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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비정규직의 고통을 확대하고 연장할 이명박 정부의 비정규직법 개악 시도

이명박이 드디어 MB악법 목록에 비정규직법 개악을 올려놓았다.

우리는 이명박 고장난 불도저의 실패 목록에 비정규직법 개악을 추가해야 한다. 그리 되려면, 조직 노동자 운동은 뒤돌아보지 말고 지금 당장 MB의 도발에 응전해야 한다. 한나라당조차 정치적 부담 탓에 대표발의 의원을 찾지 못하고 포기한 개악안 아닌가.

지난 악법 저지 투쟁들은 단결되고 단호한 저항만이 MB 불도저의 시동을 꺼뜨릴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 특히나, 지난 연말과 올 2월말 MB악법 날치기 속도전을 좌절시킨 것은 민주노총 소속인 MBC 등 언론노동자들의 ‘파업’이었다.

이명박 정부가 비정규직법 개악을 추진하는 이유는 초유의 경제 위기 상황에서 이윤이 줄어들고 있는 기업주들을 돕기 위해서다. 언제든 해고할 수 있는 저임금 비정규직을 마음대로 고용하고 정규직 일자리를 비정규직으로 교체할 수 있게 해 기업주들의 이윤을 보장해 주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비정규직 고용기간을 현재 2년에서 4년으로 연장하고, 파견 허용 업무도 더 늘리는 것이 정부가 추진하는 개악의 내용이다.

이미 이명박 정부는 연일 ‘일자리 대책’에 대해 떠들면서도 내놓은 거라곤 고작 ‘임금 삭감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와 ‘청년 인턴(을 가장한 알바)’ 따위였다.

이명박 정부는 비정규직법 개악을 정당화하기 위해 ‘비정규직법 시행 2년째인 7월이 되면 기간 연장이 안 된 비정규직 1백만 명이 해고될 수 있다’고 떠들고 있다. 이것은 명백히 개악을 정당화하기 위한 과장이긴 하지만 단순히 허구라고만 할 수는 없다.

노무현 정부가 만든 비정규직 악법은 실제로 ‘비정규직 고용기간 2년 이후 정규직화’가 아니라 오히려 해고를 낳을 수 있는 여지를 갖고 있다. 그리고 이것은 노무현 정부 때 비정규직 악법에 반대해 투쟁했던 노동자와 사회단체들이 그토록 경고했던 일이기도 하다.

이명박 정부는 실제로 7월 이후 비정규직 해고가 벌어지고 그것이 사회적 저항을 촉발하는 불씨가 될까봐 걱정하는 듯하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는 비정규직 사용기간 4년 연장은 결코 이런 문제에 대한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이미 대기업들조차 생산 감소를 이유로 비정규직을 먼저 해고하는 상황에서 비정규직 사용 기한을 늘린다고 기업주들이 계속 고용을 선택할 리는 없다. 12일 성명에서 경총은 이미 “비정규직들에게 법 개정안이 잘못 알려져 다시 의무적으로 연장해야 하는 줄 인식할까 우려된다”고 밝히고 있다.

비정규직법 개악은 전혀 비정규직 노동자 고용안정의 해법이 될 수 없다. 정부와 한나라당, 기업주들과 보수언론이 ‘비정규직 보호’를 개악의 이유로 내세우는 것은 고양이 쥐 생각이고 악어의 눈물에 불과하다.

위기의 시대, 부실 기업의 고용안정은 국가가 나서서 기업을 국유화하고 고용을 보장하는 길밖에 없다. 심각한 차별과 고용불안에 시달리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정규직화해야 한다. 여기에 들어가는 비용은 지금껏 노동자 차별로 혜택을 누려 온 기업주와 부자 들이 부담해야 한다. 이것은 MB 정부가 한사코 피하고자 하는 결론이다. 따라서 법 개악과 저지 투쟁은 단순히 법리 논쟁이 아니라 경제 위기의 대가를 둘러싼 계급 대결의 전초전이 될 것이다.

아울러, 개악을 반대한다고 해서 민주노총과 진보 진영이 현행 법안을 지지하지 것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밝혀야 한다.

열우당 버전의 비정규직 악법 제정을 주도했던 이목희는 지난해 〈한겨레〉 토론회에서 “개악을 막으려면 현행 법을 옹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바로 그 법 탓에 이랜드에서 비정규직 여성노동자 1천5백여 명이 대량 해고에 맞서 질긴 투쟁을 해야 했고 기륭전자, 코스콤 등에서 수많은 비정규직이 길거리로 내몰리고 피눈물을 흘리며 싸워야 했다.

노무현 정부가 만든 비정규직 악법이 ‘비정규직 보호’를 못한 것은 그것이 상시업무에 대한 정규직 고용 의무(사용사유 제한)를 담고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는 우선 이명박 정부의 비정규직법 개악을 저지할 뿐 아니라, 나아가 노무현 정부가 만든 비정규직 악법에도 반대하며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와 차별 폐지, 고용안정이라는 진정한 대안을 위한 투쟁으로 나아가야 한다.

4월 국회에서 개악 저지를 위해 파업이 필요하다

비정규직법 개악 저지 싸움에 가장 선두에 서야 할 민주노총이 지금 보수언론들의 거센 공격과 마녀사냥에 직면해 있다. 이 상황에서 노동운동 내 주도적 그룹들도 나서 ‘민주노총의 위기와 혁신’에 대해 의견을 내놓고 있다.

그동안 민주노총이 1천5백만 노동자를 대변하겠다는 포부와 달리 비정규직 차별 철폐 등 미조직 비정규직 노동자 문제에 만족할 만큼 적극적이지 못했던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따라서 민주노총의 진정한 혁신을 위해서 지금 필요한 것은 비정규직의 고통을 확대하고 나아가 전체 노동자들의 고용까지 불안하게 만든 개악에 맞서 민주노총이 앞장서 싸우는 것이다. 특히 민주노총의 주력이라 할 대기업 노조들이 이 투쟁의 선두에 서야 한다.

이런 투쟁을 건설하는 과정이 바로 위기를 낳는 요소들인 관료주의, 부문주의 등을 극복하는 과정이 될 수 있다.

올 7월 전에 개악 법안을 시행하겠다는 정부 논리대로라면, 법안의 국회 통과 시도는 4월 임시국회가 될 것이다. 민주노총은 이미 MB정부의 경제 위기 고통 전가에 맞선 큰 싸움을 5월부터 하겠다고 약속해 왔다. 이제 저들의 새로운 도전이 제기된 지금 그 싸움을 앞당겨 시작할 때다. 이 투쟁을 건설하고 주도하는 것이야말로 정부와 우익들의 민주노총 파괴 시도를 저지할 유일한 길이다.

곧 선출될 새로운 민주노총 지도부는 이런 관점에서 각종 개악 저지 투쟁을 주도하고 현장 조합원의 자발성을 북돋우는 구실을 해야 한다. 아울러, 한국노총 지도부가 말처럼 진정 비정규직법 개악을 반대한다면 당장 이명박 정부와 정책연대를 파기하고 투쟁 대열에 동참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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