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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게재]:
아프가니스탄에서 철군해야 하는 이유

<동아일보> 보도에 따르면, 이명박 정부는 아프가니스탄에 재파병을 추진할 듯하다.
이에 <레프트21>은 아프가니스탄 철군을 강력히 촉구한 파키스탄 출신 영국 사회주의자 타리크 알리의 글을 재게재한다. 이 글은 <레프트21>의 컨텐츠 제휴 단체인 ‘다함께’가 2007년 3월 10일 발행한 <맞불>에 실린 글이다.
국내에는 그의 저작 가운데 《근본주의의 충돌》(미토)이 번역ㆍ출간돼 있다.

UN의 지원 아래 나토는 6년 째 아프가니스탄을 점령하고 있다. 이 점령은 미국과 유럽연합의 합동작전이다.

지난 2월 26일[한국시간 27일] 딕 체니 미 부통령이 ‘안전하다’는 바그람 미 공군기지(한 때 소련의 공군 기지가 있었던 곳이다)를 방문하는 동안 탈레반 병사의 자살폭탄 공격 시도가 있었다. 이 공격으로 두 명의 미군 병사와 한 명의 용병(이른바 “청부업자”)이 죽었고, 기지에서 일하던 다른 20명도 사망했다.

이 사건 하나만으로도 미 부통령은 아프가니스탄 위기의 심각성에 주의를 기울였어야 마땅했다. 2006년에 사망자 수는 크게 늘었고 46명의 나토군 병사들이 이슬람 저항단체와의 교전이나 헬기 격추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현재 저항세력은 나토군이 미군을 대체한 칸다하르, 헬만드, 우루즈간 등의 주(州)에서 적어도 21개 지역을 통제하고 있다. 그리고 이런 지역들의 많은 관리들이 게릴라 저항세력의 은밀한 지지자라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상황은 통제가 불가능하다.

이 전쟁이 시작될 때 부시 대통령의 부인과 토니 블레어 총리의 부인은 수많은 TV와 라디오 쇼에 출연해 아프가니스탄 여성 해방이 이 전쟁의 목표라고 주장했다. 오늘날 누군가 이런 주장을 되풀이한다면 아프가니스탄 여성들은 그의 면전에 침을 뱉을 것이다.

대체 누가 이 재앙에 책임을 져야 하는가? 아프가니스탄은 왜 아직도 점령 상태에 있는가? 미국이 이 지역에서 추구하는 전략적 목표는 무엇인가? 나토는 어떤 구실을 하는가? 그리고 대체 얼마나 오래 동안 한 나라가 국민 대다수의 뜻을 거슬러 계속 점령 상태에 놓여 있어야만 하는가?

탈레반 정권이 무너졌을 때 이를 슬퍼하는 사람은 아프가니스탄이나 다른 곳에서도 거의 없었다. 그러나 서방의 선전 공세에 의해 조성된 희망은 그리 오래 가지 않았다.

[서방에 의해] 새로 임명된 엘리트들이 막대한 양의 해외 지원 자금을 빼돌리고 뇌물수수와 매관매직을 위해 그들 나름의 범죄 네트워크를 만들어 낼 것이라는 사실이 금세 분명해졌다.

고통은 민중들의 몫이었다. 집 없는 난민 가족의 수용을 위한 풀로 지붕을 얹은 진흙집의 [건설] 가격이 거의 5천 달러로 책정됐다. 이런 집들이 몇 채나 지어졌을까? 거의 지어진 게 없다. 매년 겨울 수백 명의 아프가니스탄인들이 집이 없어 얼어 죽는다는 보고들이 해마다 발표되고 있다.

대신에 서방 홍보업체들을 앞세워 엉터리 선거를 치르는 데 엄청난 돈이 쓰였다. 이 선거의 목적은 서방의 여론을 달래는 것이었다.

선거 결과는 아프가니스탄에서 나토에 대한 지지를 만들어내는 데 실패했다. 꼭두각시 대통령인 하미드 카르자이는 [심지어] 자기 부족인 파슈툰족으로 이뤄진 보안 부대가 경호를 맡는 것조차 거부함으로써 자신이 얼마나 고립돼 있고 살아남으려 절치부심인지를 드러냈다. 그는 터미네이터 스타일의 강력한 미군 해병대를 원했고, [결국 미국의] 약속을 받아냈다.

제한된 마샬 플랜 식 개입이 아프가니스탄을 더 안정시킬 수 있었을까? 물론, 공짜 학교와 병원, 보조금 지원을 받는 빈민용 주택, 1989년 소련 군대의 철수 뒤 파괴된 사회기반시설의 재건 등을 통해 아프가니스탄을 안정시킬 수도 있었을 것이다. 또, 양귀비 재배에 대한 의존을 줄이기 위해 국가가 농업과 주택 산업을 지원하는 일도 필요했을 것이다.

전 세계 아편 생산의 90퍼센트가 아프가니스탄에 기반을 두고 있다. UN의 추산에 따르면, 헤로인이 아프가니스탄 국내총생산의 52퍼센트를 차지하고, 농업에서 아편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급속히 커지고 있다.

이 모든 일에는 강력한 국가와 상이한 세계 질서가 필요했을 것이다. 오직 살짝 맛이 간 공상가만이 나토 국가들 ― 그들 자신의 나라에서 사유화와 규제 해체에 열을 올리고 있는 ― 이 해외에서 계몽된 사회적 실험에 착수하리라고 기대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엘리트층의 부패가 흡사 치료불능의 종양처럼 만연했다. 몇 몇 재건 활동 지원을 위해 책정된 서방의 기금이 [재건 활동을 집행하는] 현지 관리들을 위한 초호화 주택을 짓는 데 유용됐다.

