무기사찰단을 무력화하거나 정치적으로 이용한 사례들과 사담 후세인에 반대하는 봉기를 미국이 어떻게 짓밟았는지 등을 많은 언론 보도와 관련자 증언을 통해 매우 꼼꼼하게 폭로했다. 예컨대, 미국이 1998년 12월 무기 사찰단을 철수시키고 ‘사막의 여우’ 작전을 수행한 명분은 이라크가 사찰단에 협조하지 않고 “대량 살상 무기”를 은폐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은 이라크가 충분히 협조했으며, 오히려 미국과 미국이 지배하는 무기 사찰단이야말로 이라크를 위협하고 협약을 무시했다고 밝힌다. 전 유엔 무기사찰단원 스콧 리터의 증언대로, 무기사찰단은 후세인 정권을 전복하기 위한 쿠데타를 계획하고 이라크 정부의 기밀들을 모사드(이스라엘의 첩보기관)에 넘겨 주었다.
그러나 저자가 나아가 미국의 입김이 닿지 않는 ‘순수한’ 무기 사찰을 통해 이라크의 대량 살상 무기를 제거하면, 이라크의 결백을 입증해 전쟁의 명분이 사라진다고 주장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이런 아쉬움에도 대체로 이 책은 매우 훌륭하다. 책 중반에 ‘전쟁을 반대하는 10가지 이유’를 정리해 놓은 것도 매우 유익하다.
지난 3월1일 런던에서 국제 반전 회의가 개최됐다. 3개 대륙(유럽, 아메리카, 아시아) 26개 나라에서 온 90여 명의 반전 활동가들이 이 회의에 참가했다. 한국에서는 ‘전쟁반대 평화실현 공동실천’ 소속의 ‘다함께’ 활동가 두 명이 참가했다.
이 회의는 국제 반전 운동이 성장하면서 한층 급진화하고 있음을 보여 줬다. 이탈리아 활동가는 반전 운동 참가자들의 정서를 이렇게 요약했다.
“2월 15일의 성과는 반전 운동과 반세계화 운동의 결합, 다양한 부문의 결합, 새로운 세대의 결합이라는 점이 중요하다.
“사람들은 전쟁 하나만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그들은 국제 사회의 권리, 평등을 위해 싸우고 있다.
“운동 참가자들은 진정한 미래에 대해 물음을 던지고 있고, 우리 스스로 미래를 결정할 수 있다는 생각을 받아들이고 있다.”
이 회의는 지금까지보다 더 전투적인 전술들을 제기하고 채택했다. 그리스 활동가들은 파업과 대학 점거를 제안했다.
“노동자와 청년 들은 파업과 점거를 벌이자고 말하고 있는데, 이것은 계획이 아니라 이미 진행중인 일이다. 그리스에서는 아테네 대학 점거가 있었다.
“그리스노조연맹에서는 3월 21일 전쟁에 반대하는 하루 파업을 하기로 결정했다. 우리는 이 계획을 유럽노조연맹(ETUC)에 제안해 유럽 전역의 파업으로 확대할 생각이다. 총파업을 하고 점거를 통해 전쟁을 막을 수 있다는 자신감을 확산시켜야 한다.”
실제로 유럽노조연맹은 3월 7일과 14일 전 유럽에서 전쟁에 반대하는 하루 파업을 벌이기로 결정했다. 이것은 반전 운동에서 매우 중요한 진전이다.
영국의 ‘민중 의회’ 제안도 회의에 참가한 반전 활동가들의 지지를 받았다. 이탈리아 활동가는 전쟁 물자 운송을 저지하는 행동을 공동으로 조직하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최근 이탈리아에서는 노조와 반전 활동가들이 철로를 점거하고 전쟁 물자 운송을 저지한 바 있다.
각국의 반전 운동에 대한 보고가 끝난 뒤 국제 공동 행동에 관한 논의가 이어졌다. 특히, 부시가 전쟁을 개시하면 즉시 모든 곳에서 항의 시위를 벌이고 돌아오는 주말에 수도에 집결해 대규모 항의 시위를 벌이기로 결정했다.
김광일
미국의 이라크 공격을 반대하는 여론은 공무원노동자들 사이에 매우 높다. 지난 3월 12일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은 한국정부의 이라크전쟁 지원을 반대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성명을 통해 공무원노조는 “만약 한국정부가 미국의 전쟁에 대한 지원을 기도한다면 (중략…) 전 국민과 함께 강력한 반대 운동을 펼칠 것”을 밝혔다. 현재 공무원노조는 반전운동 단체인 ‘전쟁반대 평화실현 공동실천’에 가입해 전쟁반대 서명도 진행 중이다.
구로지부는 구로구청에서 반전 사진전과 함께 조합원 서명을 받고 있으며, 공무원반전모임도 결성해 전쟁에 반대하는 다양한 주장과 행동을 진행하고 있다.
공길숙
3월 12일 고려대학교에서 학내 반전 집회가 있었다. 이 집회에는 1백50여 명이 참가했다.
고려대학교 반전위원회는 3월 3일 입학식 날부터 반전 가판을 했고, 12일 학내 집회와 15일 종묘 반전 집회 참가를 호소하기 위해 강의실 홍보도 했다.
집회는 처음에 1백 명 정도가 모여 시작했으나 주변 사람들 50여 명이 집회 참가자들의 주장에 관심을 갖고 모여들었다.
한 학생은 “미국의 고등학생들이 ‘Books Not Bombs’라고 외쳤듯이 나도 한국 정부가 전쟁에 지원할 돈을 교육 재정과 사회 복지에 쓰라고 주장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 날 집회에 필리핀 출신 이주노동자 마크도 초대됐다. 마크는 “필리핀 대통령 아로요는 국민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대중 운동을 통해 쫓아냈던 미군을 다시 주둔시키고 있다. 나는 이라크 전쟁을 지지하는 아로요에 반대하며 한국 동지들과 함께 반전 운동에 참가할 것이다.”고 주장했다.
이 날 집회에서는 “대중 행동만이 전쟁을 막을 수 있다”, “우리는 승리하고 있다”, “3월 15일 더 많은 사람들을 참가시켜서 부시를 코너로 몰자”는 주장이 인기였다.
집회가 끝난 뒤 참가자들이 큰 배너에 쓰여진 “전쟁 반대 No War” 라는 글씨를 손도장으로 채우는 행사도 했다.
최미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