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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큰 비극을 부를 아프가니스탄 재파병을 중단하라

〈동아일보〉는 정부가 자이툰 부대 방식으로 아프가니스탄에 파병할 결정을 내렸다고 속보로 전했다. 때마침 오바마는 주둔 병력을 대폭 늘리는 내용의 아프가니스탄 전략을 발표했고, 미국의 파키스탄·아프가니스탄 특사인 리처드 홀브룩은 “많은 나라가 비공식적으로 우리에게 군사 또는 비군사 지원을 약속했다”고 말했다. 3월 31일 아프가니스탄 재건 국제회의에 외교부 장관 유명환이 참석하고 4월 2일 한미정상회담이 열리는 상황에서 정부는 국내 여론에 군불을 때면서 미국에 파병을 약속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아프가니스탄이 어떤 지역인가? 2007년 2월에는 윤장호 하사가, 7월에는 샘물교회 교인 2명이 아프가니스탄 저항 세력의 공격으로 목숨을 잃은 곳이다. 그래서 2007년 말에는 아프가니스탄에 주둔해 있던 동의·다산 부대가 철수했을 정도로 미군과 저항 세력의 전투가 치열하게 벌어지는 곳이다.

중동 지역 전문가 유달승 교수(한국외대 이란어과)는 본지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잇따른 불상사가 있었던 2007년보다 오늘날 아프가니스탄 상황은 더 심각하다”고 전했다.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의 3분의 2 이상을 장악하고 있고, 카르자이 대통령의 영향력이 너무 보잘 것 없어서 ‘카불[아프가니스탄 수도]의 시장’이라고 불릴 정도다. 그나마 카불조차 밤에는 탈레반이 장악하고 있다.

“이라크 자이툰 부대가 별 사고 없이 귀환해서 정부가 아프가니스탄 재파병을 추진한 것 같은데,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은 전투의 성격과 규모가 다르다.

“이라크 자이툰 부대가 주둔했던 곳은 아르빌이라는 상대적으로 안전한 쿠르드 자치 지역이었지만, 아프가니스탄은 그야말로 모든 곳이 전선이다. 정부는 북부동맹군이 통치하는 북쪽은 안전하다고 하지만 그마저도 확실치 않다.”

이명박 정부는 아프가니스탄 파병을 통해 미국과의 동맹을 강화하고 국제사회에서 자신의 위상을 높이려고 한다. 그러나 한국 지배자들의 이런 소(小)제국주의적 야심 때문에 이라크에서 오무전기 노동자들과 김선일 씨가, 아프가니스탄에서 윤장호 하사와 샘물교회 교인들이, 예멘에서 관광객 4명이 무고하게 죽어야 했다. “이라크·아프가니스탄 파병은 중동 지역에 한국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확산시킨 것이 사실이다. 제2, 제3의 예멘 참사가 일어나지 말란 법이 없다.”(유달승 교수)

더 큰 비극을 막기 위해서라도 아프가니스탄 재파병은 당장 중단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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