점령 2년째에 엄청난 규모의 주택 관련 부패 사건이 있었다. 정부 각료들은 스스로에게 포상을 내리고 친구들에게 카불 시내의 알짜 부동산들을 넘겨줬다. 카불의 땅값은 점령 이후 엄청나게 뛰었는데, 이는 점령군과 그들을 따라 온 수행 직원들이 전에 살던 스타일로 살아야 했기 때문이다.

카르자이의 동료들은 빈민가가 한 눈에 들어오는 곳에 대형 저택을 짓고는 나토군의 보호를 받으며 지냈다.

여기에 더해 카르자이의 남동생 아마드 왈리 카르자이는 아프가니스탄의 가장 큰 마약 재벌이 됐다. 최근 파키스탄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카르자이가 국경 지역 [마약] 밀반입에 대한 파키스탄 측의 단속이 소홀하다고 지적하자 무샤라프 장군은 카르자이에게 자기 가족이나 잘 단속하라고 충고했다.

경제적 상황의 개선에 실패한 데 더해, 나토의 군사적 공격은 흔히 무고한 시민들을 희생시켰고, 이것은 지난해 아프가니스탄의 수도에서 격렬한 반미 시위들을 촉발해 왔다.

처음에 일부 현지인들에게 9·11 공격 이후 알 카에다 소탕을 위한 불가피한 치안 활동으로 여겨지던 일들이 이제는 지역 전체의 갈수록 많은 사람들에게 완벽한 제국주의 점령으로 여겨지고 있다.

탈레반이 성장하고 새 동맹들을 얻는 것은 그들의 종파적인 종교적 실천이 지지를 받아서가 아니라 그들이 민족해방을 위해 의탁할 수 있는 유일한 세력이기 때문이다. 영국과 러시아가 두 세기 동안 나름의 대가를 치르며 깨달았듯, 아프가니스탄인들은 점령 상태에 있는 것을 결코 용인하지 않는다.

현재 나토가 이 전쟁에서 이길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더 많은 군대를 보내는 것은 더 많은 죽음을 가져올 뿐이다. 그리고 전면전은 인접 국가인 파키스탄을 불안정에 빠뜨릴 것이다.

무샤라프는 이미 파키스탄 내 무슬림 학교 공습 때문에 비난을 받아 왔다. 수십 명의 어린이들이 살해됐고 파키스탄의 이슬람주의자들은 거리에서 대중 시위를 조직했다.

파키스탄 정부 내 소식통들은 사실 이 ‘선제’ 공습이 미군 전투기들이 소위 테러리스트 기지를 공격한다며 저지른 일이라고 암시한다. 그러나 파키스탄 정부는 미국에 대한 분노가 폭발하는 걸 보느니 차라리 자신이 비난을 뒤집어쓰는 편이 낫다고 판단했다.

나토의 실패는 파키스탄 정부 탓이 아니다. 도리어, 아프가니스탄 전쟁은 파키스탄의 두 개 주에 심각한 위기를 초래했다.

아프가니스탄 내 최대 부족인 파슈툰족은 파키스탄 내에 있는 같은 파슈툰 형제들과 늘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 [파키스탄과 아프가니스탄 사이의] 국경은 영국 제국이 그어 놓은 것이고 언제나 국경을 넘나드는 교류를 완전히 막지는 못했다. 나는 1973년에 파슈툰 부족의 복장을 입은 채 아무 제재도 받지 않고 국경을 넘었다.

텍사스 식 울타리[멕시코인들의 불법 이민을 막기 위해 설치한 울타리 ― 역자]나 이스라엘 식 장벽[팔레스타인 지역을 고립·봉쇄하기 위해 이스라엘이 지은 장벽 ― 역자]을 산악 지역을 가로질러 두 나라를 나누고 있는, 대부분 표지조차 없는 2천5백 킬로미터의 국경에 설치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라크에서 미국을 배신한 유럽 동맹국들의 군기를 잡기 위한 전쟁이 필요한 게 아니라면 아프가니스탄에서 워싱턴의 전략적 목표라 할 만 한 것은 없는 듯하다.

물론, 알 카에다 지도자들은 아직 잡히지 않았다. 그러나 그들의 체포는 전쟁과 점령이 아니라 효과적인 치안 활동을 통해서 이뤄질 수 있을 것이다.

나토가 철수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이란, 파키스탄, 중앙아시아 국가들이 민족적·종교적 다양성을 존중하는 연방 헌법을 보장하는 데 매우 중요한 구실을 할 것이다. 나토 점령은 이런 과제에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 나토의 실패는 탈레반이 부활하도록 만들었고 점점 더 파슈툰족이 탈레반을 중심으로 단결하도록 만들고 있다.

여기서 교훈은 ― 이라크에서와 마찬가지로 ― 간단하다. 남아프리카, 인도네시아, 칠레에서 그랬듯이 정권 교체란 비록 시간이 좀 더 걸리더라도 아래로부터 이뤄지는 편이 훨씬 낫다는 것이다. 점령은 근본적인 변화의 가능성을 파괴하고 전보다 훨씬 더 큰 혼란을 가져올 뿐이다. 아프가니스탄은 그런 사례 중 하나일 뿐이다.

번역 김용민

출처: 영국의 혁명적 좌파 신문 <소셜리스트 워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